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이 만발한 돌곶이마을에서 산책하고 있는 사람들. |
돌곶이마을은 여느 해보다 올해가 한산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온갖 꽃으로 마을이 뒤덮이지만, 올해 사람들의 방문이 적은 이유는 축제 취소의 여파 때문이다. 지난 6월 초 열리기로 했던 돌곶이마을 꽃축제는 한 차례 연기를 거듭한 끝에 결국 취소됐다. 다름 아닌 이상저온 때문이었다. 겨울이 길었고, 또한 봄에도 저온현상이 지속됐던 까닭에 피지 않은 꽃이 많았다. 축제의 주인공인 꽃이 없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축제가 열리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발길을 돌렸고, 돌곶이마을을 관심의 대상에서 지워버렸다. 하지만 그것은 명백한 실수다. 왜냐? 당시 꽃이 덜 피었을 따름이었기 때문이다. 축제예정일에서 약 보름이 지난 지금의 돌곶이마을은 예년 축제 때의 모습을 되찾았다.
돌곶이마을은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서패리 심학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자유로를 달리다가 출판단지 입구로 빠져나와 조금 달리면 돌곶이마을 입구다. 마을은 작다. 93세대 246명이 산다. 슬레이트 지붕의 오래된 집들과 최근 지은 건축미를 뽐내는 양옥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세상에서 가장 넓고 아름다운 정원을 가지고 있는 집들이다. 작게는 집 마당이 정원의 전부지만, 크게는 온갖 꽃 흐드러진 마을의 들판이 또한 정원이다.
돌곶이마을에는 다랑논꽃밭과 락가든, 모자이크가든, 생태습지 등의 공원이 있다. 다랑논꽃밭은 돌곶이마을 앞 다랑논에 꽃양귀비와 안개꽃들을 심어 놓은 곳. 파란색, 분홍색, 빨간색 꽃양귀비가 하늘거리고 하얀 안개꽃이 구름처럼 깔렸다. 이랑과 이랑 사이 산책로를 터놓아 거닐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락가든은 바위를 이용해 만든 정원이다. 동네에 아무렇게나 나뒹굴던 돌멩이와 커다란 바위들을 모아 정원으로 꾸미고 사이사이에 패랭이꽃과 사루비아, 황금조팝 등을 심었다. 주변으로 나무그늘이 있어 쉬기에도 좋다.
▲ 곳곳에 쉼터를 만들어 쉴 수 있도록 했다. 아래 사진은 거대한 청동 약사여래불이 있는 약천사. |
마을 입구에 있는 생태습지는 버려지다시피 했던 공간이다. 본래 저수지였던 곳인데 관리를 하지 않아 흉물 그 자체였다. 각종 쓰레기와 잡초로 보기 싫을 정도였다. 지난 2007년 꽃마을축제를 시작하면서 저수지를 정비해 물옥잠과 수련, 버들 등을 심고 수생동물도 풀어놓아 생태관찰학습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것만이 볼거리가 아니다. 돌곶이마을의 집들은 ‘열린공간’이다. 방문객들을 위해 개방하고 있는데, 정원들을 참 아기자기하고 예쁘게도 꾸며 놓았다. 자전거며, 우체통, 나무수레 등의 소품을 이용해 재미를 더했다. 정원 구석구석 벤치를 갖춰 쉬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벽화도 지나치면 안 된다. 오래된 집들은 담벼락과 집 외벽에 동화의 삽화 같은 그림을 그려 넣음으로써 길손의 시선을 훔친다.
돌곶이마을은 꽃만 있는 게 아니다. 숲길도 있다. 돌곶이마을 뒤편에 버티고 있는 자그마한 산에 둘레길이라는 숲 산책로가 있다. 심학산은 해발고도가 194m로 동네 언덕이나 다름없는 낮은 산이다. 둘레길은 그 산의 7~8부 능선을 둘레둘레 돈다.
▲ 벽화로 단장한 집과 꽃이 어우러진 돌곶이마을. 아래 사진은 심학산 둘레길을 걷고 있는 노인. |
심학산 아래의 다랑논꽃밭 쪽으로 가면 둘레길 입구가 나온다. 이곳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배밭, 그리고 거기서 200m쯤 가면 정자다. 정자에서 선택의 갈림에 선다. 길이 사방으로 나뉜다. 왼편이 수투바위로 바로 가는 길, 오른편이 전원마을 쪽으로 이어지는 길, 정면이 전망대로 향하는 길이다.
그중 택한 길은 전망대 길. 150m 정도 걸으면 전망대에 닿는다. 돌곶이마을과 출판단지, 자유로와 그 옆을 흐르는 유려한 임진강의 모습이 한눈에 잡힌다. 전망대에서 약천사까지 능선을 타고 내려가는 데는 15분쯤 걸린다. 약천사는 1930년대 초반 창건된 절로 높이 13m의 청동약사여래불이 인상적이다. 사찰 옆에 있는 약수의 물맛이 좋고 위장병 등에도 특효라고 소문이 났다. 약천사에서 수투바위를 돌아 다시 원위치로 나오는 길은 그리 특별하진 않다. 다만, 소나무와 참나무 우거진 숲이 무척 상쾌하다.
한편, 돌곶이마을 꽃구경을 한 후에는 출판도시와 헤이리에도 들러보자. 출판도시는 250여 개의 출판업체들이 입주한 책마을. 헌책방과 북카페, 갤러리, 레스토랑이 들어선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를 비롯해 책테마전시장 등 볼거리가 많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출판도시라는 특성 때문인지 아주 차분한 느낌이 강하다.
헤이리는 문화예술인마을로 미술가, 영화인, 건축가, 음악가, 소설가 등 370여 명이 살고 있다. 미술관과 박물관, 카페, 놀이공간 등 문화공간이 아주 많다. 건물들도 특이해서 사진찍기에도 그만이다.
여행안내
▲길잡이: 자유로 파주출판단지분기점→출판단지→심학산돌곶이마을 ▲먹거리: 돌곶이마을 내에 음식점들이 여럿 있다. 그중 해물을 전문으로 하는 주문진이야기(031-947-3962)가 있다. 강원도 주문진의 주문초등학교 총동창회장이 운영하는 집으로 더운 날 먹기 좋은 시원한 물회(1만 원)와 쌉싸래한 성게알비빔밥(1만 3000원)이 맛있다. ▲문의: 경기도 파주시청 도시공원팀 031-940-4634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