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액인 4백7억원의 당첨금을 받은 경찰관 P씨는 자녀들까지 학교에서 ‘너 로또지?’하는 시기와 질투에 시달리다가 끝내 전가족이 한국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갑자기 거액의 돈이 생겼기 때문에 1등 당첨자가 현금 호송차 탈취범으로 오해받은 사건도 있었다. 또 신상이 일부 알려진 당첨자의 경우 사회단체로부터 기부요청이 쇄도해 몸살을 앓았으며, 조폭으로부터 협박을 받은 1등 당첨자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7월 20억원대의 1등 당첨금을 받은 한 여성은 내연의 남자로부터 돈을 나누자는 제안에 시달리다가 헤어졌던 전 남편과 다시 결합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문제들 때문인지 최근 1등 당첨자들은 자신의 신상이 공개되는 것을 스스로 막기 위해 나름대로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는 게 국민은행측의 설명이다.
1등 당첨자들은 혼자 오거나 배우자 등 아주 친밀한 사람 1명 정도만 같이 와서 당첨금을 수령해 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복권의 위조 여부를 판별하고 당첨금을 입금하는 데 걸리는 약 10여분 가량 간단한 설문작성을 하게 된다.
설문내용은 평소의 구매행태나 주당 구매량·구입동기 등에 관한 것이다.
예전에는 자신이 당첨된 것에 대해 기뻐하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또 로또를 사게 된 동기나 번호를 조합한 방법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으나, 요즘의 당첨자들은 그런 얘기를 전혀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설문지조차 공란으로 남겨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국민은행 복권사업팀은 “공란으로 비워두는 설문지 때문에 데이터 누적·집계에 힘든 측면이 있지만 앙케트 조사는 강요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최근의 달라진 세태를 설명했다.
일부 당첨자는 선글라스를 낀 채 오거나 야구모자와 마스크를 하고 나타나 경비원을 긴장시키기도 하고, 경호업체의 보호를 받으며 오기도 한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굳은 표정으로 들어와 당첨금을 수령한 후 뒤도 안돌아보고 총알같이 나간다는 것.
이와는 달리 2등 당첨자들은 대부분 환한 표정을 짓고, 당첨금을 받을 때에도 기쁨을 감추지 않는다고 한다. 누구나 인생역전을 꿈꾸지만, 돈 자체가 행복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복권 관계자들은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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