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일까. 천안함과 관련된 발언을 자제하던 정 총리는 최근 들어 그 수위를 높이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5월 26일엔 “평화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이라며 북한을 비난했고, 28일 국무회의에서는 “비상한 각오로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여기엔 총리실 내부 조언도 있었지만 한나라당 내 소장파의 의견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전언이다. 소장파들은 정 총리 임명 때에도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장파의 한 의원 보좌관은 “정 총리는 우리가 밀고 있는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최근의 행보를 보면 다소 아쉽다. 총리에서 물러난 이후 본격적인 대권 경쟁에 나갈 뜻이 있다면 스스로 변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고, 정 총리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최근 정 총리가 검찰개혁 TF팀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일요신문> 941호 참고)이나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해 “잘못된 약속을 지키려는 여자”라며 날을 세운 것 역시 소장파와의 교감하에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이다. 총리실 안팎에선 그동안 세종시 수정안에 사활을 걸었던 정 총리가 이제는 개헌과 4대강 사업 등에도 목소리를 낼 것이란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앞서의 총리실 관계자는 “세종시 논의가 그다지 큰 이목을 받지 못하자 정 총리가 같이 묻혀 버렸다. 뭔가 다른 돌파구를 찾을 필요성은 정 총리도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방선거를 이끌었던 소장파 역시 향후 본격적으로 펼쳐질 여권의 권력 싸움에 대비해 세력을 넓히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한나라당 소장파와 정 총리의 이러한 ‘코드 맞추기’가 어떤 효과를 낳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