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일요신문 DB
거기까진 그나마 문제가 없었다. 논란은 박원순 시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 보도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박 시장은 최근 있었던 조 전 장관 의혹 보도에 대해 “언론이 진실인지 아닌지 판단해서 기사를 써야 하는데 누가 이야기하면 무조건 쓴다. 정상적 국가가 아니다”라며 “언론의 자유는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 언론에만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박원순 시장이 되레 tbs교통방송의 편향성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주진우 전 시사인 기자가 음악 방송 진행자로 섭외되자 tbs교통방송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tbs교통방송은 주진우 전 기자가 진행하는 음악 방송을 9월 30일부터 시작했다. 평생 탐사보도를 해온 주 전 기자가 음악 방송을 진행한다는 게 납득하기 힘들다는 업계의 지적이 나오자 tbs교통방송은 “주진우 전 기자가 음악에 조예가 깊어 선정했으며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방송이 시작된 지 한 달도 안 된 10월 28일 주 전 기자 방송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출연해 내년 제21대 총선 출마를 알렸다.
박원순 시장 취임 뒤부터 tbs교통방송과 인연을 맺은 주요 인사는 대부분 친여권 인사들이었다. 방송인 김어준을 비롯 배우 김규리, 코미디언 김미화, 이석기 전 의원 석방 운동을 펼친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이숙이 전 시사인 편집국장, 나꼼수 출신 방송인 김용민 씨 지지자 가수 이은미, 정봉주 전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교통·기상 정보 전문편성채널로 분류되는 tbs교통방송은 2011년 박원순 시장 취임 뒤에는 시사 위주로 보도채널화 됐다. 특히 2013년에 큰 변화가 있었다. 2013년 3월 15일 tbs교통방송은 한국기자협회에 가입해 언론사로 모양새를 바꿨다. 결정적이었던 건 2013년 8월 서울연구원이 서울시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박 시장 맞춤형 ‘tbs교통방송 진단 및 발전 방안’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에는 단순한 교통·기상 채널을 넘어 시민 맞춤형 언론사가 되려는 박 시장의 목표가 담겼다. ‘시민을 위한 방송’이라는 향후 목표가 적혀 있었던 것. “최근 tbs의 방향성은 시민이 주인이 되는 방송이다. 그 방향성을 구현하는 콘텐츠로 가고 있고 체계화 및 구체화, 강화되는 단계를 실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교통·기상 정보 전문편성채널인 tbs교통방송이 보도 위주의 방송을 거듭하는 데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 건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까닭이다. 전문보도채널이 아닌 방송사가 보도를 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돼 있다. 하지만 tbs교통방송은 독립된 법인이 아닌 서울시 산하라는 모호한 지대에 있어 방송통신위원회의 손길이 닿지 않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우리는 TV조선, 채널A, JTBC, MBN 등 종합편성채널과 YTN, 연합뉴스TV 등 보도전문채널 등의 채널만 관리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10월 25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한 박원순 시장. 사진=‘김어준의 다스뵈이다’ 방송 화면 캡처
교통·기상 정보 전문편성채널 tbs교통방송이 보도 위주 방송을 하는 행위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보도 내용 자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를 받는다. 지난 10월 2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6월 12일 방송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경고를 결정했다. 2017년 이후 tbs교통방송이 받은 방심위 제재 건수는 14건에 이른다.
방심위 징계 가운데 11건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나왔다. 6건은 중징계인 법정 제재였다. 김어준이 받아 든 징계 내역에는 비방이나 비속어 사용도 있다. 또한 반복적으로 특정 상품의 협찬 내용을 알리다 ‘협찬 고지 등에 관한 규칙’을 위반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시의 tbs교통방송 지원은 갈수록 늘고 있다. tbs교통방송이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매년 3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tbs교통방송에 쓴다. 2017년에는 310억 원, 2018년 316억 원, 올해는 357억 원으로 증가했다.
일부 진행자의 진행료는 나날이 높아져 간다. 일부 매체는 김어준의 회당 진행료가 100만 원으로 라디오 진행자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상파 라디오 진행자보다 1.5~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감에서 관련 질의가 있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프리랜서 진행자의 출연료는 민감한 개인정보”라며 출연료 공개를 거부해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
광고도 집중된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가 올해 1~6월 교통방송 등 라디오 채널 6곳에 집행한 시정 홍보 광고비의 43%(9934만 5000원)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지출됐다.
더 큰 문제는 서울시가 tbs교통방송의 예산 사용처를 비공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국정감사 때는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주승용 국회부의장은 “수백억 원의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tbs교통방송이 예산 사용처를 비공개하고 있다. 서울 시민에게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보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