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 전경
[대전=일요신문] 육군영 기자 = “공직선거법 위반이냐, 뇌물수수냐” 구본영 천안시장의 명운이 걸린 항소심 공판이 8일 시작됐다.
구 시장은 2014년 5월 19일 사업가 김병국씨로부터 정치자금 2000만 원을 받은 뒤 그 대가로 김 씨를 천안시체육회 상임부회장으로 임명한 혐의와 2015년 12월 시체육회 직원 채용 과정에서 특정인의 합격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을 맡았던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는 구 시장의 수뢰후부정처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으나, 공직선거법에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벌금 800만 원과 추징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현행법상 선출직 공무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을 때 100만 원 이상의 벌금이 확정될 경우 당선 무효 처리되며 이후 10년간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구 시장은 이번 항소심에 대비해 변호인단에 기존의 법무법인 태평양에 추가해 법무법인 동인을 새로 선임했다. 또 지난 3월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인단의 수석 변호사를 항소심 재판장과 사법시험 동기인 문정일 변호사로 교체한 바 있다.
구 시장은 8일 대전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무죄를 주장하며 “김 씨가 후원인으로서 정치자금을 지원해준다는 말을 듣고 만났을 뿐 후원해주는 액수까지 듣지는 않았다”면서 “해당 후원금이 금액을 초과해 불법자금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 직접 돌려줬다”고 말했다.
이어 구 시장의 변호인단은 “불법 후원금을 받은 날짜로부터 27일 지난 시점에서 후원인에게 반환했으므로 정치자금 부정수수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후원회 회계책임자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처벌 범위를 확대한 것”이라고 변론했다.
그러나 김병국 전 천안시체육회 상임부회장은 “법리적인 문제는 제가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지만 2014년 5월 19일 2000만 원을 구 시장 본인에게 전달했고, 나도 본인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구 시장은 받은 2000만 원을 반환했다고 주장하며 주고 받은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나는 반환 받은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김 씨는 “1심에서 판결된 무죄 혐의에 있어서도 추가 증인신청과 재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검찰이 조사한다면 더할 것이 없겠지만 이전부터 수사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아 이렇게 재판부를 향해 직접 발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 시장 측은 선거관리위원회에 불법 후원금 반환시에 관한 규정과 판례를 재판부에 요구했으며 김 씨는 재판부에 구본영 시장이 1심에서 무죄 판결된 혐의에 대한 재조사 및 증인신청을 요구했으나 검찰은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구 시장에게 1심에서 확인된 진술을 번복한 사유와 김 씨에게 정치자금을 받은 날짜를 재차 확인했다.
구 시장은 진술을 번복한 사유에 대해 “(검찰에서) 진술을 할 당시에는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았고 옛 일을 떠올리는 과정에서 변형된 부분이 있었다”면서 “당시 집에 와보니 아내가 500만 원을 받았다 해서 놀라 밤에 급히 불러 돌려주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구 시장은 돈을 받은 날짜에 대해 “2014년 5월 19일에 받은 것은 맞지만 받자마자 선거사무소의 회계담당인 유 모 씨에게 넘겼다”면서 “이미 1심 재판에서 전부 확인된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재판부는 “이 법의 취지는 정치자금을 필요로 하는 자가 직접 후원금을 받으면 정치자금을 매개로 각종 비리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후원회라는 별도의 단체를 통해 정치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후원회 계좌가 열리기도 전에 받은 것이라면) 정치자금이 아닌 뇌물로 보여지는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30일 안에 돈을 반환한 여부와는 관계없이 후원회를 거치지 않은 자금을 구 시장이 문제제기 없이 직접 받은 사실이 인정되기 때문에 선거법을 떠나 뇌물수수죄의 적용 가능성을 비친 것이다.
재판부는 또 김 씨가 요청한 증인신청(구본영, 부인 정혜정)에 관해 재판부는 검찰측의 요청이 없어도 필요시 재판부 직권으로 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이어지는 2차 공판은 다음달 26일 오후 3시부터 대전고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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