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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느끼며 걷는 길
걷기는 자기성찰의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무념무상으로 타박타박 걸음을 내던지다 보면 희부옇던 마음과 생각이 맑아짐을 느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렇게들 걸었다. 구원을 위해 히말라야를 넘거나 산티아고를 향해 가는 수많은 순례자들은 그 과정에서 이미 자신들의 신을 만난다.
그런 길들에 비해 턱없이 짧긴 하지만, 속도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걷는’ 길들은 참으로 소중하게 다가온다. 여행의 가치가 무엇을 얼마나 많이 보느냐에 달려 있다면, 발품을 팔아가며 겨우 1시간에 3~4㎞ 전진하는 산책길들은 존재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기’가 이닌 ‘느끼기’에 여행의 방점을 두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목적지에 얼른 닿아야 한다는 조바심도, 날씨에 대한 불안도, 백과사전의 편찬자처럼 어딘가에 또 가서 그 내력을 알아보아야 한다는 강박도 모두 사라진다. 다만 앞에 길이 놓여 있을 뿐이고, 우리는 그 길을 걸으며 소소하고 수더분한 풍경을 내 안으로 끌어들여 감동을 찾는다.
마산 앞바다가 한눈에
무학산둘레길은 산정으로 향하는 길이 아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둘레를 돌아가는 길, 다른 말로 하자면 산허릿길이다.
무학산은 해발 761.4m의 산이다. 행정구역상으로 마산시 교방동에 자리하고 있다. 마치 날개를 펴고 학이 춤추는 듯한 형상이라고 해서 무학산(舞鶴山)이다. 옛 이름은 풍장산이었다고 전한다. 한국의 100대 명산에도 당당히 오를 만큼 아름답다. 사계절 중 가장 좋을 때는 봄이다. 진달래로 뒤덮인 무학산을 찾아서 봄이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러나 둘레길은 계절을 타지 않는다.
둘레길은 지난해 11월 최초 개통됐다. 만날고개에서 시작해 완월동으로 내려가는 12.5㎞가 열렸다. 그리고 차츰차츰 그 길이 다듬어지고 길어지면서 밤밭고개에서 중리역까지 21㎞로 확장됐다. 자세히 그 구간을 훑자면 밤밭고개~만날고개~완월폭포~서원곡~봉화산~석전사거리~두척약수터~구슬골~중리역이다. 길은 무학산의 남쪽 자락을 돈다. 마산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방향이다.
피톤치드 마시며 푸른바다 보기
둘레길 21㎞는 하루에 다 걸어도 그다지 힘들지 않다. 쉬엄쉬엄 걸어도 6~7시간이면 충분하다. 오르내림이 거의 없고 평탄한 까닭이다. 종주가 부담스럽다면 구간을 일정 부분 끊어서 밟아도 좋다. 밤밭고개에서 만날고개를 거쳐 서원곡에 이르는 길은 아주 추천할 만하다. 서원곡은 일반적으로 무학산 정상 등산로로 이용되는 곳이다. 이 구간의 길이는 8㎞가량 된다. 넉넉잡아 3시간 거리다.
특별한 풍경은 만날고개에서부터 펼쳐진다. 밤밭고개에서 철탑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면 만날고개에 이른다. 가세를 호전시키기 위해 천석꾼의 집에 시집갔다가 스무 살에 청상과부가 된 딸과 그 어머니가 만나 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고개다. 1983년부터 해마다 음력 8월 17일이면 만날제를 연다. 그 날이 되면 가슴에 담아두었으나 그간 만나지 못 했던 사람을 행여나 보게 될까 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 고개를 오른다.
만날고개에서 완월폭포로 가는 길에는 측백나무 삼림욕장이 잘 조성돼 있다. 심신을 안정시키는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분비된다는 게 측백나무다. 그래서일까. 이 구간에 들어서면 머리가 한없이 맑아지는 듯하다. 길을 걷다보면 커다란 돌탑들이 쌓여 있는 것이 보인다. 이 길을 조성하면서 쌓은 것들이다. 돌탑을 지나면 우측으로 언뜻언뜻 보이던 마산 앞바다의 풍경이 확 열리는 구간들이 있다. 아래로 마산항이 보이고, 멀리로 마창대교가 놓여 있다. 맑은 가을 날, 바다는 더 없이 푸르다. 곳곳에는 벤치가 놓여 있다. 둘레꾼들을 위한 배려다. 측백나무의 피톤치드를 마시며 마산 앞바다를 내려다보노라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길은 소나무숲길을 지나 완월폭포에 이르고, 거기서부터 참나무 우거진 숲을 통과해 서원곡으로 이어진다. 편백나무, 소나무, 참나무의 다양한 군락을 지나가는 멋진 밤밭고개~서원곡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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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산벽화마을. | ||
한편, 무학산둘레길 구간에는 당산벽화마을과 문신미술관 등 볼거리가 몇 곳 있다. 만날재 바로 아래 자리한 당산벽화마을은 지난해 5월 도시벽화재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창신대학 실용디자인학과에서 조성한 곳이다. 4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 조그마한 마을의 건물과 담장 등 모두 26곳에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낡은 집들이 벽화라는 새 옷을 입어 한결 산뜻해졌다. 하늘을 나는 닭이며, 물고기, 소녀의 초상 등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그림들이다.
마산합포구 추산동에 자리한 문신미술관은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1923~1995)이 지은 것이다. 그가 죽기 바로 전해에 준공되었다. 그는 이 미술관과 부지, 작품 등 모두를 마산시에 기부하고 홀가분하게 떠났다. 미술관에는 조각 105점, 유화 14점, 채화 125점, 데생 44점 등 총 290점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미술관 뒤편으로는 회원현 성지가 있다. 뒤편에 야트막한 야산(143.8m)이 있는데, 그곳에 토성이 쌓여 있었다. 11세기 이전에 축조된 것으로 정상의 망루에 오르면 마산 시내 일대가 깨끗이 조망된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여행안내
▲길잡이: 중부내륙고속국도→내서IC 진출 후 좌회전→중리역에서 우회전→5번 국도→현동교차로에서 P턴→무학산둘레길 밤밭고개 시점 ▲먹거리: 만날재 당산마을에 ‘만날재 옛날 손짜장’(055-222-9122)이라는 아주 끝내주는 중국집이 하나 있다. 간판은 ‘손짜장’을 걸었지만, 대표 메뉴는 뭐니 해도 짬뽕이다. 홍합과 가리비, 새우, 오징어가 듬뿍 들어간 짬뽕은 가격대비(5000원) 우리나라 제일이라고 자부한다. 면보다 해물의 양이 더 많다. ▲잠자리: 아귀찜 골목으로 유명한 오동동 인근에 마산관광호텔(055-245-0070), 제우스모텔(055-221-9500) 등 숙박업소들이 많다. ▲문의: 통합 창원시 마산 문화체육국 관광과(http://tour.masan.go.kr) 055-225-3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