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K 씨와 L 씨 커플은 다른 집과 비교해서 좀 유별난 데가 있다. 다름 아니라 L 씨와 시어머니 사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아직 신혼인 탓에 L 씨는 남편에게 서먹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시어머니에게는 거리낌이 없다. 결혼을 하느라 직장생활을 잠시 쉬도 있는 L 씨는 거의 매일 시댁으로 출근해서 요리도 배우고 시어머니와 함께 영화도 보러 다닌다.
아들만 셋을 둔 시어머니의 며느리 사랑도 대단하다. 예쁜 물건을 보면 며느리 사주고 싶어 안달을 한다. 이런 두 여자 사이에서 K 씨는 “신혼 분위기도 못낸다”고 투덜거리지만 내심 기분 좋은 건 사실이다.
L 씨는 남편과 갈등이 있을 때마다 시어머니와 의논을 한다. 시어머니가 “남편이랑 싸웠다고 어디 가서 흉보지 마라”고 당부도 했고 아무래도 남편을 잘 아는 분이니 뭔가 해답을 주실 것 같아서다. 그러면 시어머니는 때로는 아들 흉도 보고 며느리를 구슬리면서 기분을 풀어준다.
시어머니 입장에서 며느리가 항상 예뻐 보이기만 하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L 씨가 조금씩 시집 식구들에게 정을 붙여 가는데 괜히 작은 일로 꼬투리 잡았다가 며느리 마음 상하게 해서 멀어지게 하는 건 누구에게도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주변에서 며느리 시집살이 시켰다가 아들과 사이가 틀어진 경우를 더러 본 것도 큰 공부가 됐다.
L 씨 입장에서도 시어머니는 어려운 존재다. 그래도 친정 오빠가 고부갈등에 힘들어하는 걸 보았던 터라 남편에게 그런 짐을 지우고 싶지 않다. 시어머니와 잘 지내니 남편도 친정에 잘하려고 하는 게 보인다.
♥ 남편 사랑, 아내 사랑 비결 의외로 간단
부모가 자식 끼고 돌아서 잘되는 일 없다. 특히 요즘처럼 부부갈등뿐 아니라 고부갈등이니 ‘역 고부갈등’이니 하는 가정의 행복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많은 때엔 더더욱 그렇다. 내 부모, 내 자식 하다가 참 얄궂은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가족으로 감싸 안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들이 가장 가깝다는 부부 사이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다. 결혼은 부부의 사랑이 가장 중요하지만, 사랑만으로 결혼생활을 이어나가기는 쉽지 않다.
배우자가 내 부모를 소중하게 생각하면 눈물 나게 고맙고, 더 잘해주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남편 사랑, 아내 사랑 받는 비결이 이처럼 간단한데 그걸 모르는 부부들이 많다. 자녀의 결혼생활에 대한 부모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아들이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며느리를 내 딸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위에게 베푼 사랑은 결국 딸에게로 가게 마련이란 점도 명심해야 한다.
오늘 시댁에, 처가에 안부전화 한번 드려보자. 좀 더 신경 써서 시어머니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는 건 어떨까. 사위라면 장모님께 봄의 향기 가득한 꽃 한 다발 선물도 괜찮을 것 같다. 시어머니, 장모님에게 마음을 쓰면 쓸수록 배우자가 더 고마워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이웅진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