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주자들이 확보한 자파 현역의원, 지역위원장의 수는 곧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의 지지세, 즉 ‘조직표’의 근간이 된다. 대의원 선출이 대부분 지역위원장의 ‘입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당헌개정이 없는 한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임기 2년의 당 대표는 2012년 4월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게 된다. 당 대표가 대선후보로 나설 경우 선거일로부터 1년 전에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당권-대권 분리의 당헌개정이 이뤄진다고 해도, 공천에 대한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각 주자진영은 지역위원장들을 겨냥한 ‘줄세우기’가, 또한 현역의원들과 지역위원장들은 어느 당권주자를 지지할지를 놓고 ‘눈치보기’가 치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 전 대표의 경우 ‘486그룹’과 옛 열린우리당 중진들이 중심 조직력을 채우고 있다. 각 주자진영의 조직분석 정보를 종합해 보면 정 전 대표는 민주당 전체 87명의 현역의원 가운데 강기정, 최재성 등 19명의 지지를 받고 있다. 김진표 의원이 선거 캠프를 지휘하고 있고, 김민석 전 최고위원, 우상호 전 대변인, 윤호중 전략기획위원장, 오영식 전 의원 등이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다. 각종 선거에서 전투력을 평가받는 쟁쟁한 486그룹들이 참모진을 형성하고 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 유인태 상임고문, 장영달 전 의원 등 중진들도 포진하고 있다.
정 전 대표가 지난 2년간 대표직에 있으면서 새로 교체한 지역위원장이 20%에 이를 정도로 가장 탄탄한 조직기반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최근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하기 전에 권역별 지역 책임자 20여 명과 회동하면서 조직 확대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춘천 칩거’를 끝내고 정치 일선에 복귀한 손 고문은 지난 8월 24일 정장선, 김부겸, 안민석, 이춘석, 이찬열, 전혜숙 의원 등 지지 의원 10여 명과 조찬을 함께했다. 상경 후 첫 모임이라는데, 매주 월요일마다 정례회동을 갖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선거캠프의 좌장이고 박양수 전 의원, 차영 전 대변인 등이 조직을 관장하고 있다.
현재 손 고문 지지를 표명하거나 그의 측근으로 알려진 현역의원은 22명으로 ‘빅3’ 가운데 가장 많다. 다만,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 의원이 많다는 게 ‘취약점’이다. 대부분 지난 2008년 총선을 치를 때 직접 비례대표로 영입한 인사들이다. 그래서 현역의원 수에 비해선 조직세가 정 전 대표나 정 고문에 비해 열세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손 고문 측이 “당심(黨心)보다는 민심(民心)”이라는 말을 달고 다니고, 전당대회 ‘룰’ 협상에서 국민여론조사를 반영하자고 강하게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 고문은 ‘빅3’ 가운데 두 번의 대선후보 경선과 당 의장 선거 등 가장 많은 전국단위 경선을 치렀다. 당내 선거에 있어서는 ‘백전노장’이다. 정 전 대표가 “나는 정동영이 가장 두렵다. 당 경선을 몇 번씩이나 치러 본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당하겠느냐”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탈당과 복당을 거치면서 정 고문의 내부 사정은 예전 같지 않다는 게 안팎의 관측이다. 더욱이 호남 지역에서는 정 전 대표뿐만 아니라 박주선 의원과도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다. 그런 만큼 옛 조직복구가 관건이다.
선거캠프는 염동연 전 의원이 지휘하고 있다. 그는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초반 광주에서 ‘노풍’(盧風)을 점화시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당선시킨 조직의 귀재다. 현역의원은 오랜 측근인 최규식 박영선 등 12명 정도가 꼽힌다.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서 조직을 총괄했던 김낙순, 김태랑, 정청래, 노웅래 전 의원 등도 정 고문을 돕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 주자의 조직 확대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아직 지지후보를 찾지 못한 정파들이 향후 어떻게 움직일지도 판세를 뒤흔들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김근태 전 의장을 중심으로 한 개혁 모임인 ‘민주연대’, 박상천 의원을 수장으로 한 옛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신송회’, 백원우·서갑원·이용섭 의원 등 친노 인사로 구성된 ‘청정회’ 등이 주목을 받고 있는 정파들이다.
막판으로 갈수록 당권주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진영을 전전하는 인사나 정파들도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벌써 당내에는 한나라당의 ‘주이야박’(낮에는 친이, 밤에는 친박)에 비유해 ‘주정야손’(낮에는 정세균 쪽, 밤에는 손학규 쪽)이라는 신조어가 나돌고 있다. ‘빅3’ 중 누가 대세론을 형성하느냐에 따라 민주당 내 각 정파의 계산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