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의 한 사립 유치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과 관련, 해당 유치원이 보존식을 보관하지 않아 원인 규명에 차질이 생겼다. 사진=YTN 뉴스화면 캡처
경기 안산상록경찰서는 28일 안산 A 유치원 학부모 7명이 이 유치원 원장 B 씨에 대해 식품위생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정확한 식중독 발병 원인 규명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치원 측이 문제의 급식 보존식을 일부 보관하지 않은 사실까지 드러난 탓이다. 보존식이란 식중독 발생 등에 대비해 집단급식시설에서 의무적으로 음식 재료를 남겨 144시간 동안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학부모들은 고소장을 통해 “A 유치원이 급식 보존식을 일부 보관하지 않은 것은 ‘증거인멸’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유치원은 궁중떡볶이(6월 10일 간식), 우엉채조림(6월 11일 점심), 찐감자와 수박(6월 11일 간식), 프렌치토스트(6월 12일 간식), 아욱된장국(6월 15일 점심), 군만두와 바나나(6월 15일 간식) 등 총 6건의 보존식이 보관돼 있지 않은 상태다. 이 건으로 보건당국에서 과태료를 부과받기도 했다.
원생들의 이상 증세가 처음 나타난 것은 지난 12일의 일이다. 이 날을 기점으로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원생과 교직원들이 급격하게 늘면서 지난 27일 기준으로 유치원 원생 및 교직원 총 202명 가운데 111명이 식중동 유증상자로 집계됐다. 햄버거병 증상을 보이는 일부 원생들은 현재 신장 투석 치료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당국의 역학 조사에서는 장 출혈성 대장균이 발견되지 않아 경위 파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10일부터 간식 등의 보존식을 유치원에서 보관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식중독 원인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A 유치원 원장 B 씨는 지난 27일 저녁 학부모들에게 ‘경위보고 및 사죄문’이라는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 해명에 나섰다. B 씨는 “급식의 경우에는 보존식으로 보관했으나, 저의 부지로 방과후 제공되는 간식의 경우에는 보존식으로 보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설립자이자 원장으로서 통감하고 있으며, 이 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책임을 지고자 한다”며 “향후 원인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유증상 원생들의 건강회복 및 유치원 정상화가 이뤄질 때까지 작은 사실 하나까지도 투명하게 알리겠다”고 사죄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