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섬 일대의 유채꽃밭 풍경. |
곳곳에서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달라질 풍경의 이름들이 나온다. 유량과 유속의 변화로 낙동강 제1경인 경천대 모래톱이 쓸려 내려갈 것이라 하고, 대표적인 물돌이마을인 예천 회룡포 백사장 또한 볼 수 없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산강으로 보자면 동섬 일대가 그렇다. 필연적으로 다른 곳들의 지형도 달라지겠지만, 먼저 동섬이 떠오른 것은 지금이 유채꽃 피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동섬은 나주시 영산동 영산대교 아래에 있다. 영산강이 유유히 흐르는 그 속에 자그마한 섬이 앉아 있다. 사실 섬이라고 말하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한강의 밤섬처럼 거대한 규모를 가진 것도 아니고 정말 자그마한 크기다. 영산강 상류에서 내려온 토사 등이 쌓이고 또 쌓이면서 섬이 되었다. 4대강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크게 특이한 지형은 아니다. 하지만, 이 동섬은 4월만 되면 세상 그 어느 곳보다 더 매력적으로 탈바꿈한다. 유채꽃이 온 섬을 덮는 것이다.
나주시는 수년째 동섬과 그 일대에 50여만㎡의 유채꽃단지를 조성해오고 있다. 유채꽃은 이번 주가 피크로 5월 초까지는 노란색 물결을 볼 수 있다. 도로변에 조망대가 설치돼 있는데, 이곳에 서면 유유히 굽이쳐 흐르는 영산강과 그 주변을 물들인 유채꽃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조망대 옆에 설치된 나무계단은 유채밭으로 이어진다. 강변을 따라 유채밭 산책로가 나 있다. 이 길로 조금 올라가다보면 오른쪽으로 섶다리가 나타난다. 동섬으로 이어진 섶다리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섶다리를 건너 동섬으로 들어가 유채꽃에 묻힌다. 동섬에는 여남은 그루의 버드나무가 서 있다. 막 돋은 버드나무의 연초록 이파리가 싱그럽다.
그런데 이 동섬의 풍경은 내년이면 볼 수가 없게 된다. 나주시 동강면 운산리에서 나주시 오량동에 이르는 12.29㎞가 영산강 살리기 2공구 사업구간으로 지정이 됐는데, 여기에 죽산보가 건설되고 2300만 톤의 물주머니가 만들어진다. 당연히 상류의 동섬은 수몰이 된다.
물에 잠기는 것은 5월의 유채꽃밭뿐만 아니다. 새벽의 기막힌 해오름 풍경도 영원히 잠수를 하게 된다. 동섬의 새벽은 마치 창녕의 우포늪을 연상시킨다. 봄가을로 물안개가 자주 피어오르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동섬 버드나무가 여명에 더욱 또렷이 반영이 되고, 하늘과 강을 동시에 붉게 물들이며 떠오른 태양은 삽시간에 안개를 거둬들이면서 새벽을 떠나보내고 아침을 연다. 4월의 유채밭에 해오름까지 꼭 간직하고픈 풍경이다. 그래서 아쉬움이 더 크다.
▲길잡이:
호남고속국도→광산 나들목→13번 국도(나주 방면)→동신대 앞 삼거리에서 좌회전→영산대교(동섬)
▲문의: 나주시청 문화관광과 061-330-8208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 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