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전당대회 일정이 확정된 가운데 최고위원 후보들의 경합이 뜨겁다. 이들은 당권을 노리는 거물들과의 합종연횡을 통해 지도부 입성을 노리고 있다. 사진은 당권 경쟁의 빅3로 불리는 손학규·정세균·정동영 전 대표(왼쪽부터). |
당권 경쟁은 정세균 전 대표와 정동영 손학규 상임고문 등 이른바 ‘빅3’에다 박주선, 천정배, 김효석 의원까지 6자대결 구도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더 뜨거운 리그는 10여 명이 양보 없는 일전을 벼르고 있는 최고위원 경선이다. 2012년 대선후보 경선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빅3’의 정면대결이 벌어지는 메이저리그도 볼 만하지만, 이들과 합종연횡을 통해 지도부에 입성하려는 마이너리그의 경쟁도 불꽃을 튀기고 있는 것이다.
현재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인사들은 이강래(57·3선·전북 남원·순창), 유선호(57·3선·전남 장흥·강진·영암), 조배숙(54·3선·전북 익산을), 이종걸(53·3선·경기 안양 만안), 양승조(51·2선·충남 천안갑), 최재성(45·2선·경기 남양주갑), 백원우(44·2선·경기 시흥갑), 조경태(42·2선·부산 사하을) 의원과 정봉주(50), 장성민(47), 이인영(46) 전 의원 등 11명이다. 이들 중 ‘4말5초’(40대 말~50대 초반)로 볼 수 있는 인사는 모두 7명이다. 이들 ‘젊은 피’ 중 3~4명이 지도부 입성에 성공할 경우, 민주당 지도부의 분위기는 확 달라진다. 이는 곧 당쇄신의 신호탄이 될 수 있고, 당내 대권 후보 경쟁 구도에도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등장으로, 민주당은 최고위원 경선을 통해 ‘세대교체’ 바람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3선 주자’인 이강래, 유선호, 조배숙 의원은 경륜과 지역기반을 중심으로 지지세를 넓히고 있다. 이 의원은 원내대표를 역임하면서 인연을 맺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을 위한 헌신’을 공언하고 있다. 조 의원은 지난 19일 “민주당이 근본적으로 변해야만 2012년 정권탈환에 대한 당원들의 자신감이 회복되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다”며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졌다. 조 의원은 서울고등법원 판사 출신으로 16대 때부터 내리 3선을 하며 내공을 쌓았다.
‘4말5초’의 주자군은 저마다 다른 정치색을 표방하고 있다. 정 전 대표의 최측근인 최재성 의원은 사실상의 주류 대표주자다. 정 전 대표와 러닝메이트로 전국을 돌고 있다. 지난 2008년 총선 당시 수도권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옛 386’ 출신이라는 점도 당내 역할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백원우 의원은 당내 ‘친노무현그룹’의 대표주자로 바닥을 훑고 있다. 그 역시 최 의원과 같이 수도권의 대표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치노선으로 보면, 훨씬 진보 쪽으로 가 있다.
80년대 중반 전대협의 지도부 출신인 ‘정통 386’ 출신 인사 중에선 이인영 전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임종석 전 의원이 출마를 포기했다. 두 사람은 모두 김근태 전 의원과 가깝다. 김 전 의원이 당대표 경선에 나서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면서 이 전 의원이 김근태계의 대표선수가 된 것이다. 당초 임 전 의원은 한명숙 전 서울시장 후보의 대변인을 맡았을 때부터 당 지도부 참여를 준비해왔지만, 운동권 시절부터 막역한 선배이자 계보성향이 겹치는 이 전 의원에게 기회를 양보했다. 장성민 전 의원은 동교동계의 지원을 받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업고, 중도서민 정당의 재건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일찌감치 ‘40대 기수론’을 내걸었다. “지난 대선에서 당 후보경선에 나섰던 분들은 이제 퇴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 언제까지 민주당 지지층에게 구걸하고 있을 것이냐”며 손·정 고문을 향해 정색하고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장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통일세 신설’ 논의를 제의한 것에 대해서도 “통일세는 북한체제를 흔들어… 흡수통일 또는 북한 붕괴 전략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통일방안은 김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배치되고, 북한 붕괴론과 흡수통일론에 기초하고 있다”고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이종걸 의원은 비주류 모임인 쇄신연대 쪽에서 밀고 있다. 다만, 이 분위기는 정동영-박주선-천정배 의원 간에 대표경선 후보 단일화가 무리 없이 진행됐을 경우에 가능하다. 이 작업이 여의치 않아 쇄신연대가 해체될 경우, 최고위원 경선 출마 구도는 달라질 수 있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겨눠 ‘BBK 저격수’로 불렸던 정봉주 전 의원은 “정권탈환을 위해 지금 당이 필요로 하는 것은 상대방의 진영을 흔들 수 있는 최전방 공격수”라며 출마를 준비 중이다. 그는 BBK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 1년형을 받고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실형이 확정되면 그는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한다. 이것이 그가 최근 “지난 대선에서 BBK로 상징되는 네거티브 선거 운동에 매몰됐다”는 정 고문의 말에 대해 “혼자만 살겠다는 것이냐”고 쏴붙였던 연유다. 여의도 정치에 복귀한 손학규 고문 쪽에서는 신학용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