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19일 한나라당 대선상황실에서 이회창 후보 의 패배를 안타깝게 바라봤던 서청원 대표(오른쪽)와 최병렬 의원이 올 6월 전당대회에서 당권경쟁을 벌이게 된다. | ||
6월 중순께로 예정된 한나라당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나라당 당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까지 ‘포스트 이회창’ 자리에 오르기 위해 강재섭 김덕룡 김형오 이재오 최병렬 의원 등 많은 인사들이 속속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태다. 아직 정식 선거전이 펼쳐지기 전이지만 ‘표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지구당위원장들을 포섭하기 위한 후보들의 발걸음은 나날이 빨라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 안팎에선 당권 경쟁이 결국 최병렬-서청원 2강의 싸움으로 귀결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선 패배 이후 차기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을 하고 2선으로 물러났던 서 대표는 아직 정식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상태. 하지만 서 대표측 인사들은 이미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정지작업을 하고 있다. 실제로 당 안팎에선 서 대표측이 이미 다른 당권주자들보다 더욱 활발하게 물밑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 대표의 당권 행보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바로 서 대표측의 부산·경남(PK)권 공략 움직임이다. 서 대표는 최근 당내 PK권 인사들을 자주 접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PK권 공략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 대표측의 이런 움직임에 미묘한 시선이 모아지는 이유는 PK지역이 당권 경쟁자인 최병렬 의원의 ‘안방’이나 다름없는 곳으로 인식돼 온 탓이다.
최 의원은 부산고 출신으로 당내 부산고 출신과 민정계 출신 PK 중진 인사들의 적극적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PK지역 공략에 서 대표측이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근거는 무엇일까.
서 대표측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PK지역의 경계심이 결국 서 대표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 설명한다. 현재 정가에선 노 대통령이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과 더불어 부산지역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란 예측을 하고 있다.
서 대표측은 “(노 대통령은) 내년 총선 부산지역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남은 임기를 어렵게 끌고갈 수밖에 없다. 부산지역에서의 혈전이 불가피한 것이다. 그런데 참신성과 개혁성을 화두로 노 대통령이 부산을 집중 공략할 경우에 우리 당 간판이 극보수의 대표격인 최병렬 의원이라 생각해 보라”고 지적했다. 민정계 출신의 보수 인사 최 의원을 간판으로 내걸고는 또 한 번 불어닥칠지 모르는 ‘노풍 신드롬’에 필적하기 힘들 것이란 논리다.
서 대표측의 한 관계자는 “최근 우리 당 내부 여론조사를 해봐도 당의 보수성향 유지에 대해 대부분 당원들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며 “최 의원이 당대표가 될 경우 부산지역이 (총선 때)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인식이 지역 내에 확산중이며 우리도 이런 논리를 역설하는 중”이라 주장했다.
서 대표측은 “현재 여론조사를 해보면 최 의원이 PK지역에서 1등으로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부산지역에선 50% 정도, 경남지역에선 40% 정도가 무응답층으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서 대표측은 “노무현 바람에 대한 경계의식과 YS 향수 등이 맞물리면 부산뿐만 아니라 인근 경남지역까지 서 대표 지지세가 확산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처럼 서 대표측은 눈을 부릅뜨고 최 의원의 ‘안방’을 노리고 있는 형국이지만 최 의원측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이회창 후보와 겨뤘던 대선 후보 경선에서 PK지역의 최 의원에 대한 뜨거운 지지도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최 의원측 한 인사는 “지난 경선 당시 PK지역 유권자들이 ‘이번만큼은 대선이 코앞에 있으니 이회창 후보에게 양보하십시오. 하지만 우리가 지지하는 분은 최 의원입니다’라고 말하는 걸 자주 들었다”고 밝혔다. 최 의원측의 다른 관계자는 “부산지역에선 우리가 100%에 가까운 지지를 받고 있으며 경남지역도 비슷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여론조사에서 유보층이 PK지역에서 많이 나오는 것에 대해 “어떤 선거에서든 PK지역 유권자들은 막판까지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특성을 보여왔다”고 밝혔다.
그는 최 의원의 보수성향이 노 대통령의 개혁이미지와 맞서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과 YS의 간접 지지 등을 거론하는 서 대표측 입장에 대해서도 “안티 보수와 YS의 지원을 결부시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 아닌가”라고 폄하했다.
최병렬 의원측은 오히려 서 대표의 안방이라 할 수 있는 충청지역에 대한 공략도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최 의원측 한 인사는 “서 대표가 충청지역 출신이고 현재 여론조사에서 충청권 1위를 달리는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서 대표가 PK지역에서 거둘 성과보다는 우리가 서 대표의 안방인 충청지역에서 거둘 성과가 더 클 것”이라 밝혔다.
이러한 자신감의 근저에는 김용환 의원(충남 보령·서천)과 유한열 의원(전국구)이 자리잡고 있다. 최 의원측은 “김용환 유한열 두 의원이 우리를 위해 적극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환 의원은 지난해 이회창 전 총재가 충청권 공략을 위해 영입했을 만큼 지역 영향력이 큰 인물이며 유한열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충남지역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바 있다. 두 의원 모두 충남지역에서만 네 번 지역구 의원을 지냈다. 김 의원은 과거 민정당 시절부터 최 의원과 가깝게 지내온 사이며 유 의원은 민자당 시절부터 최 의원과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진다. 최 의원측은 충남권에서 영향력이 큰 이들 인사들의 지원사격 덕에 벌써 충남권에서 3분의 2 정도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자신하는 분위기다.
서 대표측은 이에 대해 “김 의원이나 유 의원 모두 충청권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인 것은 분명하지만 대표직에 출마할 후보 본인이 직접 뛰게 되면 당원들이 누굴 더 지지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다른 지역 출신 인사를 돕는 충청권 인사보다는 충청 출신의 당권 후보가 미칠 충청 민심에 대한 영향력이 훨씬 클 것이라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