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드라마 <시티홀>의 한 장면.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
총 230명의 기초단체장 당선자 중 뇌물 수수나 선거법 위반 등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거나 직이 상실된 경우가 36명(15.7%)에 달했다. 또한 중도 낙마한 인사를 포함해 각종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은 경우는 무려 86명(37%)에 이를 정도였다.
여야는 선거의 계절을 맞아 서로 상대편 기초단체장들의 문제점들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지만, 자질과 청렴도보다는 당선 가능성만 따지는 ‘공천 지상주의’의 책임에서 모두 자유로울 수 없을 듯하다. 이번 지방선거의 반면교사로 삼는 의미에서 과연 어떤 인사들이 무슨 비리 의혹으로 ‘얼룩진’ 임기를 보냈는지 유형별로 정리해봤다(편집자 주: 정당명은 당선 당시의 소속 정당으로 한-한나라당, 민-민주당, 열-열린우리당, 국-국민중심당, 무-무소속으로 표기했음).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낙마한 기초단체장 36명 중엔 전남지역 인사가 8명으로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이어 서울·경기 5명, 경북·충남 4명, 경남 3명, 전북·충북 2명, 부산·대구·울산이 각각 1명이었다. 당별로는 한나라당 21명, 무소속 7명, 민주당 4명, 열린우리당 1명, 국민중심당 1명씩이었다.
낙마한 이유도 여러 가지였다. 사전선거운동으로 당선이 무효된 김도현 전 강서구청장 등 선거법 위반 사례(16명)와, 인사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로 징역이 선고된 홍사립 전 동대문구청장과 같은 뇌물 수수 사례(15명)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외에 인사비리, 대리시험과 여권위조,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낙마한 경우도 한두 건씩 있었다.
한 지역의 기초단체장들이 연이어 비리를 저지르는 바람에 지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게 한 문제 지역도 적지 않았다. 경기 시흥시의 경우 민선 1~3기 시장들이 모두 정치자금법,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은 데 이어 4기인 이연수 전 시장까지 뇌물 수수 의혹으로 직무정지를 당해 비리시장의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잇게 됐다. 또 전북 임실군의 경우도 첫 민선군수였던 이형로 전 군수, 이철규 전 군수, 김진억 전 군수 등 역대 군수 중 3명이나 승진 청탁, 금품 수수 등으로 줄줄이 구속돼 군민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광역지역별로 보면, 전남 지역이 23명의 기초단체장 중 12명이나 비리 혐의에 연루되고 이중 낙마한 인사가 8명에 달해 ‘부패한 기초단체장’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기록을 남기고 말았다. 이정섭 전 담양군수의 경우 당선된 지 이틀 만에 돈(1000만 원)을 받는가 하면 공식 취임도 하기 전에 무려 4건이나 비리에 연루되는 ‘엽기적 행각’을 보여 지역 민심의 반발을 불렀다. 지역민들은 인근 이석형 함평군수가 변변한 관광자원 하나 없던 함평에 ‘나비축제’를 기획해 막대한 관광수익을 올리는 것을 보며 부러운 마음과 괴로운 마음을 동시에 가져야 했다.
기초단체장들이 저지른 비리 유형도 다양했다. 비리 내용 중에는 선거법 위반과 뇌물 수수 혐의가 가장 많았다.
총 86명의 비리 대상자 중 사전선거운동·선거법 위반 혐의(한 18, 민 3, 열 2, 국 1, 무 5)와 뇌물수수 혐의(한 18, 민 3, 열 2, 국 1, 무 5)를 받은 경우가 각각 29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가족 및 친인척 비리 7명(한 5, 무 2), 각종 사업특혜 비리 6명(한 6), 정치자금법 위반 5명(한 4, 열 1), 인사비리 2명(한 2), 기타 비리(간통, 폭행 등) 8명(한 3, 열 1, 국 1, 무 3)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당별로 보면, 비리 연루 단체장 86명 중엔 한나라당 소속 인사(당선 당시 소속 정당 기준)들이 56명으로 가장 많았고, 열린우리당 7명, 민주당 6명, 국민중심당 2명 순으로 집계됐다. 무소속의 경우도 15명이나 됐다. 특히 서울특별시(14명), 대구광역시(3명), 경북(8명)의 경우 낙마했거나 비리 연루 혐의를 받은 기초단체장 모두가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이는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이들 지역에서 한나라당 소속 후보들이 거의 ‘싹쓸이 당선’을 한 탓도 있지만 ‘우세 지역’이란 이유로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한 결과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선거법 위반 유형을 살펴보면 단순히 돈이 오가는 것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일부 단체장들은 식사를 대접하거나 ‘선물’을 제공했다. 이인준 전 부산 중구청장은 구청장 업무추진비로 관변단체 회원들에게 10차례 이상에 걸쳐 408만 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했다가 결국 당선이 무효처리됐다. 한창희 전 충주시장은 추석 때 ‘떡값’을 돌렸다가 시장에서 물러나야 했다. 김도현 전 강서구청장은 선거를 앞두고 부인이 구민들에게 ‘간고등어 9손’을 돌린 혐의로 당선무효판결을 받아야 했다.
윤진 전 대전 서구청장의 경우엔 부인 김옥선 씨가 남편을 낙마시킨 ‘과태료 대납사건’의 진실을 밝히겠다며 남편 대신 18대 총선에 출마해 이목을 끌기도 했었다. 과태료 대납사건은 한나라당 출신 전직 시의원이 한나라당 당직자들에게 선물세트를 돌렸고, 그 선물세트를 받은 당직자들에게 벌과금이 부과되자 윤 전 청장이 내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던 사건이다.
이외에도 기상천외한 비리를 저지른 ‘용감무쌍한’ 기초단체장이 적지 않았다. 이훈구 전 서울 양천구청장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 이 전 구청장은 학원 강사를 매수해 검정고시 대리시험을 치르게 한 사실이 드러나 결국 당선된 지 4개월 만에 사퇴했다.
중학교 졸업 학력을 갖고 있던 이 전 구청장은 고졸 검정고시를 앞두고 서울대 출신 학원강사에게 300만 원을 주고 대리시험을 치르게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이 전 구청장은 응시원서 사진을 학원강사의 사진으로 바꾸는 ‘초보적’ 수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대리시험으로 합격한 이 전 구청장은 이후 한 4년제 대학에 입학해 이 학력으로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자체단체장들의 비리는 그 피해가 지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다. 지역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은 물론 비리 대상자에 대한 수사로 인해 행정은 공백 상태가 되기 십상이다. 낙마로 재선거를 치를 경우 적잖은 혈세가 낭비되는 것은 물론 지역개발 등 대를 이어 진행되는 정책사업에도 막대한 차질이 빚어진다. 오는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한 번 더’ 생각하고 신중한 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황당 사건도…
본인… 아들… 동생… 부패 3종세트 ‘눈총’
‘문제’ 기초단체장들의 비리 내용 중에는 다소 ‘황당한’ 사건도 포함되어 있었다. 현직 군수가 간통 의혹으로 고소를 당하는가 하면 폭행 사건에 휘말리기도 했던 것. 충남지역 A 군수와 B 군수가 물의를 일으켰던 장본인이다.
A 군수는 간통 파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한 지역주민이 자신의 처 C 씨와 A 군수가 간통을 했다며 고소장을 접수했던 것. 이미 1년여 전부터 이 지역에서는 A 군수와 C 씨에 대한 추문이 돌았고 ‘○○군수 X파일’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었다. C 씨의 남편은 A 군수의 선거운동을 도운 인물로 알려졌는데, A 군수 측은 당시 “군의원 비례대표 자리를 받으려고 하다가 받지 못하니까 그런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결국 검찰 조사 결과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를 받았으나 A 군수의 ‘간통파문’은 한동안 지역 정가를 시끄럽게 했다.
폭행사건도 있었다. B 군수는 자신의 수행비서를 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 여론의 원성을 샀다. B 군수는 행사장으로 이동하던 중 관용차량 안에서 “왜 이리 차를 늦게 냈느냐”며 폭언과 함께 앞자리에 앉은 수행비서의 뒤통수를 가방으로 때려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혔다가 고발을 당했다. 현재 자유선진당 소속인 두 군수 모두 이번 선거에서 ‘3선’에 도전한다.
이외에 친인척 비리 의혹으로 구설수에 오른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인천광역시 D 구청장의 경우 다수의 친인척이 비리의혹이나 범죄혐의에 연루돼 구민들의 눈총을 샀다.
D 구청장의 아들은 도시개발사업과 골프장 개발 명목 등으로 15억 원을 받았다가 구속됐고, 친동생이 관할 구내에서 사행성 성인PC방을 운영하다 기소되기도 했다. 또 구청장 자신도 자신의 친척이 운영하는 청소업체에 관할 구역 점유율을 늘리는 특혜로 인천시 감사에서 적발된 바 있고, 지난 2008년에는 친여동생을 보건과장으로 발령해 구설을 자초했다. D 구청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에 탈락하자 ‘무소속’으로 출마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