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마드 회원으로 추정되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50~60대 남성들의 사진을 도용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 해당 계정은 피해자가 공론화한 직후 삭제됐다. 사진=인스타그램
실제로 제보 받은 계정 외에도 인스타그램에는 자신을 ‘페미니스트’ ‘워마드 옹호자’라고 밝힌 계정 운영자들이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하는 계정이 수 십 개에 달했다. 이들은 서로를 ‘친구 추가’한 뒤 각자 올리는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또 다른 허위 사실을 댓글로 작성해 적극적으로 유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계정 운영 방식은 50~60대 남성의 사진을 무단으로 도용한 뒤 그들의 일상을 허위로 작성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성적으로 모욕적인 단어나 표현이 들어간다. “동성애자인데 외로워서 애인을 구하고 있다” “(단체 사진을 올린 뒤) 사진 속 친구들과 성매매를 하러 왔다”는 식의 허위 사실도 포함됐다.
이들은 이런 연령대의 피해자들이 인터넷 이용에 취약하다는 점을 노렸다. 자신의 SNS 외에 사진 도용 여부를 전혀 알지 못하고, 인스타그램처럼 다소 젊은 연령대의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SNS와 거리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런 이유로 가장 오래된 계정은 2016년부터 운영돼 오면서도 단 한 차례도 적발되지 않았다.
아버지의 사진이 도용됐다는 또 다른 피해자는 “계정을 발견하고 무슨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떠 보려고 계정 운영자에게 물어봤더니 ‘미러링 계정이다. 개저씨(중년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 사진 모으느라 너무 힘들었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이거 우리 아버지 사진이다’라고 이야기 했더니 나를 차단했다”고 말했다. 이 계정은 피해자들을 차단한 뒤에도 공개 계정으로 중년 남성을 성적으로 모욕하는 글을 계속 올려왔다.
이들은 이 계정이 젊은 여성의 사진을 도용해 음란물을 만들거나, 허위 성매매 계정을 만들어 왔던 일부 범죄자들을 ‘미러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자들이 일면식도 없는 여자의 사진을 이용해 욕구를 채워왔는데도 경찰이 수사를 하지 않으니 자신들도 똑같이 행동하겠다는 것.
피해자들은 워마드 회원들로 추정되는 계정이 삭제되거나 비공개되기 전 모두 캡처해 현재 소송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워마드와 그 파생 커뮤니티에서 이뤄지고 있는 2차 가해에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현재 워마드에서는 피해자나 그 가족들에게 “(도용된 사람이) 누구 애비인지 내가 알 게 뭐냐” “네 애비가 한남(한국 남자) 짓 한 걸 뭐 어쩌란 말이냐” 등의 2차 가해까지 이뤄지고 있다.
앞선 피해자는 “최근 경찰이 워마드 운영자에 대한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고 들었다. 이런 2차 가해를 방관하고 있는 것도 운영자의 책임이다. 가해자들을 은폐하거나 증거 내용을 삭제한 정황이 밝혀지면 그 책임을 운영자에게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피해자들이 직접 소송 움직임을 보이자 해당 계정은 대부분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