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마친 강아지의 온 몸에 화장품과 탈취제를 뿌리고 웃음을 터뜨린 광주의 한 동물병원 관계자들이 피해 견주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했다. 사진=피해 견주 인스타그램 캡처
19일 광주 광산경찰서는 해당 병원 측이 인터넷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의 피해를 호소하며 견주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고소인은 동물병원 수의사와 피해 강아지에게 화장품, 탈취제 등을 뿌린 수의테크니션 등 4명이다.
이들은 견주가 허위·과장된 내용으로 SNS에 게시글을 작성했으며 게시글을 마치 객관적인 사실인 것처럼 다른 SNS 등으로 수백, 수천건이 유포되도록 독려했다고 주장했다. 또 견주가 수천만원을 요구하며 협박하는 등 견딜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일상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견주의 허위게시글로 인해 수의사로서의 명예를 잃고 병원은 피해를 입었다고도 말했다.
견주 A 씨는 지난 3일 자신이 키우는 반려견 중 하나가 수술 뒤 마취도 깨지 못한 상태에서 눈도 못 감고 죽었다면서 당시 강아지의 수술을 집도한 동물병원의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이 CCTV에는 수술을 마치고 누워있는 강아지 얼굴에 병원 측 의료진들이 화장실용 탈취제 페브리즈와 화장품을 분사하며 크게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잡혔다. 이후 강아지는 마취에서 깨지 못한 채 그대로 사망했다.
이 사실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확산되면서 대중들의 공분을 샀고, 해당 동물병원 측은 “마취가 회복되는 과정 중에 선생님께서 아이를 좀 더 신경써주기 위해 빗질을 했으며 학대 의도는 없었다” “수술 후 당연히 아이 상태를 체크해야 되는 점과 저의 기본적인 직업의식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한 점, 아이 상태만 가볍게 체크한 후 옆에서 지켜만 본 점,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두 차례에 걸쳐 사과했다.
그러나 견주는 “병원 측이 직접 연락해서 사과하진 않았다”며 “일이 커지자 인터넷 카페에 사과글만 올린 게 전부”라고 반박했다. 견주는 이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을 진행 중이며 19일 오후 기준 14만 40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한편 경찰은 이 병원의 동물병원 수의사 등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