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나무숲과 어우러진 선교장. |
저마다 취향이야 다르겠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일반적으로 자연을 그리워하고 편리하기만 한 아파트보다 한옥생활을 꿈꾼다. 어디 공기 좋은 전원에 한옥 한 채 지어 놓고 살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행복이 있으랴. 만약 정말로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강릉 선교장의 한옥을 ‘꿈의 모델’로 삼아보자. 선교장이야말로 제대로 지어진 한옥이니 말이다.
선교장은 강릉시 운정동에 자리한 99칸의 사대부가다. 이 한옥은 국가지정 중요 민속자료 제5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곳은 1703년 효령대군의 11대 손인 이내번 때 처음 짓기 시작한 것으로 그 역사가 벌써 300년을 넘어서고 있다. 경포호가 바로 옆에 있는데, 예전에는 배로 경포호수를 건너는 다리를 만들어 드나들었다고 해서 선교장(船橋莊)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집터를 정할 때 하늘이 족제비 무리를 통해 점지했다’는 둥 보통 건물이 아님을 스스로 내세우는데 그리 가져다 붙이지 않더라도 선교장은 충분히 입에 오를 만하다. 선교장에는 안채인 주옥을 중심으로 동별당, 서별당, 외별당, 연지당, 사랑채, 중사랑, 행랑채 등 한옥건축의 교과서 같은 건물들이 수두룩하다. 또한 큰 대문 입구에는 연못 가운데 앉아 있는 활래정을 만들어 정원 건축의 진수도 보여준다. 활래정에서 이제 곧 연꽃을 가득 피워낼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장마가 가고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하면 연꽃들이 연못을 환하게 밝힐 것이다.
1만여 평에 달하는 현재의 선교장 부지만 보고도 얼마나 대단한 위세를 떨쳤는지 짐작이 가능하지만, 예전에는 이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 지금의 약 3배나 됐고, 집도 123칸에 달했다. 한옥은 99칸까지만 짓는 것이 관례지만, 선교장은 예외다. 이곳에는 대문도 12개나 있다. 지난 2000년 한국방송공사가 선교장을 두고 우리나라 최고의 한옥이라 칭송했던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선교장은 수많은 권세가들이 묵고 가던 곳이었고, 그중에는 흥선대원군도 있었다. 러시아의 건축가 사바틴도 선교장에 묵으면서 한옥의 매력에 푹 빠지기도 했다. 그는 나중에 열화당 테라스를 설계해 증축해주는 성의를 보이기까지 했다. 이 열화당은 선교당 최고의 사랑채였다. 선교장에는 세 단계의 사랑채가 있는데 최고가 열화당, 그 다음이 중사랑, 마지막으로 최하급이 행랑채였다. 학문과 인격 등을 판단해 사랑채를 배분했다. 이들 건물에 얽힌 이야기들은 상주하는 문화해설사가 자세히 설명해준다. 선교장에서 우리 것에 대해 보다 천천히 알고 싶다면 체험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숙식을 하며 전통음식문화와 예절, 민속놀이, 공예 체험을 할 수 있다.
한편, 선교장에는 뒤편에 울창한 소나무숲 산책길이 있다. 무더위를 식히는 솔바람을 맞으며 숲길을 산책하노라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길잡이:
영동고속국도 강릉IC→강릉터미널 방면 35번 국도→속초 방면 7번 국도→오죽헌 지나 우측 방면→선교장 ▲문의: 선교장한국전통문화체험관(http://www.knsgj.net) 033-646-3270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