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권력투쟁이 제2라운드를 맞고 있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파문이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 주변에 대한 사찰로 이어지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여권 내 ‘권력투쟁’의 불꽃이 재점화하고 있다. 그리고 남 의원뿐 아니라 정두언 최고위원, 정태근 의원 등의 가족들 그리고 여권의 또 다른 중진 정치인도 사찰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 배후를 두고 또 다시 ‘죽기 살기’식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남 의원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여권 내에서는 금기시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을 공식 거론하면서 양측의 싸움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모양새다. 사실 이상득-정두언 의원 간의 싸움은 ‘형님’의 판정승으로 끝이 날 조짐이 보였다. 이 의원은 자신의 ‘아바타’ 임태희 노동부 장관을 대통령실장에 밀어 넣어 건재함을 과시했다. 여기에 ‘양아들’ 원희룡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전격 기용하는 데도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얘기가 알려지면서 ‘형님’이 당·청을 모두 장악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이 남경필 의원을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소장파의 꺼져 가던 공격 불씨도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장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사찰 건이 가라앉더라도 또 다른 비리가 터질 것이다. 과거 옷로비나 김현철 씨 사건 등을 보라. 누군가 기획조작을 하지 않더라도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불쑥불쑥 또 다른 비리들이 터질 것이다. 김종익 씨나 남경필 의원 사찰 건도 누가 정밀하게 기획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런 때는 이미 지났다. 그동안 실세들에 의해 저질러진 비리들이 쌓여 있기 때문에 언제 또 다른 대형 비리가 터질지 모른다. 이런 싸움에서 주류들이 버틸 수 있을 것 같은가. 실세들의 비리가 자꾸 터지면 검찰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결국 그들도 대형사건 하나를 터뜨려야 한다. 주류의 몰락은 그 시점에서부터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류 측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소장파와의 화해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 청와대 행정관 아무개 씨를 통해 적극적인 관계 개선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는 공격의 최선봉에 선 정두언-남경필 의원이 7·28 재·보궐 선거의 부담 때문에 잠시 예봉을 거두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들은 선거 뒤 ‘타협’보다는 ‘타격’ 쪽으로 가닥을 잡고 제2의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