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공산IC 근처에 자리한 불로동고분군. 5~6세기경 조성된 신라시대 고분이다. 210여기의 고분이 있다. |
사실, 여기를 어디라고 해야 할지 막막하다. 대구, 경산, 영천 사람들은 다들 갓바위(관봉 석조여래좌상)를 자신들 것이라고 한다. 갓바위를 품은 팔공산이 이들 지역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명확히 어느 곳에 적을 두고 있든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결국 부처는 마음에 있고 또 하늘과 땅 어디에나 있는 것을.
예부터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영험한 부처가 있다. 팔공산 갓바위가 그것이다. 팔공산은 대구와 칠곡, 영천, 군위, 경산시 등에 두루 걸쳐 있는 해발 1193m의 높고 큰 산이다. 동서로 가로 놓인 주 능선의 길이만도 20㎞에 달한다. 고려 태조인 왕건이 후백제의 견훤과 전투를 벌이기도 했던 산이다. ‘공산’이니, ‘부악’, ‘중악’, ‘동수산’ 등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는데, 팔공산이라는 이름에는 왕건을 도와 고려를 개국한 여덟 공신들을 기리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한편, 팔공산은 일찍이 신라의 김유신이 삼국통일을 구상하며 수행한 곳이기도 하니 여러모로 역사적 의미가 큰 산이라 하겠다.
팔공산은 종교적으로 불교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산이다. 수려한 산들 치고 번듯한 절 하나 들어서지 않은 곳 없지만, 그래도 팔공산은 유별나다. 이곳 팔공산 기슭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와 파계사, 은해사, 부인사, 선본사, 송림사, 관암사 등의 유서 깊은 절들이 띄엄띄엄 앉아 있다. 그러나 이들 절보다 더 팔공산을 유명하게 만든 불교유물이 있으니, 바로 관봉 갓바위다.
▲ 팔공산 관봉 갓바위(위)와 팔공산 자락에 자리한 거조암 영산전. 신라시대 때 건립된 국보 제14호 목조건물이다. |
짧고 상쾌한 선본사 코스
팔공산을 오르는 방법은 수십 가지다. 각 지역마다 등산로가 있다. 군위 쪽에서는 임도로 오르는 방법도 있다. 동화사 집단시설지구에서는 820m 높이까지 케이블카가 운행한다. 그러나 갓바위로 가려면 대구 동구 능성동 관암사나, 경산 와촌 대한리 선본사 쪽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 관암사 쪽으로는 약 2㎞, 1시간 정도 걸리고 선본사 쪽으로는 800m, 30분쯤 걸린다.
선본사 쪽이 거리도 짧고 오르기도 수월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제법 가파른 길이다. 끊임없이 돌계단이 이어지는데, 비록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숨을 헉헉 거리게 만든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이 터널을 이룬 숲이 상쾌하고, 계곡 물소리가 시원하며, 새들의 지저귐이 경쾌하다는 것이다.
선본사 왼쪽으로 난 산길로 25분쯤 오르면 법당이 나타나는데, 팔공산 능선의 전망이 기막히다. 노적봉과 인봉이 거의 수평으로 앉아 있다. 이 법당에서는 갓바위를 찾는 불자와 여행객들에게 식사를 대접한다. 흰쌀밥과 된장국, 그리고 고춧가루를 씻어낸 김치가 전부다.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이 밥상은 그러나 갓바위를 오르내리느라 토해낸 숨의 자리를 충분히 메운다.
법당에서 마지막 힘을 내서 갓바위로 향한다. 어느덧 다가온 가을의 기운은 새벽의 한기에서 고스란히 전해진다. 아직 이 남쪽의 단풍은 멀었지만, 열심히 가을의 복판으로 달려가고 있음을 증거하는 것이다.
하늘에 앉아 있는 부처
갓바위는 해발 850m의 관봉 마루에 정좌하고 있다. 팔공산의 여러 봉우리 중 하나인 관봉은 갓바위를 한자로 ‘음차’한 것이다. 갓바위 부처가 없었다면 이 봉우리 이름도 없었을 터다.
갓바위의 정식 이름은 관봉 석조여래좌상이다. 바위를 다듬어 만든 부처로 머리에 갓을 쓰고 있다고 해서 갓바위다. 원광법사의 수제자인 의현대사가 어머니의 명복을 빌기 위해 통일신라시대인 선덕여왕 7년(638년)에 조성한 것이라 전한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그보다 조금 후대인 8~9세기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갓바위는 보물 제431호로 지정되어 있다. 갓바위는 높이 4m의 부처로 얼굴은 볼이 도톰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신체비례도 어색함이 없다. 결가부좌한 채 왼손에 작은 약상자를 들고 있다.
약사불은 아픈 사람들의 병을 낫게 해주는 신령스러움이 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곳 갓바위는 비단 병자뿐만 아니라 모든 중생들에게 한 가지 소원만은 반드시 들어준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전국 각지에서 꼭 이루고 싶은 바를 얻기 위해 갓바위를 찾는 행렬이 끊임없다. 대학입학능력시험이 가까워지는 10월부터는 수험생들의 부모들이 갓바위를 찾아 자녀의 성공을 기원한다. 합격한 자녀의 부모는 그것이 부처의 덕이라 믿고, 불합격한 자녀의 부모는 그것이 자신의 정성이 모자랐다고 믿음으로써 갓바위의 영험은 계속 이어진다.
요즘의 갓바위는 새벽에 오르는 것이 좋다. 운해가 자주 끼기 때문이다. 갓바위가 있는 관봉 마루에 서면 팔공산 동남쪽 지대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첩첩이 이어진 능선들을 타고 넘는 구름이 무척 인상적이다. 해가 떠오르면서 구름은 찰기를 잃고 흩어지지만, 바람 따라 머뭇거리며 봉우리들을 넘본다.
팔공산을 오르는 방법은 수십 가지다. 각 지역마다 등산로가 있다. 군위 쪽에서는 임도로 오르는 방법도 있다. 동화사 집단시설지구에서는 820m 높이까지 케이블카가 운행한다. 그러나 갓바위로 가려면 대구 동구 능성동 관암사나, 경산 와촌 대한리 선본사 쪽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 관암사 쪽으로는 약 2㎞, 1시간 정도 걸리고 선본사 쪽으로는 800m, 30분쯤 걸린다. 선본사 쪽이 거리도 짧고 오르기도 수월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제법 가파른 길이다. 끊임없이 돌계단이 이어지는데, 비록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숨을 헉헉 거리게 만든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이 터널을 이룬 숲이 상쾌하고, 계곡 물소리가 시원하며, 새들의 지저귐이 경쾌하다는 것이다. 선본사 왼쪽으로 난 산길로 25분쯤 오르면 법당이 나타나는데, 팔공산 능선의 전망이 기막히다. 노적봉과 인봉이 거의 수평으로 앉아 있다. 이 법당에서는 갓바위를 찾는 불자와 여행객들에게 식사를 대접한다. 흰쌀밥과 된장국, 그리고 고춧가루를 씻어낸 김치가 전부다.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이 밥상은 그러나 갓바위를 오르내리느라 토해낸 숨의 자리를 충분히 메운다. 법당에서 마지막 힘을 내서 갓바위로 향한다. 어느덧 다가온 가을의 기운은 새벽의 한기에서 고스란히 전해진다. 아직 이 남쪽의 단풍은 멀었지만, 열심히 가을의 복판으로 달려가고 있음을 증거하는 것이다. 갓바위는 해발 850m의 관봉 마루에 정좌하고 있다. 팔공산의 여러 봉우리 중 하나인 관봉은 갓바위를 한자로 ‘음차’한 것이다. 갓바위 부처가 없었다면 이 봉우리 이름도 없었을 터다. 갓바위의 정식 이름은 관봉 석조여래좌상이다. 바위를 다듬어 만든 부처로 머리에 갓을 쓰고 있다고 해서 갓바위다. 원광법사의 수제자인 의현대사가 어머니의 명복을 빌기 위해 통일신라시대인 선덕여왕 7년(638년)에 조성한 것이라 전한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그보다 조금 후대인 8~9세기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갓바위는 보물 제431호로 지정되어 있다. 갓바위는 높이 4m의 부처로 얼굴은 볼이 도톰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신체비례도 어색함이 없다. 결가부좌한 채 왼손에 작은 약상자를 들고 있다. 약사불은 아픈 사람들의 병을 낫게 해주는 신령스러움이 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곳 갓바위는 비단 병자뿐만 아니라 모든 중생들에게 한 가지 소원만은 반드시 들어준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전국 각지에서 꼭 이루고 싶은 바를 얻기 위해 갓바위를 찾는 행렬이 끊임없다. 대학입학능력시험이 가까워지는 10월부터는 수험생들의 부모들이 갓바위를 찾아 자녀의 성공을 기원한다. 합격한 자녀의 부모는 그것이 부처의 덕이라 믿고, 불합격한 자녀의 부모는 그것이 자신의 정성이 모자랐다고 믿음으로써 갓바위의 영험은 계속 이어진다. 요즘의 갓바위는 새벽에 오르는 것이 좋다. 운해가 자주 끼기 때문이다. 갓바위가 있는 관봉 마루에 서면 팔공산 동남쪽 지대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첩첩이 이어진 능선들을 타고 넘는 구름이 무척 인상적이다. 해가 떠오르면서 구름은 찰기를 잃고 흩어지지만, 바람 따라 머뭇거리며 봉우리들을 넘본다.
거조암과 불로동고분굴
갓바위 여행길에는 둘러볼 곳들이 몇 곳 있다. 주변의 절로 보자면 영천의 거조암을 한번 찾아가 보자. 은해사의 말사로 통일신라 효성왕 2년(738년)에 승려 원참이 창건한 절이다. 갓바위 들목인 선본사에서 20분쯤 떨어져 있다. 이 절에는 국보 제14호로 지정된 영산전이 있다. 조선시대에 지어진 목조건축물로 규모가 상당하다. 정면 7칸, 측면 3칸에 이른다. 이곳에는 500나한이 모셔져 있다. 제각각의 표정을 보여주는 나한들을 보노라면 경건해야 할 절에서 미소를 넘어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갓바위를 찾을 때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팔공산IC로 나오게 되는데, 근처의 불로동고분군도 들러봄직하다. 4~5세기경 조성된 신라시대의 고분군이다. 모두 210여 기의 고분이 밀집 분포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말 그림이 새겨진 뚜껑 등의 토기류와 재갈, 마구류, 철촉 등이 발견되었다. 왕의 무덤은 아니고 지역 지배세력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고분 사이사이로 산책하기 좋고 고분군 앞에는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여행안내
▲길잡이: 경부고속국도 도동분기점→익산포항간고속국도 팔공산IC로 나온 후 우회전→팔공로→909번 지방도→신한교차로 진출 후 좌회전→선본사→갓바위 ▲먹거리: 선본사 조금 못 미쳐 솔매기2(053-852-9344) 식당이 있다. 손두부요리를 잘 하는 집이다. 직접 두부를 만들어 파는데 고소하기가 이를 데 없다. 두부 외에도 찹쌀수제비와 호박전이 맛있다. ▲잠자리: 선본사 아랫말에 선빌리지모텔(053-853-9957), 잼스모텔(053-851-7763) 등의 숙박업소가 있다. ▲문의: 경산시청 관광문화재담당 053-810-6093, 선본사종무소 053-851-18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