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 유창환 선면 시, 사진=부여군청
[부여=일요신문] 이상원기자 = 부여군(군수 박정현)이 주최하고 부여문화원(원장 정찬국)이 주관하는 ‘유홍준 교수 제4회 기증 유물전’이 9월 15일부터 부여문화원 전시실에서 열린다.
이 기증 유물전은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그동안 연구와 집필을 위해 사랑과 정성으로 한점 한점 모아온 서화 400여 점과 도서 8,000 여권을 2016년부터 올해 봄까지 부여군에 기증해 매년 열리고 있다.
2016년 ‘백제의 향기와 나의 애장품’, 2017년 ‘백제의 화가 정성원과 정술원’, 올해 6월 ‘나의 순백자 사랑’에 이어 네 번째로 열리는 이번 기증 유물전은 부여 출신 부자(父子) 서예가로 이름 높은 우당(愚堂) 유창환(兪昌煥, 1870~1935)의 소창유기(예서 12폭 병풍), 천경노화(초서), 서론(해서), 선면 시(해서)와 일창(一滄) 유치웅(兪致雄, 1901~1998)의 녹수훤여노(초서 8폭 병풍), 이충무공 시(행서), 식분지족(초서), 황진이 시조(행서) 등 작품 50여 점이 선보인다.
이외에도 정조 때 명필로 백마강 수북정의 현판을 쓴 기원 유한지의 작품 2점과 살아생전 우당, 일창과 친분과 교류가 있었던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유학생으로 ‘서유견문록’을 쓴 구당 유길준과 헌법학자로 고려대 총장을 지낸 유진오 박사의 작품이 한점씩 전시된다.
아울러 지난번 ‘나의 순백자 사랑’ 전에 출품되었던 백자 100여 점도 다시 관람객들을 찾는다.
우당 유창환은 비록 높은 벼슬은 하지 않았지만, 학문이 깊고 문장이 뛰어나며 금석에도 조예가 있어 선비사회, 문인사회에 크게 존숭 받은 인물이다.
특히 그의 글씨는 각 체에 두루 능하였는데, 초서에 뛰어나 초성 또는 추사 이후의 ‘일인자’라 칭송받았다. 일제 강점기의 ‘조선미술전람회’에 여러번 입선했고, 많은 작품과 함께 ‘한규설 묘표’ 등 다수의 묘비와 묘지명을 남겼다.
지난 1976년 개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주최로 회고전이 열리기도 했다.
우당은 서예가 이전에 독립운동가로 3.1 운동 후 허위 선생과 함께 의병을 조직하려다 일경에 체포되기도 했고, 고향 부여에 학교를 설립 이상재, 유진태, 남궁훈 선생과 조선교육협회를 창립 활동했다.
또한, 서예 작품을 팔아 만주의 독립군을 위해 은밀히 독립자금을 마련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우당의 아들 일창 유치웅은 부친의 뒤를 이어 초서에서 당대의 대가로 존숭 받아 국전 초대작가, 심사위원을 맡았으며 인품과 학식이 높아 정부수립 후에는 감찰위원회(지금의 감사원) 이사관, 감찰관을 역임했고 오랫동안 명지학원 이사장을 지냈다.
국립현대미술관, 예술의 전당 등 중요 미술관에서 여러 차례 초대전, 회고전이 열린 바 있다.
10여 년 전부터 화랑가에서 두 서예가의 작품을 수집해 온 유 교수는 “우당과 일창의 서예 작품은 미술계에서 높이 평가되어 이미 국내의 주요 미술관에서 초대전, 회고전 등이 열리면서 두 분의 예술세계를 끊임없이 기리고 있지만 정작 고향인 부여에서는 작품을 볼 기회조차 없어 전시회를 마련하게 되었다”라며 “많은 분들이 전시회장을 찾아 부여의 자랑인 우당과 일창의 서예 세계를 함께 감상하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번 우당 부자의 서예전에 대해 이동국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수석큐레이터는 “부자간의 전시는 1996년 예술의 전당 서예관에서 열린 ‘역매 오경석·위창 오세창 양세 유묵전’ 이후 처음일 정도로 20세기 근현대 서단은 물론 예술계에서 조차 드문 사례다”라며 “우당 일창의 예술은 물론 인간미와 정신을 오늘날 새롭게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유홍준 교수는 2006년 부여군 외산면 반교리에 휴휴당(休休堂)을 짓고 서울에 5일, 시골에 2일 거주하는 5도 2촌을 실천하면서 부여군민이 되었고, 부여를 제2의 고향으로 삼았다.
2009년부터 봄, 가을에 걸쳐 연4회 부여의 주요 문화유적지를 탐방하는 ‘유홍준과 함께하는 부여답사’를 10년째 진행해 오는 등 부여군 홍보대사로 활동해 오고 있다.
한편 이번 기증 유물전은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이고 오는 연말까지 열린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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