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비당권파와 손학규 대표의 갈등이 점점 격화되고 있다. 이준석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좌)은 10월 23일 손학규 대표(우)의 당비가 타인의 계좌에서 입금됐다고 주장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변혁 소속이자 지난 18일 ‘당직 직위 해제’ 징계를 받은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회의에서 “2019년 1월부터 7월까지, 7차례에 걸쳐 손 대표의 당비 1750만 원을 임헌경 전 사무부총장과 다른 당원 이 아무개 씨가 번갈아 가며 대납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 내부인이 제보한 당비 납부 현황을 제시했다. 자료에 따르면 입금자명(손학규)과 송금한 계좌의 소유자(임 전 부총장)가 다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정치자금법, 정당법, 형법의 배임수증재죄로 매우 심각한 처분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오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조사의뢰서를 제출하고, 규명이 안 될 경우 수사기관 등에 추가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손 대표는 경위를 해명해야 하며, 이 사안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당원 자격 정지와 대표직 궐위로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당법 제31조 2항에 따르면 당원은 같은 정당 타인의 당비를 부담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당비를 부담하게 한 사람은 확인된 날로부터 1년간 당원 자격이 정지된다.
반면, 손 대표 측은 ‘대납’이 아닌 ‘심부름’이라고 반박했다. 장진영 당 대표 비서실장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임 전 부총장이 다른 당직자의 당비 납부를 독촉하기 위해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본인이 제때 맞춰 내고, 손 대표 측으로부터 송금받은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말하면 헛발질”이라고 받아쳤다.
대납자로 지목된 당원 이 씨는 손 대표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동아시아미래재단의 개인 비서라며, 이 씨가 임 전 부총장에게 한 달 당비에 해당하는 250만 원을 여러 차례 입금한 은행 기록을 언론에 공개했다.
손 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내가 이 씨에게 현금으로 당비를 줬다”며 “개인 비서가 처음에는 임 전 부총장을 당으로 생각해 보내다가 임 전 부총장이 그만둔 뒤에는 당 계좌로 직접 보내고 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손 대표는 이 전 최고위원을 향해 “선관위 고발하면 나중에 자기가 당할 것”이라며 “젊은 사람들이 정치를 제대로 배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이렇게 정치를 치사하게 해서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