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동 전 쌍용증권 회장 | ||
관심을 끈 것은 유상증자의 인수인의 명단이었다. 5명의 인수자 가운데 김석원 쌍용그룹 회장의 막내 동생인 김석동 전 쌍용증권 회장이 포함된 때문이었다. 지난 2000년 쌍용증권 회장을 끝으로 경제계 전면에서 자취를 감췄던 김석동 전 회장이 코스닥 기업의 대주주로 등장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김 전 회장이 증자에 참여한 영화직물의 주식 이동과 관련해 불공정 거래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김 전 회장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증권가에선 쌍용증권을 외국계 자본에 매각한 뒤 재계와 등졌던 김 전 회장이 자본금 73억원짜리의 소형 회사 인수에 나선 배경을 두고 많은 추측이 오가고 있다.
영화직물은 주식수가 1백40만 주에 불과하며, 대주주 지분율이 60%가 넘는다. 때문에 증권가에선 김 전 회장이 한동안 증권가에서 테마를 형성했던 기업인수개발(A&D)이라는 방법을 통해 영화직물을 변신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전 회장이 최근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잇츠티비 등과 영화직물의 합병설이 나돌고 있기도 하다. 잇츠티비는 초고속인터넷을 통해 주문형비디오 사업을 하는 멀티미디어 사업체. 김 전 회장은 현재 엔터테인먼트사업에 발을 디디고 있다. 여기에 코스닥 등록기업인 영화직물을 인수해 본격적인 엔터테인먼트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속셈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그가 영화직물 인수과정에서 불공정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영화직물이 대주주 지분 매각 공시와 주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증시 일각에서 작전설이 나돌고 있다. 이는 몇 년 전 파워텍을 최유신씨가 인수하면서 리타워텍으로 이름을 바꾸고, 신안화섬이 IHIC에 인수되면서 A&D를 테마로 주가를 폭등시켰던 기억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영화직물도 김 전 회장이 공개적으로 증자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지난 10월18일부터 주가가 수직으로 상승한 것. 지난 10월16일 이전만 해도 6천원대에서 오르내렸던 영화직물의 주가는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이틀 후인 10월18일 8천원대로 급상승했다. 이때 대주주의 지분 매각으로 인한 경영권 이양과 새 대주주의 유상증자 참여가 전격적으로 발표된 것이다.
이런 폭등세가 지속되자 코스닥증권시장에서도 지난 10월29일부터 이틀간 영화직물을 감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후 상한가 행진의 발동이 걸렸던 지난 10월15일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진정기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주주들의 불공정거래 의혹 여부에 대한 궁금증은 풀리지 않고 있다. 대주주 지분양도 당일 새 대주주들에게 1백5만 주 규모의 유상증자를 주당 7천원에 단행하기로 의결한 것과 주가 폭등이 관련이 있지 않느냐는 것.
이 주식 매매과정에서 김석동 전 회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의문이다. 그는 영화직물 유상증자금 납입일인 11월5일 이후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화직물 최대주주인 정기열씨 부부로부터 구주 90만 주를 인수한 사람은 서류상 최정호 백암비스타 사장이다. 백암비스타는 현재 경기도 용인지역에 소재한 백암비스타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
최 사장은 구주 90만 주와 유상증자 1백5만 주 중 47만여 주를 인수해 개인지분 중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서류상 김석동 전 회장은 유상증자에만 참여해 14만여 주를 갖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김 전 회장쪽에선 최 사장의 구주 인수대금을 유상증자에 참여한 5명이 공동으로 마련한 것이라는 설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증시 일각에선 김 전 회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은 데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김 전 회장은 이런 의혹에 대해 영화직물 인수가 “일종의 인수개발로 볼 수 있지만 영화직물은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우량기업으로 인수에 참여한 공동투자자들이 지분을 팔거나 주가를 조작할 염려는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관심이 있는 외자를 유치해 영화직물을 지주회사로 변신시키고 관련 분야의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영화직물 대주주 참여에 앞서 굿모닝증권 매각 뒤 다른 코스닥 등록기업 인수를 통해 재기에 나설 것이란 얘기는 재계 일각에서 꾸준히 나돌았다.
특히 쌍용화재나 한일생명 등의 매각과정에서 김 전 회장의 이름이 들먹여지기도 했다. 한동안 재계에는 그가 쌍용 계열사들의 매각이 순조롭게 끝나면 코스닥에 등록된 건설사를 인수할 것이란 얘기도 나돌았다.
물론 쌍용그룹쪽에선 이 같은 김 전 회장의 행보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그러나 이번 영화직물 인수와 관련해 그동안 김 전 회장이 물밑에서 움직였던 야심을 수면위로 드러낸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