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표로서는 올해도 월드컵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6월엔 남아공 월드컵이 열리고, 12월엔 2022년 개최지가 선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11월 월드컵유치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유치 참여를 선언한 바 있다. 그 이후 정 대표는 지난 1월 말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제프 블라터 FIFA(국제축구연맹) 회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월드컵 유치 협조를 부탁했고, 3월 중순에도 스위스를 방문해 FIFA 집행위원들을 상대로 홍보에 나섰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당내 계파가 없는 정 대표가 대권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대중 지지도를 얻는 수밖에 없다. 월드컵 유치에 성공한다면 정 대표 인기는 당연히 올라갈 것이고 차기 대선을 위해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배경 때문일까. 정 대표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아산정책연구원 역시 월드컵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상태다. 지난 2008년 1월 정 대표가 10억 원을 출연해 설립한 아산정책연구원은 국제외교 및 사회복지와 관련된 정책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이다. 2022년 월드컵 유치위원장인 한승주 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고 정 대표를 비롯해 이홍구 전 총리, 장명수 한국일보 전 사장,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등이 이사를 맡고 있다.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정확한 것은 말해줄 수 없지만 월드컵의 남·북 공동유치를 위한 사전 작업을 하고 있다. 개최지 발표와 대선까지 약 2년의 공백이 있어 정 대표가 월드컵 특수를 못 입을 수도 있는데 남과 북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데 성공할 경우 그 효과가 오래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번 월드컵 개최지 선정이 정 대표에게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이란 관측이 많다. 여의도의 한 정치컨설턴트는 “월드컵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은 곧 실패할 경우 답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설령 유치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이제는 기존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정 대표에게 지난 2002년 쏟아졌던 젊은 층의 열광적인 지지가 되풀이되리라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