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민심 공략법 중 주요 수단으로 트위터가 자리 잡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유명 정치인들도 트위터리안(트위터 사용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 ‘트위터’란 140자 내의 단문을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을 통해 올리거나 볼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말한다. 한때 미니홈피와 블로그로 대표화되던 네티즌들과의 ‘소통’은 이제 실시간으로 의견교류가 용이한 트위터로 그 수단이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이미 적지 않은 정치인들이 트위터를 통해 정치적 의견을 피력하거나 개인적인 소식을 전하며 대중들에게 친숙함을 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과연 정치인들은 트위터를 통해 어떤 효과를 얻고 있으며, 대중과의 소통 점수가 가장 높은 정치인들은 누구일까. 대권 잠룡들과 트위터 속에서 인기 높은 정치인들의 ‘트위터 정치’ 스타일을 들여다보았다.
대권주자 중 가장 활발한 ‘트위터 정치’를 하고 있는 이 가운데 한 명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다.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다음 날인 지난 6월 30일 트위터를 개설한 박 전 대표 트위터(twtkr.com/GH_PARK)의 팔로어(해당 트위터에 등록해 글을 읽는 사용자) 수는 개설 사흘 만에 1만 명을 넘어서 지난 10일 현재 4만 1064명에 달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올린 트윗 개수는 49개로 적은 편임에도 오래 전부터 미니홈피 활동을 열심히 해온 덕에 네티즌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정치인으로 자리 잡았다.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박 전 대표는 컴퓨터 사용 능력이 뛰어난 편이어서 이미 개설했던 미니홈피와 함께 트위터도 직접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전문가들은 박 전 대표의 트위터 행보가 한나라당의 취약계층인 20~30대 젊은 층 공략에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트위터는 미니홈피에 비해 대중들과의 실시간 소통이 빠르다는 점에서 그 파급력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이미 지난 2004년 개설한 미니홈피를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이나 일상 모습을 공개하며 네티즌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오고 있는 박 전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서도 이와 같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이번 여름을 나며 수박을 먹는 사진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8월 1일 박 전 대표는 “올해 무더위는 유난스럽네요. 무더위를 선풍기와 수박으로 이겨내고 있는 저의 인증샷입니다^^”라며 수박을 손에 들고 있는 사진 한 장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셀카’로 직접 찍은 사진 속 박 전 대표의 모습은 네티즌들에게 친근함을 주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주자 중 젊은 세대 공략에 가장 적극적이다. 차기 대선 과정에서는 트위터를 통해 지난 대선에 비해 젊은 층과의 교류를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문수 경기도지사(twitter.com/kimmoonsoo1) 역시 트위터에 남다른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월 일찌감치 트위터를 개설한 김 지사는 ‘정치인 트위터리안’의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팔로어 수는 1만 409명으로 박 전 대표에 비해 적지만, 지금까지 올린 전체 트윗 개수는 1408개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애플 아이폰을 구입한 스마트폰 얼리어답터이기도 한 김 지사는 하루 평균 7~8개의 글을 올릴 정도로 열심이라고 한다.
김 지사 트위터가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생생한 현장의 얘기를 많이 담고 있기 때문. 김 지사는 도지사로서 현장을 방문하며 느낀 점들을 수시로 올리면서 많은 팔로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이동 중에 차 안에서 올린 글들도 종종 눈에 띈다. 또 질문에 대해서도 대부분 답을 올릴 정도로 트위터 소통에 대한 노력이 대단하다.
지난 4일 한 네티즌이 ‘얼마 전 보도를 보니 고시제도를 바꿔 시험 대신 외부 전문가로 절반을 채운다고 하던데 유명환 장관 딸 뽑듯이 뽑는 건 아닌지…’라고 글을 올리자 김 지사는 ‘이건 아니죠! 정말 문제 있네요’라며 답글을 달았다. 김 지사가 우면산 터널을 지나는 중이라는 글에 한 네티즌이 ‘급 궁금해진 건데요. 지사님 관용차량(?)도 우면산 터널 통행료 내나요??ㅎ 거기 민자터널인데…’라고 묻자 김 지사는 다시 ‘2000원 냅니다!’라고 답글을 달기도 했다. 한 정치분석가는 “김 지사의 예에서 보듯 정치인들의 소소한 얘기를 듣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트위터가 더 인기를 끌 수 있는 것”이라며 “예전의 정치인들이 표심을 얻기 위해 주로 발로 뛰었다면 이젠 손으로도 뛰어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평했다.
상당수 한나라당 의원들은 6·2 지방선거 후 젊은 세대와 소통하지 못한 것이 패배의 원인이었다고 평하며 트위터를 본격적으로 개설했다. 이재오 특임장관과 정몽준 전 대표도 트위터 활동에 신경 쓰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젊은 원희룡 사무총장 역시 당내 대표적인 트위터리안이다.
정치인 중 가장 많은 팔로어 수(지난 10일 현재 10만 248명)를 자랑하는 이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twitter.com/u_simin)으로 트윗 수는 239개에 달한다. 젊은 세대 팬층이 많은 유 전 장관 트위터의 경우 정치현안뿐 아니라 취미나 좋아하는 야구팀을 묻는 질문과 같은 소 소한 글들도 많다. 또 글솜씨가 좋기로 유명한 유 전 장관이지만, 트위터 속 글에는 젊은 세대가 쓰는 표현도 곁들이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한다.
지난 8일 이란과의 대표팀 평가전이 있던 날 유 전 장관은 “태풍이 큰 피해 없이 지나가서 다행… 가벼운 마음으로 초4 아들과 상암구장 이란전 축구 구경갑니다^^ 부자가 다 못 말리는 축구광!”이라고 올린 뒤 축구가 끝난 뒤에는 “어제 이란전 석패… 열 받은 아들녀석, 눈물 글썽. ‘바둑도 아닌데 웬 시간끌기, 이란 매너 꽝이야!’ 소리치고 이어서 ‘심판, 생선눈탱이!’ 정규, 주변분들 박장대소. 약간 창피했음^^ㅠㅠ”이라고 썼다.
얼마 전의,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현 경찰청장) 청문회에 대한 ‘소감문’도 눈길을 끌었다. ‘글 쓰면서 경찰청장 인사 청문회 생중계를 듣는 중… 저런 사람에게 국민의 안전을 맡겨야 한다니, 숨쉬기가 힘드네요.ㅠㅠ’ ‘제가 청문위원이라면 딱 한 가지만 분명하게 물어볼 것 같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차명계좌가 발견되었다는 ‘판단’을 형성한 근거가 무엇인가?’ 조현오 후보자의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이 나왔을 당시, 대중들은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시민 전 장관의 생각이 궁금했을 터. 이렇듯 정치인들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꺼낼 기회가 없거나 하기 힘든 말들을 트위터를 통해 전할 수 있다는 것은 대중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간다.
유시민 전 장관이 ‘놈현’이라는 표현을 쓴 한겨레신문 칼럼에 대해 트위터를 통해 항의했던 일화도 유명하다. 유 전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용어라며 자신의 트위터에 한겨레신문을 ‘절독해야겠다’고 썼고, 이에 수많은 이들이 이에 동조하며 한겨레신문에 항의하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결국 해당 신문사가 사과문을 게재하며 사태가 마무리되었다. 한 정치전문가는 “트위터를 통한 여론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함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기존 인터넷 속 여론이 범람하며 일원화되기 어려운 환경에 있었다면, 트위터와 같은 매개체를 통해 여론 형성 속도가 빨라지고 방향성이 뚜렷해질 수 있는 구조로 변화되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주자들 중에서는 정동영 상임 고문(twitter.com/coreacdy)이 가장 활발한 트위터 행보를 보이고 있다. 10일 현재 1만 9144명의 팔로어를 갖고 있는 정 고문은 지난 8일 ‘잠시 후 10시에 민주당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할 예정입니다’라며 일정을 먼저 알리는 등 트위터에 애정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한 네티즌이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딸 특채 논란에 대해 “울분이 터집니다. 지금도 수년을 고시공부로 밤새는 내 친구들 생각에 눈물납니다”라는 글을 올리자 정 고문은 “그렇지 않아도 외교부에 관련 자료를 정식으로 요구할 계획입니다” “청년실업자들을 포함해 400만 실업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네요”라는 답글로 위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대표(twitter.com/sk0926)와 정계복귀 이후 뒤늦게 트위터를 개설한 손학규 고문(twitter.com/HQ_Sohn)의 경우 아직 팔로어 수(각각 4553명, 1만 1명)가 많지 않은 상태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의 트위터는 형식적이고 홍보색 짙은 글들로 주로 구성되어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13일 오픈한 이명박 대통령의 트위터(twitter.com/Blue house Korea) 팔로어 수는 2만 4014명. 그러나 사실상 청와대 트위터와 다름없는 데다 이 대통령이 직접 글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청와대 홍보기획관실에서 올리는 정책 홍보성 글이 대다수여서 트위터의 참된 의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한나라당 역시 6·2 지방선거 패배 이후 젊은 세대의 민심을 잡기 위해 ‘트위터 한나라당’(twitpic.com/2jwloq)을 개설했다. 그러나 오가는 교류가 없는 일방적인 트위터는 ‘소통창구’로서의 의미가 없을 것이다. 정치인들이 앞 다퉈 트위터를 만들기에 앞서 소통을 위한 진정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트위터 속에서 인기 있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분명한 그 이유가 그 속에 있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