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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나이에 걸맞은 장소가 있게 마련이긴 하다. 서울 마포구 홍대 앞도 그런 곳들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젊은이들의 해방구인 터라 또래가 아니라면 그곳으로 드는 데 머뭇거리게 된다. 그런 까닭으로 결국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홍대 앞 풍경이 있으니, 바로 피카소거리다.
홍대 앞은 낮과 밤의 얼굴이 다르다. 낮에는 젊은 감각의 카페촌으로, 밤에는 열정적인 클럽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그러나 변검술사 같은 홍대 앞에서도 변하지 않는 하나가 바로 피카소거리다.
그곳이 대체 어떤 곳인지 궁금할 터. 피카소거리는 홍대 총학생회가 예술이 흐르는 곳으로 만들겠다며 추진한 프로젝트 거리다. 1993년 처음 거리미술제를 개최하면서 홍대 앞 특정 지역에 벽화를 그려 넣기 시작했다. 홍대 정문에서 극동방송 방면으로 가다보면 노란간판의 레코드포럼이란 음반가게가 나온다. 국내에 잘 발매가 되지 않는 해외 신보 공급 창구로 음악마니아들에게 알려진 곳이다. 마이너 레이블의 클래식과 재즈를 비롯해 80~90년대 발매된 음반들도 다수 있어서 운이 좋다면 희귀 앨범들을 수중에 넣을 수도 있는 곳이다.
이곳 레코드포럼 삼거리에서부터 북쪽으로 바이더웨이 편의점 사거리까지가 공식적으로 피카소거리다. 뼈대를 이루는 큰 길과 작은 골목 사이에 그림이 하나둘씩 그려졌다. 장래에 피카소를 꿈꾸는 미대학생들의 작품들이다. 가득 들어 찬 술집과 카페, 클럽과 노래방 따위로 인해 학교 앞이 아니라 유흥가의 중심을 보는 것 같았던 거리는 벽화의 등장과 함께 조금씩 상쾌한 공기가 돌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적어도 이곳이 자신들의 아지트임을 상기했고, 마치 한 층 한 층 쌓여가는 아파트처럼 벽화는 조금씩 거리를 채워나가며 명물로 자리를 잡았다.
만약 피카소거리를 찾을 요량이라면 일주일 중 토요일을 추천하고 싶다. 프리마켓 때문이다. 홍익공원에서 3월~11월, 토요일 오후 1시~6시 프리마켓이 열린다. 다양한 창작자들과 시민들이 만나 축제를 벌이는 예술시장이다. 주로 액세서리류의 소품들이 취급된다. 직접 만든 작품들로서 독특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 프리마켓에서는 단지 전시와 판매행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음악을 비롯해 각종 공연 등 한바탕 난장도 벌어진다. 정말로 재미있는 시장이 아닐 수 없다.
홍대 앞에는 공연장, 갤러리, 박물관 등이 카페나 음식점과 결합된 곳들이 더러 있다. 디지인뮤지엄 aA, 1막1장, 안녕바다, 미쓰홍 등이 그곳이다. 디자인뮤지엄 aA는 카페 겸 서양의 고가구 박물관이다. 120년 된 영국산 나무가 1층 카페의 바닥에 깔려 있고, 150년 전에 만든 영국 템스 강변의 철제문이 출입문을 대신한다. 지상 1층은 카페로 이용되고 있고, 지하1~2층은 모던빈티지와 산업디자인, 지상2~3층은 스칸디나비안과 컨템퍼러리 제품들로 전시가 나뉘어 있다. 한편 미쓰홍은 사진과 회화전시, 1막1장과 안녕바다 등은 전시와 공연을 겸하는 카페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길잡이: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5번 출구→홍대앞 삼거리→우측 극동방송 방면→레코드포럼 삼거리에서 우측(레코드포럼에서 바이더웨이 사거리까지가 피카소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