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SBS 스페셜 캡처
22일 방송되는 ‘SBS 스페셜’ 575회는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다 하지 못한 말’ 1부로 꾸며진다.
어디에나 있었던 사람이 있다.
1987년 故 박종철, 故 이한열, 故 정연관 등 공권력에 의해 사망한 청년들의 가족들에게 방패이자 지팡이가 되어주었던 사람, 요한.
그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현장에서 생존자를 구조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2년 괴짜 같은 행동으로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강원도 정선군 봉화치 마을의 자연인, 씨돌.
하지만 그는 어디에도 없었다.
故 정연관 상병이 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 폭행당해 숨졌다는 진실을 밝힌 뒤 요한은 홀연히 사라졌다.
봉화치 마을의 자연인이었던 씨돌 역시 아무런 말없이 갑작스럽게 마을을 떠났다.
세례명 ‘요한’이자, 자연인 ‘씨돌’이었던 그의 진짜 이름은 ‘김용현’.
2019년 그를 다시 만난 곳은 다름 아닌 병원. 용현은 뇌출혈 후유증으로 오른쪽 몸이 마비된 상태였다.
그는 간신히 움직일 수 있는 왼손으로 한결같이 남을 위해 살았던 자신의 삶에 대해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대답했다.
지난 6월 용현의 이야기가 방송된 후 현재 그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48년 전 용현에 대해 특별한 기억이 있다는 한 사람을 만났다.
1971년 고등학교 3학년 당시 용현과 단짝으로 지냈다는 황진희 씨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어디서 무얼 하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고 했다.
졸업 후 한 번도 연락이 닿지 않아 분명 신부님이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오래전 용현의 집을 방문했던 그 날을 떠올린다.
용현의 어머니 최해연은 “못난 엄마 만나서 아들이 더 잘되지 못했다는 그런 아픈 마음이 항상 있어요”라고 말했다.
용현을 길러준 어머니를 만났다.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용현의 어머니가 되어야 했던 최해연 여사. 그녀는 고민과 걱정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최해연 여사를 어머니로 남을 수 있게 조언해주었던 분은 바로 김수환 추기경이었다.
지난여름부터 이어진 최해연 어머니와의 만남을 통해 용현이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을 실천할 수 있었던 진정한 이유에 대해 한 발짝 다가가 본다.
한편 이국적인 풍경, 광활한 대자연이 담긴 사진 속에서 33세의 청년, 용현을 발견했다. 사진이 촬영된 곳은 남미 이과수 폭포. 그는 어떻게 머나먼 타국에까지 자신의 흔적을 남기게 된 것일까.
남미 현지의 취재를 통해 용현의 네 번째 이름과 지구 반대편에서 실현했던 놀라운 행동을 따라가 본다.
이과수 폭포 사진을 들고 다시 만난 용현은 지난 33년 동안 깊이 숨겨두었던 가슴 아픈 기억을 꺼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