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 윤석열의 칼, 어디로 향할까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목표는 조 장관이다. 조 장관 주변 인물이나 가족 혐의를 밝혀내는 것으로 끝난다면 윤 총장이 엄청난 비난을 받게 된다. 검찰 개혁하려는 조 장관 임명을 막으려고 무리수를 뒀다고 할 것 아닌가. 조 장관을 잡지 못하면 윤 총장뿐만 아니라 검찰 전체가 역풍을 맞게 된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검찰이 조 장관을 기소하지 못하면 끝이다. 조 장관 부인 사문서 위조 같은 혐의로는 약하지 않나. 그 정도 밝혀내는 것으로 끝난다면 검찰 내부에서도 치욕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의 검찰 출신 변호사는 조-윤 대결에서 윤 총장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변호사는 “검찰이 영장 청구하기까지 계좌 추적 등 물밑에서 할 수 있는 수사를 했을 거다. 청문회 일정 중 공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은 조 장관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결정적인 한 방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뜻밖의 수확도 얻었다. 조 장관 집을 압수수색하지도 않고 집에 있던 PC 하드디스크를 2개를 입수하게 된 것이다. 조 장관 부인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평소 재산관리를 해주던 증권사 직원에게 하드디스크를 교체해달라고 부탁했다. 검찰은 이 직원을 추궁해 하드디스크를 입수했다. 조 장관 부인이 증거인멸을 목적으로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것이라면 하드디스크에는 조 장관 일가 범죄를 입증할 증거가 다수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 인사들은 이 하드디스크 입수가 이번 수사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봤다. 검찰은 지난 14일 사모펀드 의혹 핵심 인물인 조 장관 5촌 조카도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일단 칼자루는 윤 총장이 쥐게 된 셈이다.
# 조국의 반격 카드는
여권에서는 윤 총장을 그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하다. 이대로 밀리면 남은 정권 임기 동안 계속 검찰에 끌려 다닐 수 있다. 조 장관뿐만 아니라 여권 인사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진행될 수도 있다. 문제는 검찰총장 임기가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라고 해도 윤 총장을 컨트롤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권이 쓸 수 있는 반격카드는 무엇이 있을까.
한 변호사는 “임기제인 검찰총장을 건드릴 수 없다면 주변을 정리하면 된다. 다음 수순은 검찰 인사와 예산을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장과 실제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장을 교체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국장은 문재인 라인이라는 이야기가 있어서 소통이 된다면 그대로 둬도 된다. 서울중앙지검장은 임기제가 아니다.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라인인데 (조국 수사를 방해하려는 외압이라는 여론의) 몰매를 맞아도 교체를 강행할 거 같다”면서 “검찰총장은 임기가 있으니 직접 통제하지 못하더라도 손발을 잘라내는 식으로 압박할 거 같다”고 했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 출신인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도 자신의 SNS를 통해 “조국 장관은 취임 직후 인사권을 휘둘러 검찰을 무력화시킬 것 같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청와대가 임명 강행을 결정했을 때 이미 그 부분에 대한 결정도 끝났을 것”이라며 “정치검찰 프레임을 씌워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하나회 숙청같이 전격적으로 단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인사를 통한 윤 총장 압박은 이미 현실화됐다. 윤 총장은 당초 측근인 강진구 수원고검 사무국장을 대검 사무국장에 임명하려 했다. 대검 사무국장은 수사지원비, 특활비 등을 담당하는 핵심 보직이다. 그런데 법무부는 대검에서 올린 사무국장 인사안 결재를 미루고 있다. 법조계에선 조 장관이 다른 이를 임명하려 한다는 소문이 돈다.
향후 여권이 검찰을 패싱하고 경찰에 힘을 실어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번 사태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것은 경찰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야권 인사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1차 수사종결권 부여 등 경찰에게 유리한 정책이 대거 추진되면 검찰 내부에서 ‘윤 총장이 정권과 각을 세우는 바람에 우리가 피해를 본다’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검찰 내부 자중지란을 유도해 윤 총장 리더십을 훼손시키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여권과 경찰이 합작해 검찰을 공격하는 그림이 그려질 수도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9일 조국 장관 딸 생활기록부가 유출된 사건을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피의사실공표 의혹이 있는 검찰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일각에선 윤석열 찍어내기가 시도되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있다. 여권이 이미 오래 전부터 윤 총장 관련 정보를 수집해놨을 것이란 분석도 비슷한 맥락이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법무부가 윤 총장 처가와 관련된 의혹을 내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법무부는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최근엔 정치권에서 민주당 인사가 윤 총장 장모 사건 관련자들을 접촉하고 다닌다는 소문도 돌았다. 윤 총장 장모는 과거 다양한 사기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았다. 장모 사건 한 관련자는 “전직 민주당 인사와 만난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이 인사는 “최근 그 분이 윤 총장 관련 뉴스를 보고 저한테 ‘윤 총장 그냥 놔두면 안 되겠다’고 하긴 했다. 하지만 그 인사는 오래 전 민주당을 떠난 사람이고 현재는 민주당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이다. 저와는 원래부터 친분이 있어 만난 것뿐”이라고 했다.
# 수사결과 따라 여권 지형 요동
조국 장관의 운명은 여권 전체와 연결되어 있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에서 조 장관을 육탄 방어했고, 문 대통령은 조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검찰이 조 장관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여권엔 최대 호재다. 반대로 조 장관 혐의가 입증된다면 여권 전체가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런 위기감이 여권 내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민주당 의원들은 조 장관 문제로 지역 주민들에게 질책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총선을 코앞에 둔 민주당 의원들은 신경이 곤두서 있다.
한 전직 국회 보좌진은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하면 언제든지 등을 돌리는 게 정치인 속성이다. 과거 친박(친박근혜) 자처하던 인사들이 (탄핵 사태 이후) 어떻게 돌변했는지 목격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여권 내에서 청와대를 향한 비판 목소리가 터져 나올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인사청문회 정국 당시 민주당에서 유일하게 조 장관 용퇴 결단을 공개 촉구한 박용진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용퇴를 촉구한 사람은 나뿐이었지만) 내게 전화하거나 직접 만나 응원해준 우리 당 의원이 2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여권 내 계파갈등으로 비화될 여지도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번 조 장관 임명 강행으로 문 대통령 레임덕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
역대 장관 낙마 사례 살펴보니 DJ 시절 안동수 ‘충성메모’ 들켜 43시간 만에 사퇴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조 장관 동생 전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조 장관 배우자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 장관 본인의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임명한다고 했지만 검찰 내부 수사문건에는 조 장관이 ‘피의자’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자 조 장관이 중도 낙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에도 임기 초반 낙마한 장관들이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장관급인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14일 만에 자진 사퇴하며 역대 최단기 금감원장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김 전 원장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출장을 다녀온 사실이 논란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공세에도 임명을 강행했다. 대신 선관위에서 김 전 원장 행위가 위법이라는 유권해석을 하면 해임시키겠다고 했다. 선관위는 김 전 원장 행위가 위법이라고 판단했고 김 전 원장은 자진사퇴했다. 김영삼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이었던 박희태 장관은 딸의 대학 특례입학 논란으로 취임 10일 만에 사퇴했다. 불법은 없었지만 여론이 악화되자 자진 사퇴를 선택했다. 김대중 정부 안동수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에게 ‘충성 메모’를 보낸 사실이 밝혀져 임명장을 받은 후 43시간 만에 사퇴하기도 했다. 김명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