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zzang@ilyo.co.kr | ||
국내 카드시장의 1위업체인 LG카드는 막대한 부실채권을 안고 침몰 위기에 처해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증자라는 비장의 무기를 꺼내든 상태.
그러나 LG카드의 증자는 앞길이 험난하다. 이 회사의 대주주인 LG산전은 LG카드 주식 때문에 9백억원대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고, 올해 안에 예정된 LG전선의 계열분리는 LG카드에 대한 LG전선의 증자 참여로 더 늦춰지게 될 판이다.
게다가 LG카드 증자 참여를 명분으로 LG그룹 구본무 회장 일가가 (주)LG생명과학의 주식을 대거 처분한 것도 내부자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시장에서는 LG카드 매각설마저 불거지고 있다.
이 모든 게 카드빚 급증으로 상반기 중 5천억원대의 유상증자를 실시해야 하는 LG카드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LG카드는 지난 4월22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오는 6월 말까지 기명식 보통주 4천5백만 주(액면가 5천원)를 주당 1만1천4백원에 발행하는 유상증자안을 통과시켰다.
문제는 증자에 대주주들이 참여할 것인가 여부. 교보증권의 성정수 애널리스트는 “LG카드 지분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LG계열 개인 대주주들이 증자 참여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연내 계열분리를 LG전선(사장 구자열) 등 LG전선 관련 지분이 최근 장내에서 2.6% 정도 매각됐고 앞으로도 물량이 장내에서 매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대주주의 증자 참여를 통해 자구계획을 짠 LG카드 위기 돌파 시나리오에 어긋나는 행동을 대주주가 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LG카드의 개인 대주주 지분은 29% 정도. 이중 15%는 구본무 회장 일가족이 보유중이고, 나머지 14%는 LG전선 구자열 사장 일가의 보유분. 최근 시장에 나온 물량은 바로 구 사장 보유분이다. 애초 구 사장쪽에선 올해 안에 LG카드에 대한 지분을 3%만 남기고 다 처분해 LG전선과 LG그룹의 계열분리를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카드사 신용위기가 돌출적으로 터져나오자 그만 발목이 붙잡힌 것. 만약 예정대로 계열 분리를 하고 대주주로서 LG카드 증자에 LG전선이 참여하면 계열 분리를 위해서 LG전선이 쏟아야 할 돈은 더 크다.
LG카드는 유보율이 500%로 높긴 하지만 2~3년 전부터 순이익이 감소세로 돌아서고 지난해엔 매출마저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형편이라 계열분리를 앞두고 자사의 이익에 반하는 LG카드 증자에 참여할지 미지수다.
때문에 LG카드 기존 대주주들이 증자에 참여할지는 확신할 수 없는 상태인 것. 여기에 또 다른 대주주인 체리스톤 인베스트먼트 홀딩스(8.9%)의 증자 참여 여부도 미지수. 페이퍼컴퍼니인 체리스톤은 이 주식을 지난 2001년 7월 LG산전으로부터 사들였다.
당시 강력한 구조조정을 하던 LG산전은 이 주식을 체리스톤에 2천9백10억원에 매각했다.
체리스톤은 이 거래 당시 LG카드 주식을 담보로 교환사채와 선순위사채 3천2백17억원을 발행하고 LG산전이 지급보증을 섰다. 이 교환사채 대금이 매각대금으로 LG산전에 흘러들어간 것.
문제는 당시 3만7천원대였던 LG카드 주가가 최근에는 1만7천원대로 하락하면서 벌어졌다. 교환사채 만기일이 오는 7월20일로 돌아옴에 따라 LG카드 주가가 더 빠지면 LG산전은 1천억원에 가까운 돈을 물어줘야 할 판이다.
이렇게 빚보증 관계를 통해 LG카드의 주식을 떠앉은 체리스톤이 LG카드의 증자에 참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때문에 LG카드의 대주주 지분 중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가 불확실한 지분이 최소한 체리스톤의 8.9%와 구자열 사장 계열의 11% 정도 등 20%에 가깝다.
이렇게 되자 증권가에는 LG카드 매각설이 나돌고 있다. LG카드는 최근 “매각설은 사실무근”이라는 공시를 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본무 LG 회장이 최근 신약개발을 재료로 주가가 급등한 LG생명과학 주식을 대거 처분한 것도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 LG쪽에선 LG카드 증자 참여 자금 마련을 위해 처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시장에선 곱지 않은 시선을 보고 있다.
LG카드는 “증자가 성공적으로 끝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LG전선의 지분매각도 “LG카드 증자에 참여하는 자금만큼 매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신뢰를 얻기 위한 LG카드의 유상증자안에 대해 LG전선이 대주주로서 동참할 것을 확신하다”는 것.
문제는 LG카드와 LG전선이 계열분리를 앞둔 별개회사로 각자의 이익이 다르다는 점이다.
LG카드가 인정하는 ‘LG카드 유상증자안’의 불확실한 점은 체리스톤의 참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 정도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최근의 주가하락에 손해를 본 기존 LG카드 소액주주들의 경우 주당 1만1천원대라는 낮은 가격에 배정받을 경우 물타기 효과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투자자들은 신중히 투자하라는 조언을 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대주주들이 모두 증자에 참여하리라는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신용경색을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풀겠다는 LG카드의 복안이 계획대로 될지 업계에선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