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자리라 몸을 밀착시킬 수는 없었다. 그러나 오성윤은 여자와 몸을 밀착시키고 있는 것처럼 흥분되었다. 자신도 모르게 바지 앞섶이 불쑥 솟아 올라왔다. 오성윤은 파티가 끝나면 다시는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조바심이 났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을 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오성윤은 소년처럼 얼굴을 붉히면서 장은숙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호호호. 저에 대해 알고 싶으세요?”
장은숙이 고개를 뒤로 젖히고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고개를 뒤로 젖히자 가슴이 더욱 팽팽해지는 것 같았다. 오성윤은 여자의 가슴을 덥석 움켜쥐고 싶은 욕망에 몸을 떨었다.
“언제 식사라도 같이 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혼녀예요. 조그만 IT회사 부사장으로 약간의 돈을 투자하고 있어요. 로버트 한과는 사업상의 친구일 뿐이죠.”
“그러시면 자유로운 분이군요.”
“호호호. 저는 자유롭지만 행장님은 자유로운 분이 아니잖아요?”
장은숙이 로버트 한과 춤을 추는 조재숙을 곁눈으로 살피면서 말했다. 오성윤은 옳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장은숙도 오성윤이 싫지 않은 기색이었다.
“연락처를 드릴게요.”
장은숙이 가슴에서 명함을 꺼내 오성윤의 양복 안주머니에 넣어주었다. 오성윤은 그날 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대사관저에서 파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으나 장은숙의 요염한 얼굴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내일쯤은 전화를 걸어 주말에 약속을 잡으리라. 재경원 국장들과 골프 약속이 있었으나 부행장을 보내면 될 것이다.
“당신하고 춤춘 여자 뭐하는 여자예요?”
아내가 속옷 차림으로 얼굴의 화장을 지우면서 물었다. 오성윤은 양복을 벗어서 옷장에 걸고 와이셔츠는 세탁물 바구니에 넣었다.
“IT회사 부사장이래.”
오성윤은 아내의 뒷모습을 보면서 낮게 말했다. 화장대 앞의 의자에 앉아 있는 아내의 나신을 보는 것은 오랜만의 일이었다. 브래지어와 팬티밖에 걸치지 않은 아내는 나이가 있어서 허리가 굵고 엉덩이가 펑퍼짐했다. 그러나 오성윤은 아내의 나신에 하체가 불끈거렸다. 장은숙 때문에 일어났던 욕망이 아내의 나신에 맹렬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모처럼 마누라 좋은 일이나 해줘야겠군.’
오성원은 팬티를 벗어던지고 아내의 등 뒤로 다가갔다. 아내가 거울 속의 그를 발견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당신 뭐하는 거예요?”
“뭘하긴, 모처럼 당신 홍콩으로 보내주려고 그러지.”
“애걔….”
오성윤이 아내의 등에 하체를 갖다가 비벼대자 아내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거울 속에 있는 아내의 눈도 욕망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오성윤은 브래지어 위로 아내의 가슴을 애무했다. 파티 뒤의 흥분 때문이었을까. 아내도 금세 달아올라 호흡이 거칠어지고 얼굴이 붉어졌다.
‘제기랄. 이놈의 여편네는 벌써 할망구가 되었네.’
오성윤은 아내를 침대에 눕히고 밀어붙이면서 피부에 윤기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내는 눈을 감고 입을 벌리고 좋아했다.
“빨리하면 안 돼.”
아내가 입을 벌리고 신음소리를 내지르다가 눈을 뜨고 오성윤을 윽박질렀다.
“알았어.”
오성윤은 머릿속에서 장은숙의 얼굴을 떠올리다가 지워버리고 아내에게 몰두하기 시작했다. 아내는 나이 때문에 뚱뚱한 편이다. 비대하지는 않아도 물컹거릴 정도로 살이 붙어 있다. 오성윤은 마치 물침대에 올라가서 일을 치르는 기분이었다.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아내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오성윤은 샤워를 하고 침대에 돌아와 누웠다. 아내가 불평을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튿날 장은숙은 오성윤의 데이트 제안에 흔쾌하게 응했다. 오히려 주말은 너무 머니 오후에 가까운 파주 쪽이라도 다녀오자고 제안했다.
“행장님이니까 은행에 앉아서 근무만 하지는 않잖아요?”
은행장이 은행에 앉아 있을 필요는 없었다. 오성윤은 약간 불안했으나 장은숙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오후에 빠져 나와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오성윤은 장은숙과 약속을 하고 집무실을 나왔다. 비서들에게는 중요한 정치인을 만나러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운전기사도 중간에서 돌려보낸 뒤에 자신이 직접 운전을 했다. 장은숙은 양평동의 인공폭포 앞에 미리 나와 있었다. 나뭇잎 무늬의 하늘거리는 연두색 원피스를 입어 몸매가 더욱 육감적으로 보였다.
“오래 기다렸습니까?”
오성윤은 차에서 내려 장은숙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아니에요. 직접 운전을 하고 오셨네요.”
장은숙이 화사하게 웃으면서 오성윤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성윤은 장은숙의 손을 잡으면서 가슴이 소년처럼 뛰었다. 장은숙을 동반석에 태우고 자신이 운전을 하여 자유로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옆에 앉은 장은숙에게서 기분 좋은 향수 냄새가 풍겼다. 하늘은 잿빛으로 낮게 가라앉아 있고 바람이 불고 있었다. 거리의 가로수들이 검푸르게 나부꼈다. 한탄강 쪽에 이르자 기어이 빗방울이 후드득대기 시작하더니 소나기가 세차게 쏟아졌다.
“비가 너무 와서 안 되겠어요. 근처에서 좀 쉬어요.”
장은숙이 밖을 내다보고 있다가 오성윤에게 말했다. 오성윤은 강가에 있는 장어요리집에 차를 주차시켰다.
“여기서 식사를 할까요? 비도 오는데….”
오성윤이 장은숙의 눈치를 살피면서 물었다.
“네.”
장은숙이 살갑게 눈웃음을 쳤다. 오성윤은 장어요리집에 들어가 장은숙과 마주앉았다. 오성윤은 장어를 먹으면서 장은숙과 셈에 없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장은숙은 놀랄 정도로 오성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오성윤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어머, 어머 하고 반응을 했다. 평생 동안 연애다운 연애를 못해 봤다고 하자 자신도 가슴 뛰는 사랑을 해보고 싶노라고 소녀 같은 표정이 되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옷을 벗으라고 하면 금방 벗어버릴 것 같은 그런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오성윤은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소주를 석 잔밖에 마시지 않았으나 장은숙은 한 병이나 비웠다. 웃음이 헤퍼지고 얼굴이 붉어졌다. 혀도 약간 돌아가 발음이 부정확했다. 음식점에서 나올 때는 취해서 오성윤의 팔에 매달려 차에 탔다. 오성윤이 동반석에 태우고 안전벨트를 매주면서 가슴을 슬쩍 건드려도 몰랐다.
‘오늘 아예 호텔이나 모텔로 데리고 갈까?’
장은숙은 외로워 죽겠다고 스스로 말했다. 그런 말을 하면서 오성윤을 쳐다볼 때는 눈빛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그러나 오늘 호텔이나 모텔로 데리고 가는 것은 진도가 너무 빠르다고 생각했다. 오성윤은 다시 강가를 달리기 시작했다. 사방은 이미 캄캄하게 어두워져 있었고 빗줄기가 가늘어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장은숙은 술에 취했는지 차가 출발하자 곧바로 잠이 들었다.
‘이걸 어떻게 하지?’
오성윤은 장은숙을 곁눈으로 살피면서 맹렬하게 욕망이 일어났다. 차를 강가의 갈대숲에 주차시키고 시동을 껐다. 사방이 캄캄하게 어두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나자 어둠 속에서 늘어져 있는 장은숙의 몸이 희미하게 윤곽을 드러냈다.
‘오늘 그냥 해치워버려?’
여자는 처음 관계를 맺기는 어렵지 일단 관계를 맺으면 그 다음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남편도 없는 이혼녀가 아닌가. 오성윤은 담배를 끄고 조심스럽게 장은숙에게 몸을 기울여 가슴을 애무했다.
“음….”
장은숙의 입에서 얕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오성윤의 손이 더욱 진하게 애무를 하는데도 거부하지 않았다. 장은숙은 오히려 허리를 비틀면서 신음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오성윤은 장은숙의 자리로 건너가 와락 껴안았다. 키스를 하자 장은숙이 맹렬하게 그의 입술을 빨아들였다. 오성윤은 자동차 시트를 뒤로 눕히고 키스를 하면서 가슴을 주물렀다.
오성윤이 달려들자 장은숙이 뜨거운 입김을 귓전에 쏟아 부었다.
“괜찮아요.”
오성윤은 장은숙을 바짝 끌어안았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