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변 메타 개념도(가) 일반적인 유체흐름을 보여줌. 위에서 아래로 유동이 흐르고 있음. (나) 유체 내에 장애물이 있는 경우 유체 흐름을 보여줌. 장애물에 의해 유동이 흐트러짐. (다) 유변 메타물질을 구현한 후 유동을 보여줌. 장애물 이후의 유동은 장애물이 없는 경우 그림 가와 동일함. 또한 장애물이 받는 항력이 사라짐. 결국 장애물은 유동학적으로 은폐됨. (라) 그림 다에서 장애물을 제거하면 유동학적으로 은폐된 공간을 만들 수 있음.
[대전=일요신문] 육군영 기자 = 한국연구재단은 단국대 송영석 교수와 서울대 윤재륜 교수 연구팀이 새로운 개념의 유체역학적 메타물질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사물을 은폐하고 항력을 제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흐르는 물이나 바람으로부터 숨을 수 있는 이번 아이디어는 마치 고요한 태풍의 눈처럼 공기나 물의 흐름에 의한 저항을 줄인 유동(流動)학적 은폐(stealth) 공간을 제시한 것이다.
메타물질로 둘러싸인 공간은 공기나 물의 저항에서 자유로워서 운송수단에 응용될 경우 마치 진공을 주행하는 것처럼 고속으로 달릴 수 있고, 건물에 응용될 경우 바람이나 파도가 우회하도록 할 수 있다.
기존에도 초공동(supercavitation)이나 아진공(near-vacuum)을 이용해 물이나 공기 중을 진행하는 물체의 항력을 저감시키려는 시도가 있었고, 스폰지 같은 다공성 구조에서 항력이 제거된다는 이론적 결과도 있었지만 실제 실험적으로 항력이 ‘0’이 되는(drag-free) 공간을 구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타물질이란 자연계에서 발견되지 않는 새로운 특성을 가지고 있는 물질로, 목표 물리량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마이크로/나노 구조의 설계 및 제작을 통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수학적으로 해석된 압력장과 유동장 (가) 일반적인 유체흐름을 보여줌. 압력장과 유동장을 보여줌. (나) 유체 내에 장애물이 있는 경우 압력장과 유동장을 보여줌. 장애물에 의해 유동이 흐트러짐. (다) 유변 메타물질을 구현한 후 압력장과 유동장을 보여줌. 장애물 이후의 유동은 장애물이 없는 경우 그림 가와 동일함. 또한 장애물이 받는 항력이 사라짐. 결국 장애물은 유동학적으로 은폐됨. (라) 그림 다에서 장애물을 제거하면 유동학적으로 은폐된 공간을 만들 수 있음.
전자기파에 대해 주로 보고되어 온 메타물질 투명망토(invisibility cloak)의 개념을 유변학(Rheology)에 접목시켜서 기존에 보고된 바 없는 새로운 개념의 유변 메타물질(rheological metamaterial)을 개발한 것이다.
지금까지 좌표변환에 기반하여 유체 역학적 현상의 제어를 위한 메타물질 개발은 이론적, 실험적으로 보고된 바 없다.
연구진은 투명망토가 메타물질로 굴절률 분포를 변형시켜 물질을 광학적으로 은폐하듯이 물체 주변을 흐르는 유체의 점도(viscosity) 분포를 변형시켜 유동학적으로 은폐된 공간을 만들어냈다.
공간의 수학적 설계와 변형을 통해 유체 흐름이 완전히 배제된 공간을 가상으로 구현함으로써 이 공간에 놓인 물체는 항력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한 것이다.
설계된 메타물질은 마이크로 수준에서부터 거대 건축물까지 크기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공간 별로 점도를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는 단위셀(~200㎛)을 이용한 마이크로유체시스템(microfluidic system)에서 검증한 결과 2차원 유체 흐름 하에서의 일반적인 점성유체와 비슷한 크기의 항력(110uN)을 5배 이하로 감소시켰다.
송영석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차세대 운송수단에 적용할 수 있고 군사, 항공우주 분야에 활용할 수 있으며 재난 방재 구조물에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송영석 교수
송 교수는 “연구에서 개발된 유변 메타물질이 운송수단에 적용된다면, 운송수단의 외형에 관계없이 아무런 항력도 받지 않게 돼 운송수단이 마치 진공을 주행하는 것처럼 움직일 수 있고, 이에 따라 엄청난 연료효율의 증가와 쾌적한 주행 안정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변 메타물질이 전투기, 잠수함, 미사일, 우주선 등에 적용이 된다면 해당 물체가 날아가는 동안 받는 유체의 항력이 감소하므로 그 속도가 현저히 증가할 뿐만 아니라 공기 마찰음이 최소화되기 때문에 소리 및 유동을 통한 탐지가 되지 않는 장점도 구현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특히 “태풍 및 해일 등 자연재해 또한 유체 운동량의 이동이므로 유변 메타물질로 보호하고자 하는 구역을 감싸도록 건축물을 설계하면 메타물질 내부로 유체의 운동량이 전달되지 않으므로 자연 재해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유동에 대한 은폐(stealth) 뿐만 아니라 유동을 집중(concentation) 및 회전(rotation) 시킬 수 있는 유변 메타물질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특정 공간에 좌표계를 압축하면서 동시에 주위를 팽창하면 전체 에너지양은 보존되면서 목표 공간에만 유체 에너지를 응집시킬 수 있어, 이를 이용해 주위 흐름 대비 몇 배 가량의 유체 에너지를 응집시킬 수 있는 메타물질을 설계 및 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또한 특정 공간 주위의 좌표계를 일정 각도로 뒤틀어주면 해당 공간 내부의 유체 흐름의 방향을 임의로 조종할 수 있으므로 주위 흐름 대비 특정 각도만큼 꺾여서 흐르도록 하는 메타물질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 및 교육부·한국연구재단 이공학 개인기초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 연구의 결과는 물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8월 13일자에 논문명 ‘Hydrodynamic Metamaterial Cloak for Drag-Free Flow’로 게재됐다.
ilyo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