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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컵을 앞두고 각 증권사들은 몇몇 종목을 ‘월드컵 수혜주’ 라며 매수 추천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수혜’는 보이지 않는다. 위쪽은 응원중인 붉은악마, 아래쪽은 한 증권사 객장. | ||
2002한·일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경제계 최대 화제는 어떤 기업이 월드컵의 수혜를 톡톡히 볼까 하는 부분이다. 월드컵 마케팅 규모가 최대 6조원대에 이른다니, 돈벌이가 목적인 기업들로서는 군침이 돌 만한 시장임은 당연하다.
당연히 서울 증권시장의 관심도 월드컵 호재에 쏠려 있다. 그래서 등장한 단어가 ‘월드컵 수혜주’란 것. 물론 이 단어는 증권 관계자들이 만들어낸 말이다. 월드컵으로 가장 크게 이득을 볼 기업이라는 뜻.
지난 4월 말~5월 중순에 걸쳐 각 증권사들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월드컵 수혜주로 대개 내수관련업종과 숙박업, 광고업, 운송업종 등을 수혜종목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월드컵 개막을 코앞에 둔 현재 각 증권사에서 월드컵 수혜주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며 내놓은 추천종목들이 과연 ‘월드컵 효과가 있느냐’ 하는 점에 대해서는 갈수록 고개를 젓고 있다.
‘아니면 말고’식 증권사 추천이 그동안 자주 등장했던 테마이긴 했지만, 이들을 믿고 투자에 나섰던 개미 투자자들은 월드컵이 막상 다가온 시점인데도 주가가 제자리서 맴돌아 가슴앓이만 하고 있다.
원래 증권시장의 속성이 이벤트가 닥치기 6개월 전이 고점이고, 그 이후부터는 수익을 낸 투자자들이 주식을 처분하는 기간이다. 따라서 뒤늦게 월드컵 수혜주라는 말만 믿고 뛰어든 투자자들은 결국 상투만 잡은 게 아니냐는 얘기.
그런데 중요한 것은 과연 증권기관들이 한결같이 목소리를 냈던 것처럼 월드컵 효과가 있느냐는 부분이다. 무엇이 월드컵 효과이고, 무엇이 개별기업의 수익에 도움을 주었는지 산술적으로 계산이 되느냐는 지적.
한국개발연구원의 계산에 따르면 월드컵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총 3조4천억원의 지출이 있고, 이로 인해 5조3천억원의 부가가치가 생겨나는 파급효과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최소한 5조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 같은 분석을 발판으로 대우증권, KGI증권, 한국투자신탁증권 등은 지난 4월 말~5월 중순에 걸쳐 월드컵 수혜주란 테마로 긴급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우증권의 경우 월드컵 수혜 예상기업으로 대한항공(적극 매수)과 현대자동차(매수), LG전자(매수), 제일기획(단기 매수), 호텔신라(중립) 등을 꼽았다.
KGI증권은 월드컵이 호텔업을 비롯, 여행, 관광, 항공, 음식료, 백화점업종, 방송, 광고업종에 혜택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중 KGI가 매수의견을 제시한 종목은 하이트맥주, 제일제당, 롯데칠성, 동양제과 등 음식료업체.
이들은 추천업종 중 신세계나 제일기획, LG애드, 대한항공, 아시아나 등은 펀더멘털상 적정주가에 도달했던가 아니면 그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매수 의견을 내기 힘들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신탁증권의 경우 4월 말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월드컵 수혜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서주관광개발, 호텔신라, 현대백화점, 제일기획, LG애드, 오리콤 등을 꼽았다.
그러나 어딘지 추천사유가 미덥지 않다는 것이 많은 투자자들의 견해이다. 이 세 편의 보고서 중 두 편에서 매수 추천을 받은 대한항공의 예를 보자.
대한항공은 이 보고서 외에 지난 4월 말 미래에셋증권으로부터도 매수 추천을 받았다. 대한항공이 매수 추천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월드컵 관광객이 폭증해 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 때문.
사실 이 같은 분석은 그리 틀린 것도 아니다. 예년 같으면 5월과 6월은 관광 비수기인데, 월드컵으로 대한항공의 좌석이 연일 매진사태를 보이니 수익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은 당연하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대한항공의 주가는 증권사들의 집중적인 매수 추천 제의가 있던 4월 말부터 횡보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4천원대 후반에서 시작한 상승 랠리가 근 반년 동안 진행되면서 1만9천원 때까지 치솟았다가 횡보하는 시점에 매수 추천 제의가 집중된 것.
이렇게 되자 일부 개미 투자자들은 증권사들이 상승 여력이 부치는 종목에 ‘매수 추천으로 상승모멘텀을 주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미 오를 만큼 오른 종목을 추천해 자신들이 보유중인 물량을 터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제일기획의 경우는 더 심하다. 지난 4월 20만원 가까이 치솟았던 제일기획 주가는 증권사의 복수 매수 추천이 나온 뒤 급락세로 돌아서 지금은 20일선과 60일선이 무너지면서 하향랠리를 시작했다. ‘매수’ 추천 제의가 곧 내림세가 시작됐다는 신호등인 셈.
증권가 일각에선 월드컵 수혜주를 꼽기엔 테마가 너무 약하다는 반응도 있다. 4월 이후 증시가 조정을 받는 국면에서 수혜주라고 내놓기엔 시장 상황이 너무 안좋다는 것. 때문에 지난해부터 써먹었던 내수 관련 소비재주를 월드컵 수혜주란 이름으로 포장해 다시 띄웠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없지 않다.
하반기 시장을 받쳐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수출 관련주들이 힘을 못쓰는 상황에서 다시 전형적인 내수 관련주인 음식료업종이 다시 뜨고 있다. 또 환차익이 기대되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의 매수 추천 제의가 잇따르는 등 월드컵 특수라고 부를 만한 일이 증시에서 사라지고 벌어지고 있다.
물론 월드컵 특수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한국개발연구원은 ‘한일 월드컵의 경제적 파급효과’란 보고서에서 경기장이나 도로 건설 등에 2조3천8백82억원이 투자되고 조직위 운영비 등으로 1조8백25억원이 집행되는 등 5조3천3백57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2년간 국내 경기 활성화의 불씨를 담당했던 건설업종의 경우 어느 정도 월드컵 수혜가 있었고, 시기적으로 이미 반영된 것도 월드컵의 영향 덕택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지출을 넘어선 그 파급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개막을 코앞에 둔 지금도 미지수다. 횡보장세를 거듭하는 국내 증시에 월드컵 수혜주라는 테마가 거의 통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