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의 섹스 관광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도 일본인들의 기생관광이 문제가 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일본 여자들이 오로지 흑인 병사들과 즐기기 위해서 오키나와로 불나방처럼 몰려가고 있는 것이다.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흑인병사들로서는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전에는 일본 여자들과 하룻밤 관계를 갖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해야 했다. 일본의 발전이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여자들이 미군에게 몸을 팔아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본은 양공주들이 많았었다. 그 치욕적인 사실을 잊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일본 여자들이 오히려 하룻밤을 즐기기 위해 돈을 가지고 오키나와로 찾아가 흑인 병사들에게 스스로 술을 사주고 몸뚱이를 바치고 있는 것이다.
주애란은 헨리 제이콥스와의 사랑이 끝나자 축 늘어졌다. 그는 너무나 거대한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자신의 몸속에 들어왔을 때 주애란은 숨이 막혀 몸부림을 쳤다. 사랑이 끝나 침대에 네 활개를 펴고 누워 있는데도 황홀한 기분이 사라지지 않았다. 아직도 꿈속을 헤매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출 때 그녀는 이미 잔뜩 달아올라 있었다. 다른 날과는 전혀 달랐다. 나이트클럽에서 맥주를 몇 잔 마신 것뿐인데 취기가 빨리 오르고 걷잡을 수 없이 몸뚱이가 달아올랐다. 춤을 추면서 허리에 얹혀 있던 그의 손이 둔부로 미끄러져 오고 묵직한 것이 복부를 찔러댈 때는 황홀했다. 그녀는 스텝이 엉키면서 흐느적거렸다. 자신도 모르게 제이콥스에게 안겨서 뜨거운 숨결을 토해 냈다.
기분이 좋은 것을 지나서 황홀했다. 어떻게 호텔의 룸까지 올라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의식이 뚜렷하지 않았다. 사랑이 끝나면 샤워를 하고 서둘러 집에 돌아가고는 했는데 그날은 그렇지 못했다. 모든 것이 안개 속의 일이었던 듯이 몽롱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라도 하지.”
이튿날 낮에 학교에 있는데 남편 조한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미안해요. 춘천에 친구들과 함께 내려왔는데 전화하기가 좀 그랬어요.”
주애란은 적당하게 거짓말을 했다. 배터리가 떨어졌다느니,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지역이라는 식의 거짓말은 오히려 상대방을 불쾌하게 한다.
“술 마셨어?”
“네. 좀 많이 마셨어요.”
“속은 괜찮아?”
“괜찮아요. 머리가 멍할 뿐이에요.”
“숙취야. 약이라도 하나 사 먹어.”
조한우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기분이 극도로 나쁜 상태인 것이다. 아직까지 외박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아 엊저녁에 내가 어쩌다가 외박을 한 것일까. 정확하지는 않지만 헨리 제이콥스와 밤새도록 알몸으로 뒹굴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필름이 끊기듯 기억이 중간중간 끊겨 있었다. 조한우도 그녀가 남자들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주애란도 조한우가 여자들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조한우와 주애란은 다정한 부부로 위장한 채 살고 있었다. 어떤 선만 넘지 않으면 서로의 일을 터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묵시적으로 합의하고 있는 것이다.
“김영택 씨 윗선은 부총리 김동철입니다.”
흥신소 소장 박태수가 낮에 찾아와 보고했다.
‘김동철 사단인지는 옛날에 알고 있는 일이야.’
그 사실은 주애란이 이미 알고 있는 일에 지나지 않았다. 김동철은 현직 부총리이니 여간 껄끄럽지 않은 것이다.
“김동철이 약점도 있겠죠?”
“예. 그 양반 여자 문제가 가장 큰 핸디캡입니다.”
주애란은 김동철과 관계를 가진 일이 있다. 이 문제도 그녀가 파악하고 있는 일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 만나는 여자도 있어요?”
“예. 은행원입니다.”
“은행원이라면 새파랗게 젊은 계집애 아니에요?”
“스물다섯 살입니다. 김동철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시킬까요?”
스물다섯 살이라니. 그러면 젊디젊은 계집애인 것이다. 젊은 계집애가 뭐 할 일이 없어서 나이 많은 남자와 뒹구는가. 주애란은 말세라고 생각하면서 속으로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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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애란은 자신이 비정상적인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 가까스로 강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일하는 아줌마가 저녁을 짓는 동안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고 욕실에 들어가 몸을 담갔다. 따뜻한 물속에 눕자 아늑했다. 헨리 제이콥스의 웃는 얼굴이 다시 떠올라왔다. 그와 뜨겁게 뒤엉켰던 생각을 하자 몸이 더워져 왔다. 주애란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직까지 한 번 만난 남자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일이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욕조에 한 시간 동안 누워 있다가 나오자 헨리 제이콥스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도 만날 수 있는지 물으면서 지난밤이 너무 황홀했다고 속삭였다. 주애란은 그가 속삭이는 말에 숨이 막히는 듯했다.
“헨리, 오늘은 안돼요.”
조한우도 오늘은 일찍 귀가할 것이다. 연이틀 외박을 하거나 밤늦게 귀가할 수는 없다. 때때로 아이들에게도 부부가 단란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실망했는데… 내일은 어때요?”
“내일은 괜찮아요.”
조한우는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와 함께 내일부터 일주일 동안 남미 순방길에 오른다. 내일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서 속옷이며 여행 가방을 챙겨주어야 한다. 부부 사이가 신혼 때 같지는 않더라도 조한우와 헤어질 생각은 전혀 없다. 재혼을 한다고 해도 조한우 같은 남자를 만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주애란은 헨리 제이콥스와 내일 만나기로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조한우는 7시가 되자 퇴근했다. 모처럼 네 가족이 모여 식탁에 앉아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조한우는 아이들에게 학교생활에 대해서 묻고 아이들은 연예인 이야기를 했다. 주애란은 아이들에게 게임에 지나치게 몰두하지 말라고 어머니답게 잔소리를 했다.
밤11시가 되자 주애란은 조한우와 함께 침대에 누웠다. 조한우가 손을 뻗쳐 오면 응해줄 생각이었으나 조한우는 그녀의 몸에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잠이 들었다.
‘이제는 나에게 관심조차 없는 것인가?’
조한우에게 지나치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은 탓인지 모른다. IMF 이후 그들의 생활은 많은 변화가 왔다. IMF로 인해 한없이 추락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IMF로 상승한 사람들이 있다. 조한우와 주애란은 IMF로 인해 날개를 달고 날아올랐다. 돈도 많이 벌었고 사회적으로 명사가 되었다. 대한민국 상위층 1%로 진입하면서 생활 패턴이 달라졌다. 가진 것은 돈밖에 없다고 큰소리를 치는 작자들이 있는데 돈을 벌자 각자 인생을 즐기게 되었다.
조한우도 인생을 즐기고 주애란도 인생을 즐긴다. 조한우에게 여자가 있듯이 주애란에게도 남자가 있다. 그러나 무엇인가 잊어버린 것이 있다. 우리가 잊어버린 것이 무엇인가. 주애란은 잠이 오지 않아 엎치락뒤치락했다.
이튿날 주애란은 아침 7시에 일어났다. 아이들 아침을 준비하면서 주애란은 조한우의 여행 가방을 준비했다. 속옷이며 넥타이, 양말과 와이셔츠 몇 벌을 챙겼다. 양복은 한 벌은 입고 가니까 한 벌만 준비했다. 그것만으로도 가방이 가득 찼다.
“아빠에게 인사하고 학교에 가라. 아빠 해외 출장 가셨다가 일주일 후에 돌아오실 거야.”
아이들이 가방을 들고 나오자 주애란이 말했다. 아이들이 소파에 앉아서 신문을 보는 조한우에게 달려가 뽀뽀를 했다.
“공부 열심히 해라.”
조한우는 아이들을 하나씩 안아주고 엉덩이를 두드려 주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자 주애란을 커피를 끓여 조한우 앞에 대령했다.
“별 다른 일은 없지?”
조한우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에 주애란에게 물었다.
“없어요.”
주애란은 건성으로 대답했다. 조한우가 커피를 마시고 안방으로 들어가 옷을 입기 시작했다. 주애란은 조한우의 와이셔츠 단추를 잠가 주고 넥타이를 매주었다. 신혼 때는 출근할 때 하루도 거르지 않고 했던 일이었다.
“나도 키스해 줘야지.”
주애란은 조한우가 여행 가방을 들고 나서자 아파트 현관문 앞에서 팔을 벌리고 눈웃음을 쳤다. 조한우가 피식 웃으면서 그녀를 안아서 키스를 했다.
<다음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