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문제 국회 기재위에 시선 쏠리는 까닭

‘여야’ 대결보다 ‘여여’ 대결 주목!

▲ 4대강 살리기 사업 제19공구 경남 의령군 낙서면 준설 공사 현장. 연합뉴스

조용하면서도 치열했던 18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회 구성이 마무리됐다. 상임위 배정 결과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가 유독 정가의 시선을 받고 있다. 차기 대권 ‘영순위’로 평가받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들어가 있기 때문. 특히 기재위가 이명박 대통령이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4대강 사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상임위라는 점에서 박 전 대표가 어떠한 목소리를 낼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야권은 그동안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해온 박 전 대표의 가세에 기대를 나타내는 반면, 여권 주류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여야보다는 친이·친박 대결이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기재위에 배정된 의원들 면면을 살펴본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의 말이다.

그는 “우리도 나름대로 ‘내공’이 있는 의원들을 배치했지만 어차피 소수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친박 의원들이 적어도 4대강 사업에서만큼은 힘을 보태준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위에 소속된 민주당의 또 다른 의원은 “일단 박 전 대표가 있기 때문에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을 것 같다. 이럴 때 잘해야 한다며 의지를 다지는 의원들이 많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기재위는 지난해 가을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극한 대립을 보였던 상임위 중 하나다. 특히 4대강 예산안을 집행하는 기획재정부 감사에서 그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민주당 강성종 의원은 “사업비 15조 4000억 원 가운데 8조 원을 한국수자원공사로 떠넘겼다”며 공세를 가했고, 같은 당 오제세 의원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이 정부 주장(34만 명)과는 달리 4만 4000명에 불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역시 여권을 곤혹케 했던 ‘저격수’였다. 이들 모두 이번 상임위에서도 기재위에 속해 있다. 이밖에 민주당의 대표적인 ‘경제통’ 이용섭 의원과 ‘송곳질의’로 정평이 난 이종걸 의원 등이 기재위에 속해 있어 4대강 사업에 대한 공격 수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친이계는 이러한 야권의 ‘전사’들을 상대하기도 벅찬 마당에 같은 당 친박 의원들까지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친박 의원들 중 상당수가 4대강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참패로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친박의 결사반대로 세종시 수정안 추진에 발목이 잡혔던 친이로서는 경계심을 늦추지 못하는 대목이다. 친박에서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꼽히는 이한구·이혜훈 의원과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등이 기재위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조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친이계에선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최측근인 진수희 여의도연구소장이 눈에 띈다. 지난 2007년 대선 경선캠프에서 나란히 대변인을 맡으며 자타공인 ‘라이벌’로 꼽혔던 이혜훈 의원과 진수희 소장의 맞대결도 관심거리다.

정치권에선 상임위 활동을 꼼꼼히 하는 것으로 유명한 박 전 대표가 기재위를 신청한 것에 대해 차기 대권가도와 연관 지어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 외통위 국방위 보건위를 거쳤던 박 전 대표가 대권 주자의 ‘필수’ 코스인 경제 관련 상임위에서 커리어를 쌓으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올해 초 세종시 발언 이후 ‘침묵 정치’를 해오고 있는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전문가들과 꾸준히 접촉하면서 4대강 사업 등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박 전 대표 자문그룹에 속해 있는 한 교수는 “박 전 대표가 측근들에게 4대강 사업에 대해 여러 차례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전 대표) 성격상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동진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