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영화 <불편의점>(위)과 <아름다운 편의점>의 한 장면.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
편의점 운영자들은 매출을 올려주는 좋은 아르바이트생의 공통된 덕목은 ‘성실과 정직’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실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급여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 데다 평생직장으로 여기는 사람도 없어 한시적으로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모범 아르바이트생들이 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내고, 나아가 운영자의 몫까지 거드는 아르바이트생은 편의점 최고의 경쟁력이 되는 셈이다.
한 편의점 운영자는 “아르바이트생이 하는 일이 사소해 보이지만 사실 모든 것이 돈과 연결되어 있어 신중함이 요구된다”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른 운영자도 “손님들이 신용카드나 돈을 두고 가는 경우가 있는데 아르바이트생이 이를 꼼꼼하게 챙겨뒀다가 손님에게 그대로 돌려줘 점포의 이미지가 좋아진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또 가정의 달 꽃바구니와 같은 행사 상품이 있을 때 지인에게 알려 판매를 독려하는 기특한 아르바이트생도 있다고. 이런 직원은 한 사람이 두세 명의 몫까지 거뜬히 해내 운영자 입장에서는 평생 직원으로 채용하고 싶을 정도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 운영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특이한 아르바이트생도 있다. 먼저 ‘애교 수준’의 황당 아르바이트생 사례를 살펴보자. 모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던 한 학생은 매출과 매입을 계산할 때 항상 틀려서 전공을 의심하게 만들었단다. 평일에는 A 편의점에서, 주말에는 B 편의점에서 브랜드를 바꿔가며 아르바이트를 하던 휴학생도 있었다. 또 근무하는데 수고가 많다고 음료수를 하나 줬더니 그 자리에서 반품 찍고 현금을 챙긴 자린고비 아르바이트생도 있었다.
이어 예쁜 여자 손님이 계산하면서 현금을 지불하자 현금영수증 끊어준다며 휴대폰 번호 물어보고 외웠다가 상습적으로 자기 휴대폰에 저장한 아르바이트생, 첫 출근을 해서 일하다가 화장실 다녀온다는 말과 함께 그대로 사라져버린 아르바이트생, 명절 때 고향집에 내려간다고 해서 차비까지 챙겨줬는데 명절이 지나자 연락이 두절된 아르바이트생, 다른 직원과 차별한다면서 손님 앞에서 엉엉 우는 아르바이트생 등이 ‘황당’ 사례로 꼽혔다.
이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면 점포에 피해를 끼쳐 운영자가 곤욕을 치를 수 있다. 한 운영자는 어느 날 손님의 “야간에 간혹 점포 문이 잠겨 있더라”는 말에 놀라 CCTV를 확인해 보니 정말 야간 아르바이트생이 문을 닫아버리는 모습이 찍혀 있더란다. 왜 그런지 물어보니 아르바이트생 왈, “졸려서 문 닫고 창고에서 자고 왔다”는 것. 물론 얼마 못 가 그 아르바이트생은 일을 그만뒀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위드미 반포예일점을 운영하고 있는 강혜숙 씨(48)는 “그래도 성실하고 착한 아르바이트생과 점포를 자주 찾는 단골손님이 많아 대부분의 편의점이 원활히 운영되고 있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운영자가 손님을 기억하고 자주 찾는 물건을 내어주는 것, 행사상품이나 저렴한 상품을 안내해 다른 점포보다 싸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 친절한 미소와 밝은 인사로 손님을 맞는 등 솔선수범을 보이면 단골손님은 물론 친절한 직원까지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알바생도 할 말 많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도 할 말이 많다.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에 따르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10명 중 7명(71.5%)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후회해본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최저임금도 안 되는 형편없는 월급을 받았을 때(32.4%), 진상·꼴불견 손님을 받을 때(24.6%), 돈이 맞지 않는다고 사장님이나 점주에게 의심받을 때(21.0%), 손님 없이 멍하니 매장을 지킬 때(9.1%), 잠시 앉지도 못하고 서서 일만 할 때(6.7%), 진열기한이 다된 음식으로 대충 식사를 해결할 때(3.5%) 등의 답변이 나왔다.
이런 손님 꼴불견
막무가내 흥정파 ‘아우 짱나~’
최근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의 ‘편의점 황당·꼴불견 손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막무가내로 물건 값을 깎아달라고 흥정하는 손님’이 1위로 꼽혔다. 실제 운영자의 말에 따르면 황당 손님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고 한다.
편의점 베스트셀러는 역시 삼각김밥이다. 그러나 아직도 삼각김밥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으니, 삼각김밥 먹는 방법을 몰랐던 한 손님은 하얀 밥 부분만 먹고 김과 비닐은 그대로 버리더란다. 1000원짜리 컵라면을 구입한 한 손님은 ‘물은 공짜로 줄 수 없느냐’며 애처로운 눈길을 보내오더라고. 이제까지 물 값을 따로 받는 곳에서 컵라면을 사먹은 모양이었다.
컵라면 구입과 함께 공짜 단무지와 김치를 찾던 한 손님은 따로 구입해야 한다는 말에 직원이 먹다 남은 김치라도 달라며 생떼를 부리기도 했다. 늦은 저녁, 얼굴을 붉히며 콘돔을 구입한 젊은 남자가 있었다. 그런데 몇 초 후, 젊은 여자가 들어와 방금 남자가 구입한 콘돔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당당하게 다른 상품으로 교환해 갔단다. ‘여풍당당’의 시대임을 확실히 실감했다나.
편의점 운영자들은 “황당 손님은 웃음이라도 주지만 꼴불견 손님은 근로 의욕은 물론 식욕까지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이라며 고개를 내젓는다. 데려온 강아지가 실례를 했는데 모른척 하고 그냥 나가버리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특별한 이유 없이 서비스와 할인을 요구하는 손님도 있다고. 계산을 하거나 무엇을 물어볼 때 다짜고짜 반말을 하는 손님, 계산을 하면서 돈을 툭 집어 던지는 손님을 마주할 때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가라앉히느라 힘이 든단다. 자기가 얼마를 냈는지 기억 못하고 거액을 냈다고 우기는 손님, 의자와 테이블이 준비된 편의점에서 음주가무를 즐기는 손님을 대할 때는 도를 닦는 경지에 이른다고. 한 점포에서는 새벽 2~3시면 술에 취해 등장하는 손님이 있었는데 매번 아르바이트생을 붙잡고 정치 강좌를 늘어놓더란다. 결국 그 아르바이트생은 ‘난 정치가 싫다’며 일을 그만두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