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신문>에 ‘S 사 여직원 일동’ 명의로 날아온 제보 편지. |
A 전 전무의 성 스캔들 상대는 그가 S 사에 재직할 당시 수년간 여비서로 근무했던 B 씨다. 제보 내용은 A 전무가 직위를 이용해 B 씨를 성폭행하고 수년간이나 ‘성노리개’로 삼았다는 것이었다. 7월 ×일자 날인이 찍혀있는 <S 사 여직원 일동>이라는 제목의 ‘투서’에는 A 전 전무의 행각을 고발함과 동시에 “불미스러운 일을 당해도 공론화할 수 없는 여성의 입장을 헤아려 3000여 명 여사원들의 권익과 인권보호를 위해 도와달라”는 호소가 담겨 있었다. <일요신문>은 대기업 고위 간부의 여비서 성추문을 둘러싼 루머의 진상을 추적해봤다.
제보자에 따르면 A 전 전무는 S 사의 실장으로 근무할 당시 비서인 B 씨를 상대로 성폭행을 했다. 그리고 그후 3년여에 걸쳐 B 씨를 성적 노리개로 삼는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부도덕한 행위를 일삼았다고 한다.
고위 임원과 여비서 간의 엽기 성 스캔들은 회사 임원진에게도 흘러들어가게 된다. “회사 내 모든 임직원들이 알고 있는 얘기다. 이 일로 인해 여직원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일부는 부하직원을 상대로 한 A 전무의 부당한 행각에 대해 사측에 수차례 진정을 했으나 시정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제보자의 얘기였다.
‘회사망신’을 무릅쓰고 제보를 하게 된 이유도 부도덕한 임원을 감싸고 소문을 진화시키기에만 급급한 사측의 안이한 태도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소문이 확산되고 문제가 커질 조짐이 보이자 회사 측은 피해자인 B 씨를 강제로 퇴사시켰다고 한다. 강제퇴직당한 후 B 씨는 현재 홀어머니와 함께 힘들게 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A 전 전무는 승승장구를 거듭했다고 한다. 확인결과 A 전 전무는 사건 당시 OO실 실장이었지만 다른 요직의 실장직을 거쳐 2007년 1월 인사 때는 전무로 승진된 후 S 사의 해외합작법인의 법인장으로 발령받았다. 하지만 일각에서 성 스캔들 문제가 계속 거론되자 사측은 A 전 전무를 1년 반가량 대기발령 상태로 뒀다가 최근 S 사 자회사 대표로 앉혔다고 한다.
제보자들은 이와 관련,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행각을 저지른 임원을 감싸고 계속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S 사의 경영이념에도 맞지 않는다고 성토하고 있다. 심지어 사내에서는 A 전 전무가 회사 내 자금운용과 관련 비밀을 알고 있어서 봐준다는 소문까지 나돌기도 했다고 제보자들은 전했다.
이와 관련 S 사 관계자는 “그런 소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소문의 내용이 워낙 민감한 데다가 두 사람의 사생활에 해당되는 부분이라 회사가 개입하기 어려웠다. 한동안 좀 시끄럽다가 잠잠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여비서와의 성추문 루머에 휩싸였던 A 전 전무는 왜 당시 아무 제재나 징계도 받지 않았던 것일까. 이와 관련 회사 측은 “회사 업무와 관련된 잘못을 저질렀거나 규정을 위반한 경우라면 처벌을 내릴 수 있지만 개인의 사생활을 일일이 문제삼기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A 전 전무는 그동안 업무적으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고위 임원까지 올랐으며 행실면에서도 반듯하다는 평판을 듣고 있는 인물이었고, 특별히 문제될 만한 행동을 한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여비서 B 씨에 대해서도 “확인결과 일신상의 이유로 퇴사한 것으로 나와 있었다. 소문처럼 A 전무가 압력을 행사했거나 소문을 무마시키기 위해 회사 측에서 강제로 퇴사시킨 건 아니었다. 그런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스스로 알아서 나갔다면 모를까 회사에서 사람을 함부로 내칠 수도 없다. 퇴사도 소문이 돌고나서 한참 후에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A 전 전무의 잦은 보직 이동은 무슨 연유일까. 또 A 전 전무를 1년 반 동안 대기발령 상태로 뒀다가 최근 자회사 대표이사 자리로 발령을 내줬다는 제보자의 주장은 사실일까.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A 전무는 OO실에서 오래 근무했고 다른 OO실에서도 2년 정도 근무했다. 보통 한 부서에서 몇 년 근무하면 자리이동을 한다. 불미스러운 소문 때문에 부서를 옮긴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A 전 전무는 2007년 초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고 해외합작법인의 법인장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A 전 전무는 법인장이 된 후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업무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그는 법인장이 된 지 2년 만인 2009년 1월 비자발적으로 퇴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회사 측 관계자는 “직급이 높아질수록 자리가 좁아지게 마련이다. 모든 임원이 최고자리까지 승진을 거듭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는가. 회사로서는 매년 인력수급상황을 고려해 임원 퇴직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A 전 전무가 무슨 잘못을 해서 퇴직하게 된 건 아니다”고 전했다.
A 전 전무가 1년 반 동안 대기발령 상태로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측은 “퇴직한 임원에 한해 회사에서는 ‘자문역’이라는 것을 두고 있다. 오랫동안 회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배려해주는 취지인데 다른 일을 구할 때까지 자문역으로 위촉해 기존 급여의 70% 정도를 주고 있다. 자문역은 회사에 이름만 걸쳐놓을 뿐 출근을 한다거나 업무를 하는 것은 아니다. A 전 전무는 지난해 1월 퇴직한 후 올 5월까지 우리 회사 자문역으로 있었다. 이것이 대기발령으로 와전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보자들은 퇴직한 A 전 전무가 자문역을 거쳐 최근 S 사의 자회사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며 부도덕한 임원을 감싸고 지속적인 일자리를 제공한 회사 측에도 책임이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S 사는 “B 씨가 아무리 가정형편이 어려워 회사를 당장 그만둘 수 없는 처지였고 상사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부하직원의 위치였다해도 그런 불미스러운 일을 당했다면 그 당시에 분명 심각하게 문제제기를 했을 것이다. 소문이나 한쪽의 주장만으로 단정지어서는 안된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A 전 전무는 8월 4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사실무근”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오랫동안 몸담은 회사를 나와 새출발을 한 시점에 또다시 불거진 악성루머에 A 전 전무는 상당히 큰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그는 “B 씨와 오랫동안 같이 근무하면서 친하게 지낸 것은 맞다. 나는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친하게 지내는 성격이다. 하지만 결단코 문제가 될 만한 언행을 한 적이 없다”고 강하게 항변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이런 얘기가 나도는 것일까. 이와 관련 A 전 전무는 “그간 누가 왜 이런 짓을 하는 것일까에 대해 많이 생각해봤지만 지금도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몸담았던 부서의 특성상 본의 아니게 불이익을 당했던 이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아마도 내게 상처를 받았거나 그로 인해 불만을 가진 이들이 음해를 하는 것 같다. 7월부터 근무하고 있는 회사도 S 사의 자회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A 전 전무는 “사실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얼마 전 집으로도 투서가 날아왔다. 이건 한 사람을 매장시키는 것을 넘어 엄연한 가정파괴 행위”라고 성토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