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생로병사의 비밀
두경부암은 말 그대로 머리와 목에 생기는 암이다. 이런 두경부에 생긴 인두암, 설암, 후두암 등을 총칭해 두경부암이라고 한다. 대중에게 생소한 병명이지만 국내 발병률은 점차 증가 추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진료데이터 최근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두경부암 환자는 지난 2015년에서 2019년 4년 사이에 약 19.4% 증가했다. 특히 50대 이상 남성이 두경부암 환자의 71%를 차지할 정도로 장노년층 남성들에게 치명적이고 무서운 병 중 하나이다.
두경부암은 조기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할 경우 90% 이상의 치료율을 보인 반면 3-4기에 발견될 경우엔 사망률이 높다. 뿐만 아니라 두경부의 특성 상, 종양을 제거하고 치료를 한 이후의 삶도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먹고 말하고 숨쉬는 평범한 일상의 회복이 극히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병에 대한 빠른 자각과 진단이 그 어떤 치료보다 중요하다.
두경부암의 증상을 자각하지 못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시청자에게 두경부암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진단, 첨단 치료법 및 학계의 최신 지견을 소개하고자 한다.
올해로 37년차 개그맨 배영만 씨(62)는 매일 목소리를 점검해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어느 순간부터 목소리에서 쉰 소리가 들리고, 특정 단어의 발음이 어려워지고, 목에 이물감이 느껴졌지만 단순히 직업적인 이유 때문에 목 건강이 안 좋아 느껴지는 증세인 줄로만 알았다.
점점 심해지는 증상에 병원을 찾은 그는 하루아침에 ‘암 환자’가 되었다. 배영만 씨는 투병 당시 목소리를 영영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좌절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다행히 후두 부분절제술을 통해 발병 부위를 성공적으로 제거하고 현재 추적 관찰 중이다. 요즘에는 건강관리에 힘쓰기 위해서 운동도 시작하고 건강한 마음을 가지게 위해 노력하고 있다.
2년 전 편도암을 진단받은 김수환 씨(47). 그가 느낀 전조증상으로는 귀 밑에 생긴 작은 혹이 전부였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작은 혹이 점점 크기가 커지자 이상함을 느낀 수환 씨는 뒤늦게 병원을 찾았다.
간단하게 혹 제거 수술만 받으면 끝인 줄 알았지만 검사 결과 단순한 혹이 아닌 ‘편도암’이라는 진단 결과를 들었다. 건강에 있어서 누구보다 자신 있었기 때문에 결과를 듣고 나서도 믿기 어려웠다. 다행히 수환 씨는 암 병변 부위를 제거하는 편도 절제술 시행 후 서서히 건강을 되찾고 있다.
편도 절제술을 통해 제거한 암 조직을 분석한 결과 인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가 그 유발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현재 인유두종 바이러스 관련 두경부암 발병률이 전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흡연이 줄어들면서 두경부암 중 후두암 발병류리 감소하는 반면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편도암을 포함하는 인두암이나 설암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년 동안 해왔던 타일공 작업을 정리하는 이순방 씨(72). 올해 9월에 하인두암을 진단 받은 이후부터 건강에 대한 걱정과 불안 때문에 몸과 마음이 무겁다.
2년 전에 염증 제거 수술을 받았던 부위에 올해 또 혹이 생겼다. 이번에도 간단한 처치만으로 제거될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점점 커지는 혹에 이상함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결코 가벼운 상황이 아니었다. 하인두에서 발생한 암은 이미 목 임파선까지 넓게 퍼져있는 상태였으며 당장 수술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순방 씨의 맞춤식 치료 방법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해 투머보드(Tumor Board)가 진행했다. 투머보드란 각 과의 전문의들이 한 자리에 모여 환자의 진단 및 치료에 대해 토의하는 다학제 진료로 환자 종양의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과 순서를 결정한다.
두경부 기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최선의 치료법을 결정하는 자리다. 다학제 진료 결과 이순방 씨는 절제 수술 대신 입을 통해 로봇팔을 삽입하여 암세포만 제거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로봇 수술을 시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순방 씨의 치료 과정을 통해서 부작용을 줄이는 다양한 두경부암 치료법들을 알아본다.
송철의 씨(77)는 언젠가부터 목옆에 혹이 난 것을 느꼈다.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비인두암의 징후였다. 이미 말기까지 진행됐다는 검사 결과를 들은 후 낙심했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다.
주치의를 믿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치료에 임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불과 1년 사이에 암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송철의 씨가 경험한 기적을 통해서, 두경부암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