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다큐멘터리 3일’ 캡쳐
13일 방송되는 KBS ‘다큐멘터리 3일’은 봄을 기다리는 공무원 기숙학원 72시간을 담았다.
서울에서 차로 4시간 거리에 있는 경북 안동의 한 기숙학원. 산 중턱에 위치한 공무원 기숙학원에는 공무원이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전국에서 모인 청춘들이 있다.
모두 같은 유니폼을 입고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공부하는 학생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이곳에 모였다.
생애 처음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기숙학원에 입소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 바둑기사의 꿈을 접고 학원의 일을 도우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 등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그들의 청춘을 잠시 유예하기로 했다.
이 학원에는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고 유지하기 위한 독특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휴대전화를 소지할 수 없으며 이성교제는 물론 대화 및 동석도 금지되어 있다.
음주나 게임 역시 금지 대상이다. 이른바 4무 정책. 학생들은 엄격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제발로 입소하여 오로지 공부에만 매진하고 있다. 그들은 속세로부터 스스로를 유배시켰다.
그뿐만이 아니다. 새벽 6시 30분, 사감 선생님의 아침 점호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학생들은 하루 10시간 이상 강의를 듣거나 전용 자습실에서 공부한다.
자습실 책상 곳곳에 붙어있는 포스트잇들은 의지가 약해질 때마다 스스로를 채찍질해왔던 노력의 흔적이다.
밤 11시 40분 취침 점호 후에도, 기숙사 안에 위치한 자습실에는 하루의 공부를 마무리하려는 학생들의 방문이 이어진다.
청년 실업 100만 시대, 그중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무려 35만 명에 달한다.
올해 공무원 채용 규모는 6100여명 수준으로, 환산하자면 매년, 전체 수험생 중 1.7%만이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이들이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이유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고, 노후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무원은 이미 수년째 청년들이 갖고 싶어하는 일자리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이유가 안정성 때문이라면 그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불안정하고, 공무원을 제외한 다른 일자리들이 질적으로 떨어진다는 반증일지 모른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절을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청년들의 고군분투를 72시간 동안 조명해 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