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BC ‘PD수첩’
지난 7월 15일, 20년 넘게 건설 현장 식당을 운영해오며 ‘함바왕’이라고 불리는 유상봉 씨가 제작진을 찾았다. 4선 국회의원 윤상현에 대해 폭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윤상현 의원이 자신을 사주해 선거 공작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자칭 ‘민원왕’이라는 윤상현 의원과 윤 의원이 처리해준 수많은 채용 민원들을 단독 취재했다.
2020년 4월 4일 경인방송 ‘정말 뉴스’에 출연한 윤상현 의원은 “민원이 저한테 옵니다. 밤에도 오고 낮에도 오고 문자로도 오고 전화로도 오고 그럼 거의 다 받아 줍니다. 웬만하면 다 받습니다”라고 말했다.
4선 국회의원이 된 윤상현 의원은 전두환 대통령의 전 사위이자, 현 롯데그룹 조카사위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 정무 특보로서 권력의 실세였던 윤 의원은 첫 만남에도 폭탄주와 러브 샷으로 모든 사람을 형, 동생, 누님으로 만들어버리는 친화력을 지녔다고 한다.
신의와 보은을 중시하는 윤 의원은 자칭 ‘민원왕’으로 부를 정도로 지역구 민원이라면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 20대 국회의원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에게 지인의 채용 청탁성 문자를 보낸 것이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었다.
제작진은 취재 중 채용 청탁성 민원이 담긴 메일함을 제보받았다. KBS 아나운서 실장부터 모 대학 학장까지 각가지 채용의 청탁을 담은 수많은 이력서가 존재했다.
실제로 민원이 접수된 후 몇 개월 뒤 채용이 된 사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동료 국회의원들에게 민원 해결을 부탁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고 한다.
유상봉 씨는 “진정서를 써주는 조건으로 충분히 도와주겠다고 저하고 약속을 했었습니다. 솔직히 진정서를 써주는 게 어떤 대가를 받기 위해서죠”라고 말했다.
유 씨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 등 현장 식당 수주를 목적으로 뇌물을 수수·공여해 이명박 정부 시절 실세들을 대거 구속되게 만들었던 일명 ‘함바 게이트’의 장본인이다.
윤상현 의원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천의 현장 식당을 알아보던 유 씨는 자신의 조카를 통해 윤 의원 측 주변인과 연락이 닿았다고 한다.
그 후 두 사람은 세 번의 만남을 가졌고 무려 10곳의 현장 식당을 약속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유 씨의 아들이 성남의 한 호텔 현장 식당을 운영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또한 민원 처리였던 걸까. 유 씨는 윤 의원과의 거래가 존재했다고 주장한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같은 지역구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박우섭 예비 후보에게 불리한 진술서를 써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는 것.
‘진정서’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인천 남구청장 당시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미래통합당 경쟁 후보 안상수 전 인천시장의 뇌물 수수 혐의가 담긴 진정서를 작성해 달라는 재요청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