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을 박탈당한 현 후보는 한나라당을 탈당했고 지난 14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써 제주지사 선거는 민주당 고희범 후보와 무소속 우근민 현명관 강상주 후보, ‘4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그러나 현재 경찰이 현 후보 동생이 가지고 있던 돈의 출처 등을 추적 중이어서 그 결과에 따라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한나라당 친이와 친박의 시선은 미묘한 차이가 난다. 친이계는 현 후보의 공천 취소를 당연하게 보고 있는 반면, 친박 일각에서는 “친이계가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취소를) 밀어붙였다”며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 후보가 그동안 친박 인사로 분류돼왔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 후보는 지난 2007년 대통령 경선에서 박근혜 캠프 미래형정부기획위원장을 맡으며 대표적인 ‘경제 브레인’ 중 한 명으로 꼽혀왔다. 최근까지도 박 전 대표는 현 후보와 만나 여러 현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례대표 출신의 한 친박 의원은 “현 후보 동생이 불미스런 일에 연루된 것이 확실하게 사실로 드러나면 공천을 취소하는 게 맞다”면서도 “그러나 아직 경찰이 수사 중이고, 또 상대 후보 진영의 네거티브 선거 전략에 당했다는 얘기도 있는 만큼 진위를 살펴본 다음에 공천을 박탈해도 되는 것 아니냐. 친이 의원이라도 공천심사위원회나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렇게 결정했을지는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수도권 친이 의원은 “말도 안 되는 억측이다. 친이든 친박이든 도덕성에 흠결이 발견되면 예외가 없다는 게 당의 방침”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현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을 놓고 한나라당과의 합의하에 이뤄졌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하고 나섰다. 민주당 이규의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이 클린선거 운운하며 공천을 배제한 뒤 자의적으로 탈당을 하게 하고는 무소속 출마를 권유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무소속으로 당선되면 다시 복당시켜 재미를 보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현 후보는 출마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도의 몇몇 시민단체 역시 “동생의 돈뭉치 사건이 문제가 되자 상대 후보를 공격하며 공작정치의 희생양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후보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측은 “무소속 출마는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며 “야권에서 거론하고 있는 의혹들은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고 일축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