▲ 최근 JP와 ‘범동교동계’ 인사들이 은밀한 회동을 가진 것 으로 알려져 ‘막다른 골목’에 몰린 양 세력의 연합 가능성 이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김대중 전 대통령 퇴임일동교동 에 모인 민주당 인사들. | ||
이보다 1주일 전쯤인 3월초, 서울 근교 S골프장에선 JP와 ‘친 동교동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비주류 인사들이 라운딩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최근 여야를 막론하고 개혁그룹과 기존 중진그룹이 첨예하게 대립, 정계개편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는 가운데 펼쳐진 자민련과 ‘범 동교동계’의 이 같은 행보는 많은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일부에서는 ‘신DJP 연합’, 또는 ‘백제권벨트’를 거론하며 정계개편을 대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 S호텔 회동에서 JP와 동교동계 중진 H씨가 나눈 대화내용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만 주변 인사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대북송금 특검법과 향후 정치변화에 대한 견해가 오갔다는 것.
특검법의 경우 H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배려를 주문했고, JP는 ‘대세’를 이유로 불가피성을 언급하면서도 조사 대상과 범위에서 ‘배려’가 고려될 수 있다는 탄력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상황과 관련해서는 H씨가 주로 견해를 밝히고 JP는 듣는 편이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내각제를 고리로 한 자민련과 동교동계의 합당 내지 연합 얘기가 오갔다는 추측도 있지만 너무 앞서간 해석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묵언(默言)의 정치’를 즐기는 JP의 스타일로 볼 때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고, 그 의미는 3월 초에 가진 JP와 민주당 비주류 인사들과의 골프회동에 담겨 있다는 게 JP 최측근 인사의 전언이다. 당시 서울 근교 S골프장에선 JP를 비롯해 자민련의 김학원 총무, 안동선 의원, 민주당의 최명헌·유용태 의원 등이 라운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JP와 동교동계를 비롯한 민주당 비주류가 접촉한 것은 각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JP의 1차 목표는 원내교섭단체 구성. 나아가 ‘보수’와 ‘내각제’를 매개로 외연을 확대, 거대 보수정당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P의 한 측근인사에 따르면 JP는 정상천 고문을 한나라당 민정계 창구로, 안동선 의원을 민주당 구(비)주류 채널로, 조부영 의원은 하나로국민연합(대표 이한동)의 통로로 설정, 이미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반면 동교동계와 민주당 비주류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대선 직후부터 친노그룹 내 개혁세력으로부터 심한 압박을 받고 있는 이들은 일단 버텨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총선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동교동계 일각에선 당을 끝까지 사수, ‘호남당’으로라도 남겠다고 하지만 향후 교섭단체 구성이 불투명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대선 당시 ‘비(반)노 성향’을 보이며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에 가입하거나 정몽준 후보쪽을 기웃거렸던 비주류 의원들은 더욱 막다른 길목에 놓여 있다. 당내 입지를 잃은 데다 공천과도 거리가 멀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노 대통령 진영과 민주당 신주류가 중심이 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진 정계개편론은 전국을 아우르는 개혁정당(여야, 재야, 시민단체 합류)을 창당해 기존 정치판을 바꾸어놓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 연고에 뿌리를 둔 자민련과 민주당 구주류는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는 상황. 동교동계와 자민련의 접촉 빈도가 높아지면서 ‘신 DJP 연합’의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여권 신주류의 정계개편론이 현실화될 경우 정치권에 호남-충청이 연결되는 ‘백제권벨트’가 형성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JP는 지난 3월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충청향우회 총회에서 “자민련과 충청도를 위해 ‘정치인생의 마지막 견마지로’를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JP의 한 최측근 인사는 “JP가 정계개편을 전후해 40석(의석) 이상을 장담하고, 향후 내각제를 고리로 한 정치권 재편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가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JP의 ‘희망사항’이라고 폄훼하기도 했지만 정치권의 기류 변화와 JP의 정치적 안목에 비춰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더욱이 JP의 발언은 ‘신 DJP 연합’, 나아가 한나라당 일부 세력과의 연대도 고려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