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사의 경우 현재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광재 지사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직무정지를 당한 상태. 향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유죄가 확정될 경우 빠르면 오는 10월 재보선이 열릴 수도 있다. 이를 대비해 한나라당 측은 엄기영 전 사장 영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대중들은 여야 모두로부터 잇달아 러브콜을 받으며 고민하고 있는 듯 비쳐진 엄 전 사장의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상황. 그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던 엄기영 전 사장과 지난 3일과 5일 두 차례에 걸쳐 전화통화를 나눌 수 있었다.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사양하는 엄 전 사장에게 궁금한 질문들을 던져 봤다.
―인터뷰를 꺼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이러저러한 말이 많아서 그냥 전화를 일부러 피했다.
―강원도지사 출마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전혀 그런 생각 없다(웃음).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모두 영입제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는데.
▲그런 일 없다(웃음).
언론을 통해 한나라당 유력 인사가 엄기영 전 사장을 직접 만나 영입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보도되었음에도 엄 전 사장은 “그런 일이 없다”며 구체적 답변을 꺼렸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사이에서 고민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 이에 대해 비판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는 물음에 엄 전 사장은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웃음으로 답변을 피해갔다.
―직무정지를 당한 이광재 지사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어서, 강원지사 재보선을 노리고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런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 나는 이광재 지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이 지사가 그렇게 되어서 안타깝고 내가 난도 보내고 그랬다.
―지난 7·28 재보선을 앞두고 강원지역에 출마한 한나라당 후보 사무실을 방문해 말들이 많았다. 태백·영월·평창·정선에서 당선된 최종원 민주당 의원도 지난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선거 막바지에 그렇게 처신했다는 건 올바르지 않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분들이어서 격려차 방문했던 것뿐이다.
―고향(강원도)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말을 했었는데 도지사 출마를 염두에 둔 발언 아니었나.
▲(엄 전 사장은 이 질문에 대해 ‘기자는 고향이 어디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누구나 고향이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지 않느냐. 그런 의미에서 한 말이었을 뿐이다.
―다시 한 번 묻겠다. 도지사 출마, 안하는 것인가. 아니면 고민 중인 것인가.
▲고민 중인 것이 아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엄 전 사장은 기자의 계속되는 질문에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이 같은 엄 전 사장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 대중들도 그가 ‘정치적 행보’를 이어간다면 도지사 출마 가능성을 계속 열어둘 것이다. 과연 “고향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엄 전 사장이 어떤 모습으로 새 일을 하게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