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제10차 한나라당 전당대회 모습. |
그리고 이번 선거는 역대 전당대회 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후보 난립 사태를 보이고 있어 막판까지 치열한 합종연횡과 줄 세우기가 횡행할 전망이다. 이밖에 ‘박심’을 등에 업은 친박계 후보도 4명이나 표심 사냥에 나서면서 친이 위주의 지도부를 뿌리째 흔들어놓을 가능성도 있다. 10여 일 남은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핵심 변수들을 짚어봤다.
“소장파 다크호스를 찾아라.” 한나라당에 비상이 걸렸다. 7·14 전당대회가 대권주자급 후보 없이 시작돼 도토리 키재기로 전락할 조짐을 보이자 당 지도부와 청와대가 본격적인 군불 때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통상 정당의 전당대회는 ‘컨벤션 효과’(전대 흥행효과로 당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오르는 현상)의 덕을 보게 되는데 이는 지방선거 패배로 궁지에 몰린 이명박 대통령의 좁은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효과를 줄 수 있다. 그래서 이 대통령도 최근까지 특정 인물에게 출마를 권유, ‘춤을 한번 춰보라’는 취지의 권유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세대교체에 방점을 찍는 청와대로서는 젊은 주자들이 강하게 치고 나오길 고대하고 있다.
▲ 남경필, 정두언 의원(왼쪽부터) |
이에 여당 주변에서는 청와대의 흥행카드 가운데 가장 명분이 있고 현실적인 것으로 ‘소장파 다크호스’를 ‘공중부양’시키는 것을 들고 있다. 그런데 이 카드는 청와대의 조직개편 시기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현재 청와대는 대통령실장을 포함한 중폭 내지는 대대적 개편안을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기도 7월 14일 전당대회 이전과 이후 두 가지 설로 나뉘어 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전략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청와대가 전당대회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의사가 있다면 전대 이전에 개편 일부를 미리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전대 결과에 따라 청와대 개편이 이뤄진다면 힘의 균형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대대적인 개혁안에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 청와대 개편 시기가 논의되던 초반에는 이 대통령의 귀국 직후인 7월 초가 유력시됐으나 최근에는 7월 10일 이후, 특히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끝나고 7월 셋째 주쯤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결과에 따라 청와대 인적개편의 콘셉트나 폭, 균형차원의 안배 등에서 일부 보완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이는 청와대 개편을 공세적으로 하지 않고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균형을 맞추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래서 전당대회에서 안상수-홍준표 의원 등의 안정적 체제가 들어설 경우 청와대 개편은 젊고 개혁적인 대통령실장 인선 등으로 무게 추를 맞출 가능성이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전대 이후의 개편은 청와대가 확고한 개혁 의지를 보이지 못하고 ‘당심’ 결과에 따라 눈치보기 쇄신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청와대 개편이 전당대회 전 ‘일부’가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금까지 나온 개편 시기와 폭은 모두 특정 세력의 이해득실에 따른 자의적 해석에 불과하다. 아무도 모른다. 다만 이번 주말을 고비로 다음 주 초(7월 둘째 주)나 중반쯤에 대통령실장을 먼저 발표하고 그 뒤 후속 발표를 할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에 대해 “만약 청와대가 전당대회 전 대통령실장을 미리 발표하면 그것 자체로 당에게 던지는 일종의 메시지로 작용할 수 있다. 전당대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혁적이고 젊은 대통령실장을 임명한다면 그 자체가 당에 대한 일종의 압박전술이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쇄신발표를 할 때 세대교체를 화두로 던진 점을 감안하면 청와대가 젊은 실장으로 치고 나갈 경우 그것이 당에도 지도부의 세대교체를 이끌어내는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청와대 측은 “개편에 대해 어떤 예단도 금물”이라며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당대회 전 개편 일부를 발표할 경우 그것은 곧 청와대가 전대에 던지는 메시지가 될 개연성이 높다.
그런데 소장파 띄우기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 일단 소장파 다크호스를 키우더라도 당권까지 가기에는 역부족일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방선거에 패배하고 세종시 수정안 정국에서도 패퇴, 레임덕 초기에 이미 진입해 있기 때문에 이번 전당대회에서 그가 누구를 ‘선택’하더라도 그것이 그대로 당심에 녹아들 가능성이 크지 않다. 또한 현재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안상수 의원이 친이계 주류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소장파의 반란이 일어날 동력도 미약한 편이다. 그래서 청와대로서도 소장파가 1위는 하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전당대회에서 바람을 일으켜 이 대통령의 세대교체 화두를 견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소장파의 다크호스는 누가 될까. 여기에는 남경필-정두언 두 의원과 최근 친이계에서 급하게 밀어올리고 있는 나경원 의원이 있다. 일단 현재의 판세를 먼저 살펴보자. 일부 여론조사에서 안상수 의원이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이는 홍준표 의원이 2위로 경합하고 있는 형국이다. 양측은 서로 3~4위 후보들과 손을 잡았다는 말을 흘리며 샅바싸움에 돌입해 있다.
그런데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남경필 의원이 홍 의원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는 결과가 있어 주목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남경필-정두언 의원 간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이는 서로 소장파의 다크호스가 되기 위한 기선제압 성격이 짙다. 먼저 남 의원 측은 한 기관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안상수-남경필-홍준표의 3강이 형성돼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남 의원은 4선의 높은 인지도를 등에 업고 일반 여론조사에서 타 후보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남 의원은 “세대교체가 화두가 될 전당대회에서 불교계와 불화로 약점이 잡힌 안상수 전 대표와 비주류의 한계를 노정시킬 홍준표 의원 모두를 괴롭힐 사람이 바로 나”라고 주장한다. 특히 남 의원은 “의원들은 아직도 계파 인식이 강한 것 같지만 대의원과 국민들은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의식이 물밑에서 끓어오르다 이번 전대에서 분출돼 남경필로 한나라당 간판이 교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계파별로 조직표가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중립파 남 의원이 얼마나 그 한계를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그런데 정두언 의원은 여전히 자신이 더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일단 정 의원 측은 남 의원 측의 2위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신들이 본격적으로 조사를 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친이 직계로서 소장파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재오 전 의원계와 연대를 할 경우 더 수월한 싸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정 의원은 “우리 전체가 살기 위한 길인 세대교체를 통해서 당의 변화와 개혁을 제대로 이루겠다”라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여당에서는 두 사람의 단일화 여부가 ‘소장파 다크호스’ 부상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양측 모두 단일화에 대해선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단 그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실제로 이뤄질지에 대해선 회의적으로 보고 있는 것. 양측 모두 “지금으로선 열심히 선거운동을 해놓고 나중에 판세를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말한다. 정치권에선 양측 모두 끝까지 레이스를 펼치는 것이 향후 정치행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단일화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나경원 의원도 막판에 전대 출마를 선언, 소장파 다크호스 그룹의 또 다른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는 소장파 다크호스의 부상 여부에 달려 있다. 여기에 막판 각 후보 간 합종연횡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누구도 압도적인 우세를 점하지 못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눈치작전이 심할 수 있다. 또한 친박 후보 4명의 교통정리도 친이 후보들의 경쟁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마지막까지 정리가 되지 않고 각자 출마의 길을 걷는다면 친박 표도 갈리기 때문에 5명의 최고위원 선출은 더욱 안개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한나라당의 전당대회는 지방선거 패배의 충격을 흡수하고 정권 재창출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중요한 시험대다. 이런 상황에서 뚜렷한 리더를 선출하지 못하고 합종연횡과 계파 간 줄세우기로 전대가 얼룩진다면 결국 그 부담은 이명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으로 연결된다. 이런 점에서 여권으로선 소장파 다크호스 부상이 더욱 절박한 카드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세대교체 화두가 결국 젊은 피에 의한 레임덕 방지책으로 그친다면 그 역풍은 향후 총선과 대선까지도 미칠 전망이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