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김종대 국회의원이 청주공항 MRO산업 유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남윤모 기자
[청주=일요신문] 남윤모 기자 = 국방위원회 소속 정의당 김종대 국회의원(비례대표)은 4일 “정부가 주도하고 민·관·군이 협력하는 MRO(항공정비산업·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를 추진해야만 연간 2조원이 훌쩍 넘는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충북 청주가 한국 내 MRO의 최적지인 만큼 충북도와 청주시가 정부를 설득하는 데 함께 나서줄 것을 주문하면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으로서 이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충북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김 의원은 지난달 26~29일 3박4일간의 싱가포르 항공정비산업 현장 방문을 토대로 청주를 거점으로 하는 항공정비산업 육성의 비전을 제시했다. 김 의원이 싱가포르를 방문한 것은 항공정비산업이 세계 3위로 아시아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싱가포르 항공정비산업의 매출액은 8조5000억 원으로 세계항공정비시장의 10%, 아태지역의 25%를 차지한다. 이 시장은 매년 8%씩 성장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내 고용은 2만1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반면 같은 해 한국은 민·관과 군을 합쳐 5조원 정도의 매출이 발생했으나 그마저도 절반은 싱가포르를 비롯한 외국에 유출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시장규모와 역량은 한국이 싱가포르보다 우위에 있다.
지난해 기준 싱가포르는 전투기 100여 기와 민항기 200여 기를 보유한 데 비해 한국은 전투기 430여 기, 헬리콥터 600여 기, 지원기 100여 기와 민항기 426기를 보유하고 있어 내수 규모로만 봐도 서너 배나 크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초음속 훈련기를 제작할 정도로 높은 기술력과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방문단은 싱가포르 내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기관과 시설을 찾아 싱가포르 항공정비 매출액 1, 2위인 STA(Singapore Technologies Aerospace), SIAEC(Singapore Airlines Engineering Company)를 비롯 세계 2대 항공기 엔진 제작사인 P&W(Pratt&Whitney)를 둘러봤다. 또 항공산업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정부기관인 과학기술청(A*STAR·Agency for Science, Technology and Research)도 방문했다.
김종대 의원은 군용기와 민항기의 정비기술이 거의 차이가 없는 만큼 군(軍)정비 능력의 민간 이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민·군 협력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었다. 이번 싱가포르 방문은 이 같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실제 연매출이 2조3000억 원에 달하는 세계 3위 항공정비업체 STA도 그 시작은 1975년 싱가포르공군에서 100% 물량을 받는 내수용 군(軍)정비회사에 시작했다. 이후 민항기 항공정비시장에 진출을 본격화하고 민수물량을 늘린 결과, 현재 싱가포르 공군 비중은 25% 수준으로 떨어질 만큼 민간부문이 크게 성장했다. 군용비행기 정비라는 종자돈을 네 배로 키워 현재 세계 3위의 항공정비업체로 거듭난 셈.
김종대 의원은 “정부가 청주를 이미 국내에서 최적지라고 판단한 전례가 있다”며 “국제공항과 축구장 60개 규모의 에어로폴리스 단지가 있고 국가첨단전략자산인 F-35의 모기지라는 강점, 청주공항을 모항으로 운항을 시작한 저가항공사 등을 고려할 때 청주의 MRO 적합도는 여전히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지금까지 항공산업을 키우지 못한 것은 중앙정치가 실종된 탓”이라고 전제한 뒤 “이번에는 청주에 첨단산업 육성과 일자리창출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도전해 ‘청주형 일자리’의 비전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3000~5000명의 정비인력과 지원 및 부수인력을 포함해 모두 1만명 이상의 고용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의원은 다음달 1일 국회의원회관 8간담회실에서 열리는 ‘군 MRO의 민군융합 촉진을 통한 혁신성장 방안 토론회’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항공정비산업 전력화에 대해 토론하고 청주에서도 2차 토론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김 의원의 이번 싱가포르 방문에는 항공엑스포를 주최하는 등 개항 초기 청주공항 활성화에 힘을 쏟았던 나기정 전 청주시장이 동행했다. 김 의원과 나 전 시장은 지난 2월 청주공항 중심 항공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방안을 마련하기로 뜻을 모았고 그 후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싱가포르 항공산업단지를 나기정 전 청주시장과 방문한 정의당 김종대 국회의원이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김종대 의원실 제공)
김종대 의원은 “정치나 선거에 관계없이 남은 여생을 통해 청주의 MRO 산업을 추진하겠다”며 “다소 시간이 걸리는 일이며 문재인 정부의 공약사항으로도 돼 있어 정부와 청주시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현재 F-35가 청주에 2대 배치됐는데 향후 40대가 배치되면 격납고 공사에 1조원이 들고 1대에 1800억원이며 20년 운영비가 1대당 2500억원이 소요돼 운영비가 더 비싸며 1시간 떴다 내리는 비용이 2000~3000만원 정도 소요돼 향후 운영과 정비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F-35에 대한 정비계획이 준비돼 있지 않아 미국 록히드사와 LOA(협정)로 맺은 계약서상에 록히드사의 대륙창이 있는 일본의 미쓰비시사에서 정비를 받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또 “스텔스기도 3번 비행 이후에는 비행기 도료를 다시 칠해야 하며 이 도료 정비창도 일본과 호주에 있어 일본에 가서 도료를 칠해야 하는 관계로 우리나라 항공권이 일본에 종속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경남 사천은 박근혜정부시절 MRO가 지정됐지만 현재 삽을 뜨지 못하고 있으며, 보잉사가 추진했던 경북 영천의 보잉사와 400억 MOU를 체결한 항공기 정비도 F-15대수가 충족되지 않아 어렵다”고 전망했다.
김 의원은 “충북도와 경제자유구역청은 에어로폴리스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충북도는 산업이라는 성장동력이 빠진 허술한 계획은 멈춰 미래 산업화가 있는 항공정비시설을 유치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일침했다.
또 “산업화 전략이 없는 주먹구구식의 경자청의 이벤트성 배치 계획은 중단해야 한다”며 “터미널은 어디에 만들어도 되는데 현재 조성하고 있는 에어로폴리스 부지는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경자청은 에어로 K의 요구로 청주공항의 제일 좋은 부지를 요구하고 있으며, 항공산업에 대해 미국회사를 접촉하고 있어 현재까지 MRO 항공산업에 대해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정의당 도당위원장은 오는 7월 1일 결정될 것”이라면서 “상당구 민주당 청년위원장에 대해 학내문제에 대해 윤리위원회에 제소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며 현재 정의당에 입당을 의뢰했으나 만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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