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의원, 손학규 전 대표 | ||
한 사람은 공천권을 쥔 당 대표로서, 다른 두 사람은 적잖은 계보원을 거느린 계파 수장으로서 이해관계의 엇갈림은 진작부터 예정된 것이었다. 무엇보다 지방선거 이후 당권의 향배를 가를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이들 간의 신경전은 사실상 당권 투쟁의 전초전이란 성격을 갖는다는 평가다.
먼저 정 대표와 손 전 대표 간 이상기류가 예사롭지 않다. 야권 선거연대 협상이 갈등의 발단이 됐다. 민주당이 소수 야당에 공천을 양보하려고 했던 기초단체 11곳이 서울 광진(전혜숙)·양천(이재학)과 경기 오산(안민석)·이천(김문환) 등 손 전 대표 측근들이 지역위원장으로 있는 지역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들 측근은 손 전 대표에게 이 같은 상황을 알리고 ‘구명’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정 대표가 정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손 전 대표와 ‘협력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정 대표도 마냥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란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당 안팎에선 손 전 대표가 정 대표 측에 협상내용에 불만을 전달했다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정확한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다.
손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 문제와 관련해선 ‘순리대로 풀라’는 게 손 전 대표의 분명한 입장”이라며 “양보 대상이 된 지역위원장들이 손 전 대표의 이름을 팔아 지도부를 압박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수원 재선거 공천 때도 손 전 대표는 자파 인사인 이찬열 의원 공천을 정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요청했다”며 “손 전 대표는 문제가 있을 경우엔 오픈하는 스타일”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손 전 대표의 최근 행보를 보면 공천문제에 대한 불만을 ‘다른 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칩거 중인 춘천을 벗어나 경선에 나선 측근들의 지역구를 누비는 일이 부쩍 잦아졌기 때문이다. 손 전 대표는 지난 2월 20일 김재목 안산시장 후보에 이어 3월엔 19일 하수진 군포시장 후보, 20일 염태영 수원시장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찾았고 앞으로도 측근 행사 참석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손 전 대표가 최대 약점인 조직기반 강화에 나서면서 연대 대상이었던 정 대표와의 ‘결별’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성급한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손 전 대표의 ‘반발’이 사실 여부를 두고 여러 해석을 낳는 데 반해 정동영 의원의 ‘저항’은 정 대표와의 담판이라는 ‘팩트’로 증명이 되고 있다.
▲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학교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는 정세균 대표.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정 의원 측은 발끈했다. “정 대표가 정 의원 지역만 전략공천하겠다는 것은 노골적인 ‘정동영 죽이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정 의원은 지난 3월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정 대표와 회동을 갖고 ‘덕진 전략공천’과 관련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서 정 의원은 “지방의원 전략공천은 상식에 반하는 일로 이를 놓고 시끄러워지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야권 연대협상 과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고 여론조사 경선방식에도 부정적인 견해를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서로 협력해 정치적으로 원만하게 잘 풀어 갈등이 재연되는 일이 없도록 하자”고 진화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다음날 ‘화해의 선물’로 정 의원을 상임고문으로 위촉하기도 했다.
그러나 양측의 갈등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정 의원이 전국 각 지역에 자파 인사를 세워 주류 측과 대리전을 치르고 있고, 최근엔 전당대회를 겨냥한 지역조직 구축 작업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주류 측 관계자는 “(정 의원의) 조직회복력이 엄청나게 빠르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정 대표는 이들 경쟁자의 견제를 막아냄과 동시에 야권 후보연대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점에서 안팎으로 시달리는 형국이다. 당장 선거를 겨냥해 정 대표가 내놓은 두 가지 회심의 카드가 벽에 부딪쳤다.
야권 선거연대를 위한 ‘5+4 회의’는 진보신당의 이탈과 ‘공천 양보’ 지역을 둘러싼 갈등으로 지지부진하고, 시민공천배심원제 역시 해당 지역의 반발로 인해 축소 적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가장 많은 전리품을 챙길 사람이 정 대표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당의 리더로서 7월 당권 재도전의 명분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자력으로 제1야당 대표 자리를 얻는 데서 오는 ‘정치적 프리미엄’도 기대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들 ‘한 지붕 세 주자’ 모두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적 진로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향후 각자 선거운동을 통해 당내 영향력과 대선 잠재력을 부각하는 데 총력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
양원보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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