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월드컵 유치국 선정을 위해 방한한 FIFA실사단 아롤드 마이네 니촐스 단장이 지난 7월 23일 오후 월드컵 유치시 결승전을 치를 마포구 성산동 서울 월드컵 경기장을 실사하고 있다. 뉴시스 |
월드컵 개최, 진짜 문제는 내부?
투표를 2주가량 앞둔 11월 17일, FIFA는 공식 홈페이지(http://fifa.com)를 통해 월드컵 유치를 희망하는 개최 신청 국가들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공개했다. FIFA 실사단이 제출한 총 43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비교적 무난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험적인 요소가 부각됐다.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대륙간컵), 2002한일월드컵, 2007년 17세 이하 청소년월드컵 등 FIFA 주관 굵직한 이벤트들을 개최한 내용이 실렸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은 물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개최 예정 내용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지적 사항들도 나왔다. 경기장들의 보수와 숙박 시설 개선이 대표적인 예. 한국월드컵유치위원회에 따르면 FIFA는 조별리그 4만 석 이상, 준결승 6만 석 이상, 개막전 및 결승전 8만 석 규모를 수용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2002년 당시 활용했던 경기장들을 개보수 및 증축, 새 경기장 건립 계획을 일찌감치 FIFA 측에 전달했다.
그래도 이 정도는 다행이다. 진짜 불안 요소는 따로 있다. “한국이 월드컵을 개최하면 유럽 내 TV 중계권 수익이 감소해 손실이 나올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 탓이다.
FIFA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기는 월드컵에서 마케팅과 수익적 요소를 가장 중시하기 때문에 시차 문제로 인한 TV 중계권 관련 논의는 투표 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실제 전례 없이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지를 동시에 선정하는 것도 수익을 미리 ‘당겨’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시선이 주를 이룬다. 이에 대해 유치위는 “TV 중계권 수익 감소에 대한 우려는 모든 아시아 국가들이 가질 수밖에 없는 문제점”이라고 분석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유치위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거리는 월드컵 유치 노력이 좀처럼 부각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지간히 축구에 관심이 있는 이가 아닌, 일반인 다수는 한국이 2022년 월드컵 유치에 나섰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업무상 유럽을 자주 오가며 활동하는 한 중견 에이전트는 “외국에서는 한국의 월드컵 개최 여부가 자주 언론 노출을 통해 부각돼 왔는데, 정작 국내 열기는 거의 지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유치위는 창립 이후 나름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올해에만 보더라도 대단히 빠듯한 시간을 보냈다. 개최지 최종 후보로 선정된 올해 초부터 홍보 활동에 열을 올렸다. 2010남아공월드컵 당시에는 현지에 홍보 부스를 마련했다. 유치위 측은 “실질적인 득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해외 활동에 주력하다보니 국내에 잘 알려질 기회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쟁국은 미국…국제 행정력은
유치위는 가장 강력한 경쟁국으로 미국을 꼽는다. 외신에서도 한국과 미국의 양강 체제를 전망한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스포츠 시장이 가장 발달된 미국은 FIFA에 흥행과 엄청난 수익을 약속했다. 1994년 대회 개최라는 경험도 한국처럼 일종의 어드밴티지를 주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정부 지원이 미미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들 다수가 미국의 월드컵 개최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고, 비자 발급이 제한적인 것이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호주는 첫 월드컵 개최라는 프리미엄을 갖고 있음에도 이동수단 부족, TV중계 및 광고 수입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도 미국처럼 정부의 의지가 약한 것이 단점이다.
또 다른 대항마로 꼽히는 카타르는 어떨까. 중동은 아시아권에 속해 있으나 유럽과 시차가 3~4시간 이내라는 남다른 프리미엄을 가진 게 사실이다. 여기에 모하메드 빈 함맘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은 카타르 출신이다. FIFA가 (자금 운영만 놓고 보면) 결코 투명한 집단이 아닌 만큼 함맘 회장과 FIFA 간의 모종의 커넥션이 존재한다는 의구심도 지우기 어렵다.
그러나 환경적인 요소가 발목을 잡고 있다. 월드컵이 열리는 시기는 6~7월. 늦가을 혹은 초겨울 날씨인 남반구가 아니라면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다. 카타르는 에어컨을 경기장에 가동시켜 섭씨 28℃ 안팎의 온도를 유지하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내세웠으나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와 함께 국제 행정력도 짚어볼 대목이다. 개최지 선정 하루 전, 한국은 FIFA 본부에서 프리젠테이션(PT)을 한다. PT가 마지막으로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최적의 막판 홍보 전략이란 점을 감안할 때 이미 내려진 표심을 뒤바꿀 수 있는 충분한 영향력도 지녔다. 2022년 월드컵 유치 신청국 5곳 가운데 한국은 두 번째로 PT를 한다. 미국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PT 발표자로 나설 예정. 오바마 행정부로부터의 관심과 지원이 부족하다는 외부 평가를 만회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 빌 클린턴에 맞설 대항마로 김황식 국무총리를 내세웠다. 개최에 대한 한국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PT에는 한승주 월드컵유치위원장, 이홍구 전 총리, 박지성(맨유) 등이 김 총리와 함께 하며, 박태환(단국대)도 동행해 현지에서 홍보에 나선다.
선택과 집중도 할 수 없다?
2022년 월드컵의 경우, 5개 경쟁국을 놓고 회장 및 부회장단을 포함한 22명의 FIFA 집행위원들이 비공개 1차 투표를 실시한다. 이 중 과반수 표를 획득한 국가가 나오지 않으면 최저 득표국을 제외한 뒤 2차 투표에 돌입한다. 이렇게 꼴찌 국가를 하나씩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투표를 계속 해 개최지가 최종 결정된다.
결국 최하위 득표로 제외되는 국가를 지지한 집행위원들의 표를 얼마나 많이 흡수하느냐가 관건. 유치위는 1차 투표는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그후 투표는 결국 ‘하늘의 뜻’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가 우리 편이고, 누가 다른 국가를 지지하는지 정확한 표심을 확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겸 FIFA 부회장이 “아시아 국가들과 연대를 통해 흐름을 유리하게 끌고 가겠다”고 밝힌 것도 미국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