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에 그토록 기다리던 전화가 걸려왔다. 20년째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거액의 기부를 이어 오고 있는 그의 연락이 온 것이다.
5만원 다발과 묵직한 돼지 저금통이 든 상자를 조용히 놓고 떠나 ‘노송동 천사’로 불리는 그는 올해도 ‘돈 상자를 찾아가라’는 짧은 말만을 남긴 채 사라졌다.
그런데 잠시 후 주민센터가 발칵 뒤집혔다. 전화를 받고 1분도 채 안된 그 사이 기부금 상자가 감쪽같이 없어진 것이다.
당황한 주민센터 직원들은 CCTV를 뒤져 돈 상자를 들고 도망간 이들의 차량을 찾아냈다.
CCTV를 본 주민센터 직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천사 기부자’가 돈 상자를 놓고 간지 불과 37초 만에 범인들은 모든 범행을 끝낸 것이다.
범인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CCTV를 분석한 경찰 역시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범인들은 차량 번호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물을 묻힌 휴지로 번호판까지 가린 것.
이 소식을 들은 기부천사 역시 이례적으로 다시 전화를 걸어 왔다.
주민센터 동장은 “천사분께서 아유 황당스럽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느냐 다시 한 번 잘 찾아봐라”고 말했다.
그런데 사건 당일 범인들이 경찰에 체포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철저한 계획과 연습으로 완벽 범죄를 꿈꿨던 범인들이 겨우 5시간 만에 붙잡힌 것이다.
어떻게 경찰은 흔적조차 안 남기고 사라진 범인들을 그리 쉽게 잡을 수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그들이 가져간 기부금 6000만 원은 대체 무엇에 쓰려고 범행을 실행한 것일지 천사의 마을을 충격에 빠뜨린 노송동 성금 도둑 사건의 전모를 살펴본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6억만 주면 결혼해 준다던 선주 씨가 돈만 받고 한수 씨 곁을 떠난 진실을 파헤쳐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