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맞선을 본 여성 L 씨. 30대 초반의 상대 남성은 연애경험이 그리 많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데이트할 때 어디를 가야 할지, 여자들이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아 L 씨는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몇 달을 만나면서 스킨십이 있어야 할 타이밍도 잘 모르고, 손 한 번 잡는데도 오래 걸리는 그를 보면서 L 씨는 ‘순진함이 미덕은 아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결국엔 그와 헤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 L 씨는 후회하는 중이다. 문제를 삼자면 연애를 많이 한 것이 문제지, 연애경험 없는 게 뭐 그리 잘못이라고 성급하게 결정을 내렸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고 한다.
맞다. L 씨는 성급했다. 그가 순진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잠시 답답하게 느껴졌을 뿐이지 그가 연애를 많이 해보지 못한 것이 그와 헤어져야 할 정도의 단점이 될 순 없는 것이다. 연애를 많이 해봤다고 해서 여자 마음을 잘 알게 되는 것도 아니다. 연애를 많이 했든, 적게 했든 간에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만 있다면 서로 소통하기가 수월해진다.
♥ 연애 많이 해봤으면 헤프고, 연애 안 해봤으면 매력 없다고?
이렇듯 사람에겐 이중적인 심리가 있다. 연애를 많이 해본 사람은 헤플 거라 보고, 연애를 안 해봤다고 하면 어딘가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연애를 많이 한 사람은 매너 있고 대화가 잘 통하고 세련됐다고 생각하고, 연애 경험이 적은 사람은 순수할지 몰라도 왠지 모르게 매력 없다고 느끼게 마련이다.
얼마 전엔 이런 얘기도 들었다. 연애를 통한 성경험이 없는 남성은 절대 만나지 말라고. 술집 같은 데 가서 해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상한 취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건강하고 건전한 남성이 연애 한 번 안 하고 성경험도 없으면 변태성욕자 취급을 당하게 되다니…. 연애 경험에 대한 고정 관념이란 게 잘못하면 생사람을 잡을 지경이다.
아무리 지금이 자유연애 시대이고, 프리섹스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해도 주변에는 30대를 훌쩍 넘기고도 연애 경험이 적은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이들에게 무슨 커다란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독신주의자도 아니다. 일을 하다 보니, 친구들과 지내다 보니, 말 그대로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 중요한 것은 나와 연애 코드가 맞느냐는 것
그러므로 연애 경험이 없다고 이성에게 매력이 없다거나 연애를 많이 했다고 바람기가 있다거나 하는 획일화된 판단은 절대 금물이다. 작정을 하고 연애를 아예 안 하거나, 혹은 반대로 연애 한 번 해보려고 매번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드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남녀관계라는 게 어쩌다가 그렇게 되는 부분이 많은 것 아닌가.
상대의 연애 경험이 많고 적고를 떠나 중요한 것은 나와 연애 코드가 잘 맞느냐다. 서로 잘 맞는 관계라면 연애 초자라도 멋진 연애를 할 수 있다. 사랑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연애 기간이나 연애 경험이 얼마나 진실하게 상대와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가를 결정짓는 변수는 아니다. 내게 멋지고 진실하게 다가오는 사람인 까닭에 사랑스러운 법이지 연애박사라 해서 사랑스러운 것은 절대 아니다.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