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의원의 입각은 8·8 개각의 하이라이트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몇 달 전부터 하마평에 올랐던 반면, 이 의원의 경우 7·28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특임장관이라는 ‘사통팔달’ 요직에 파격적으로 기용됐는데, 그 이면에 친이계의 대권 구도가 맞물려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특임장관은 말 그대로 ‘리베로’다. 당·정·청을 오가며 갈등 구조를 해소하는 동시에 대통령 특명 사항인 ‘개헌’ ‘4대강 사업’ 등의 미션을 일괄 수행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친이계 후보를 앞세워 정권 재창출을 이뤄내야 하는 이 대통령으로서는 ‘정권 창출 경험’이 있는 이 의원에게 다시 한 번 그 미션을 부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재오 의원의 입각은 여권에 기반이 전무하다시피 한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후견인이자 가정교사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김 후보자 기용을 여권 요로에 밝히면서 상당히 애착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한번 직접 키워보고 싶다”라는 의견을 여러 차례 나타냈다는 것. 하지만 “내각 임명자 대부분이 대통령하고 직접 대화 채널을 열어놓은 ‘실세’들인데 그 속에서 40대 총리가 제대로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박종근 의원)이기 때문에 ‘2인자’ 이 의원으로 하여금 그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동시에 김태호 후보자의 위상을 세워줄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의원이 차기 대권 주자 한 명을 제대로 키우는 가정교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 의원이 김 내정자의 시어머니 역할을 하며 사사건건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엔 이 의원의 ‘복심’이 자리 잡고 있다. 친이계 의원들은 “이 의원이 정치적으로 장수하기 위해선 킹메이커 역할을 해야 한다. 과거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 등이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킹’을 꿈꾸다 결국 몰락하지 않았느냐. 그가 용꿈을 꾸는 순간 한순간에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의원 심중에는 큰 꿈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란 관측도 많다. 그의 측근들은 사석에서 자주 “꿈은 아무나 꿀 수 있다. 이 의원이라고 그 가능성마저 뺏을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말한다. 이 의원 자신도 주변에 용꿈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하는 말을 하진 않는다.
더구나 이 의원은 김 후보자를 ‘애송이’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18세 나이차에다 내공 면에서도 온갖 고공전을 치른 이 의원으로서는 ‘쉽게’ 김 후보자를 자신의 ‘주군’으로 모실 가능성이 크지 않다.
여권 권력 지형에 낯선 김 후보자가 후견인 없이 좌충우돌 권력투쟁을 벌이기엔 한계가 있다. 오히려 그가 쟁쟁한 친이계의 견제에 밀려 제 역할을 못해낼 가능성이 더 크다. 김 후보자로서는 천금 같은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2인자 이재오 의원과 대립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이 의원은 김 후보자의 시어머니 노릇을 할 것이고, 양측의 갈등은 더욱 빈번해질 수 있다.
현재로선 이재오 의원이 김태호 후보자와 어떤 관계 설정을 할지 미지수다. 당분간 양측은 밀월 관계를 이어가겠지만 올해 말 본격적인 대권주자 쟁패가 시작되면, 양측의 갈등도 폭발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피하는 유일한 길은, 이재오 의원이 ‘꿈’을 버리고 킹메이커로 눌러앉는 방법밖에 없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