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6월 부도가 난 지 5년반 만에 새 주인을 맞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매각 확정발표 직후부터 ‘불공정 경쟁’이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 제기를 하는 곳은 계림컨소시엄으로 이들은 매각입찰가로 지난 5월 6백85억원을 제시했음에도 “입찰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며 “한신공영 매각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신공영 매각 특혜논란이 왜 빚어지고 있는 것일까
▲ 한신공영 매각 과정
한신공영의 매각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11월2일 한신공영의 지분 62%를 갖고 있던 자산관리공사는 공개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코암시앤시를 선정했다.
당시 자산관리공사는 한신공영의 매각을 위해 한신공영을 유통부문과 건설부문으로 분리한 상태였다. 코암은 공개입찰에서 단독응찰해 4백50억원을 써냈다. 하지만 실사 뒤 코암은 지난 3월 최종 매각가격으로 1백2억원을 제시했다.
자산관리공사 등 채권단은 코암이 제시한 가격을 부결시켰다. 보통 매각 협상과정에선 이럴 경우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이 상실된다. 하지만 코암은 지난 9월 우여곡절 끝에 본계약이 타결되기까지 11개월간 우선협상자 자격을 유지했다.
이후 코암은 다시 3백50억원이라는 금액을 제시했지만 채권단은 다시 이를 부결시켰다. 자산관리공사는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해 다시 기업재평가 작업을 해서 적정매각가가 4백56억원이라는 결과를 내놓았고 결국 지난 9월 코암이 6백50억원을 다시 제시함으로써 본계약이 체결됐다.
▲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문제
이번 입찰에서 응찰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는 곳에서는 코암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그 자격을 상실할 만한 협상을 보였음에도 계속해서 자격을 유지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에 매각 협상이 벌어지고 있는 극동건설의 경우 지난 5월 매각 협상을 시작해 7월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3주 뒤에 본계약을 실시했다. 하지만 인수처에서 잔금납입을 기한 내에 지키지 못하자 2순위 후보자로 협상대상이 바로 넘어갔다.
게다가 코암은 9월18일 본계약 때 계약금 65억원을 납부하고 10월7일이 잔금 납입 기한이었음에도 이를 지키지 못하자 납입기한이 10월17일로 1차연기됐다. 하지만 코암측이 이마저도 지키지 못하자 채권단 쪽에선 10월30일로 2차 연기를 해줬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당시 4백50억원을 써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음에도 본계약 가격으로 1백2억원을 제시, 값을 후려친 코암이 우선협상자 자격을 계속 유지한 것이나 본계약 시행 뒤에도 잔금 납입기한을 두 번이나 넘긴 것이 특혜시비를 자초한 셈이다.
이에 대해 자산관리공사에선 “매각과정을 주관한 곳은 법원이었다”고 책임을 법원에 돌렸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부도기업을 관리하는 파산법원은 채권단의 의견을 존중하는 만큼 한신공영의 채권 중 80% 이상을 갖고 있는 자산관리공사의 ‘의지’가 매각과정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 지난 9월에 있었던 한신공영 최종 인수 조인식 장면. | ||
자산관리공사는 지난해 11월 공개매각입찰 때 응한 곳이 코암시앤시 외에는 없었다고 밝혔다. 당연히 코암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하지만 지난 3월 코암이 실사 뒤 인수가액으로 1백2억원을 제시하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한신공영 매각 입찰에 참여기회를 잃었다는 계림컨소시엄 관계자는 “지난 5월 매각 주간사인 아더앤더슨을 방문했을 때 담당자가 10여개 업체로부터 인수의향서를 받고 있고 제한지명 입찰방식으로 한신공영을 매각하겠다고 밝혔었다”고 주장했다. 그때 아더쪽에서 얼마나 써낼 것이냐고 물어서 5백억원을 쓰겠다고 밝혔다는 것.
하지만 한신공영의 재입찰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자산관리공사에선 입찰희망업체가 코암 외에 더 있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매각희망업체에 관한 사항은 자산관리공사가 선정한 아더앤더슨의 소관이었기에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것. 코암 외에 다른 컨소시엄에서도 한신공영 매각에 관심을 보인 곳이 많았음에도 매각 주간사나 자산관리공사에서 공개입찰 방식을 택하지 않은 게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
▲ 적정매각가 논란
최근 매각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극동건설이나 건영의 예를 보면 한신공영이 지나치게 싼값에 매각되지 않았나 하는 의문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기업규모나 도급순위가 한신공영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건영의 경우 지난 8월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때 시데코-레마코 컨소시엄이 써낸 금액은 2천10억원이다. 시데코는 지난 7월에도 건영 매각입찰에 단독 응찰했지만 1천6백억원을 써내 매각가가 너무 낮다는 이유로 선정되지 못했다.
또 최근 우선매각협상 대상자 2순위 후보와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는 극동건설의 경우도 2천억원이 넘는 가격에서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한신공영의 매각가는 확실히 저평가됐다는 것. 지난 2001년 기준으로 극동건설의 도급순위는 44위이고, 한신공영은 25위이다.
도급순위는 관급공사를 받는 데 중요한 기준이다. 부실 건설사를 인수하는 곳에서도 관급공사라는 고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한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당연히 기업가치가 극동보다는 한신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이에 대해 자산관리공사는 한신의 매각 입찰이 이뤄진 지난해 가을의 경우 건설경기가 나빠 원매자가 많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극동건설이나 건영의 경우 입찰을 유찰시키고 우선협상대상자를 바꿔가면서까지 제값 받기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하지만 한신의 경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곳과 뚜렷한 이유없이 1년 가까이 협상을 끌어나갔다는 점은 여러가지 오해를 부를 만한 것.
▲ 코암의 현금 조달능력
코암은 본계약을 맺고도 잔금을 납입하지 못했다. 코암은 본계약 체결 뒤 두 번의 납입기한 연장 끝에 산은캐피탈을 끌어들여 잔금납입을 마쳤다. 산은캐피탈이 4백50억원의 유상증자과정에 지분 10%(45억원)를 참가하고, 산은캐피탈이 전환사채 2백억원을 매입해주는 것.
결국 전체 매각대금 6백50억원에서 산은캐피탈 쪽이 2백45억원을 낸 것이다. 잔금납입을 놓고 애를 먹은 것에 대해 코암 쪽의 한 관계자는 인수 뒤에 자금 걱정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주목할 만한 부분은 한신공영의 지난 3분기 보고서. 한신공영의 3분기 영업보고서를 보면 현금성 자산이 6백13억원이나 된다. 매각가와 거의 비슷한 것.
한신공영이 워크아웃을 거치면서 그만큼 우량회사로 탈바꿈했다는 얘기도 되지만 바로 이 점 때문에 매각가 6백50억원이 헐값이라는 논란이 생기고 있다. 한편 코암시앤시 컨소시엄이나 자산관리공사에선 특혜논란에 대해 근거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