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과 연예관계자들이 감쪽같이 속았던 결정적인 원인은 비디오 속 여성이 가수 A 양과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얼굴은 물론 체형까지 유사하다. 다소 살이 쪘고 목 부분의 점과 고르지 못한 치아 등이 A 양과 다른 점이지만 데뷔 전에 찍은 동영상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가수 데뷔를 위해 체중을 관리하고 목에 점을 빼고 치아 교정 및 미백을 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연예부 기자들 사이에선 A 양의 데뷔 전 사진 구하기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중일뉴스 전문사이트 <프레스원>이 2분 44초짜리 원본 파일을 공개하면서 문제의 A 양 비디오가 중국산 짝퉁임이 밝혀졌다. 인터넷에 먼저 유포된 편집 파일(2분 30초짜리)과 비교해 고작 14초 분량만 더 있는 것이지만 원본 파일은 편집되지 않은 영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상당히 악의적인 편집이었다. 원본 파일 역시 여성의 얼굴과 체형이 A 양과 상당히 닮았다는 부분은 똑같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소리가 그대로 살아 있다. 편집 파일의 경우 사람의 음성이 자세히 들리지 않도록 돼 있었지만 원본 파일에는 대화 내용은 물론 중간에 흘러나오는 중국 음악까지 그대로 실려 있다. 동영상에 나오는 남녀가 중국어로 대화를 나눴고 중간에 중국 음악이 흘러나온 것으로 볼 때 중국인들이 중국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본 파일의 가장 앞부분에 등장하는 남녀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편집 파일에선 아예 삭제됐다. 또한 원본 파일은 대부분의 동영상처럼 가로로 촬영된 영상인데 편집 파일은 세로로 편집해 놓았다. 휴대폰으로 촬영한 듯한 인상을 남기기 위함으로 보인다. 결국 누군가 인기 여가수 A 양을 음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편집한 동영상을 유출시켰다는 얘기가 된다.
과연 누가 그랬을까. 동영상 유포자에 대해선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적으로 안티 팬의 소행이 아닐까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원본이 중국 동영상이었음을 감안할 때 중국의 혐한 네티즌들의 행위로 보여지기도 한다. 장나라 이정현 등 몇몇 연예인의 물의 발언으로 중국 내 혐한류가 고조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상당히 가능성 있는 주장이다. 또한 A 양의 원한관계자 혹은 소속사의 원한관계자의 소행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달랐다. ‘망치’라는 아이디의 성인콘텐츠 전문가는 “국내 네티즌일 가능성이 높은데 청소년 네티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P2P 사이트들이 이례적으로 높은 다운로드를 기록한 파일의 업로더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데, 이를 노린 네티즌의 장난어린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편의라고 해서 대단한 것은 아니고 해당 P2P 사이트에서 다운로드받을 때 쓰이는 사이버머니 등이 주어지는 정도로, 돈으로 환산하면 몇 만 원에 불과하다. 더욱 안 좋은 경우는 직업삼아 파일을 불법 업로드해 돈을 버는 헤비업로더의 소행일 경우다.
또 하나 가능성은 헛된 명예다.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는 파일을 올리면 그들 세상에서만 통용되는 업로더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 불법 음란물의 대가 ‘김본좌’를 능가하는 제2의 김본좌를 꿈꾸는 업로더들이 예상 외로 많다. 해당 연예인에게 커다란 상처를 안겨줄 뿐 아니라 심각한 명예훼손으로 사법처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일이 이같이 어이없는 과정을 통해 벌어졌을 수 있다는 부분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이번 A 양 비디오 사건은 지난해 11월에 불거진 방송인 S 양 비디오 사건과 유사하다. 당시엔 누군가 원본파일 가운데 방송인 S 양과 닮아 보이는 일부분만 발췌해 유포했는데 이번에는 의도적인 편집까지 거쳐 더욱 A 양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수법이 교묘하고 악랄해지고 있는 것. 결국 제2, 제3의 연예인 비디오가 더 악랄한 편집을 통해 계속적으로 유포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문제는 원본파일 확보에 있다. 2000년대 초반 불법 인터넷 성인 사이트들은 격사비디오(일명 닮은꼴 포르노. 여자 연예인과 닮은 여성이 나오는 에로비디오나 포르노를 편집해 ‘○○○ 비디오’ 등의 이름으로 유통시켰다)로 큰 재미를 봤다. 그 당시엔 엄청난 양의 일본 성인 콘텐츠가 원본파일의 원천이 됐다. 수많은 일본 에로비디오와 포르노를 보며 국내 여자 연예인과 닮은꼴 여성이 출연한 비디오를 찾아내려 혈안이 돼 있었던 것.
반면 요즘엔 일반인들이 찍은 은밀한 사생활 비디오가 원본파일의 원천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S 양 비디오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문제의 파일속 여성이 S 양으로 오인을 받았는데 업계 관계자들은 이 파일이 누군가 상업적으로 만든 포르노가 아닌 일반인들이 재미 삼아 촬영한 동영상이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들어 디지털 카메라와 동영상 촬영 가능 휴대폰이 보편화되면서 은밀한 사생활을 촬영하는 연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촬영된 은밀한 사생활 동영상이 외부로 유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 보관 과정에서의 부주의로 인해 유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연인과 헤어진 뒤 악의적으로 유출하거나 돈을 벌기 위해 유출하는 사례도 있다. 업계에선 그렇게 유출돼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동영상이 수천여 개라고 설명한다. 이 가운데 조금이라도 연예인을 닮은 여성이 등장하면 이는 악의적인 편집을 거쳐 제2의 A 양 비디오가 될 공산이 크다.
성인콘텐츠 전문가 ‘망치’는 “과거 격사비디오는 누가 봐도 전문가가 제작한 에로비디오나 포르노임을 쉽게 알 수 있었지만 아마추어인 일반인들이 촬영한 비디오의 경우 실제로 연예인이 연인과 재미삼아 촬영한 사생활 비디오로 오인하기 쉽다”면서 “A 양 비디오의 경우처럼 악의적인 편집까지 가미되면 전문가도 원본파일을 보기 전엔 진위 여부를 구분하기 힘들다”고 설명한다. A 양 비디오가 원본파일이 유출되기 전까지 이틀가량 화제의 중심에 섰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욱 무서운 부분은 확산 속도다. P2P 사이트에 이런 파일을 올리는 의도는 단연 다운로드 수를 높이기 위함이다. 무서운 속도로 다운로드가 이뤄진다는 얘기. 그 이후에는 탄탄한 인터넷 망을 통해 무섭게 확산된다. VHS 비디오 형태이던 O 양 비디오나 유료 불법 성인 사이트를 통해 유통된 B 양 비디오 당시와는 확산 속도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색할 만큼 빨라졌다. 한 번 터지면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는 얘기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