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관리 비법
올 시즌 이들 6인의 맹활약 속에 숨겨진 자기관리비법에 대해 물어봤다. 먼저 ‘KBL 대들보’ 김주성이 “먹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입을 열었다. 그의 힘의 원천은 ‘고기’. 보약은 귀찮아서 잘 챙겨먹지 않게 된단다. “대학교 때 교수님께서 고기를 많이 먹어야 된다며 스테이크를 자주 사주신 게 계기가 됐다. 그 이후로 고기를 섭취하지 않으면 힘이 달린다. 아시안게임 앞두고 태릉선수촌 들어갔을 때 점심 저녁으로 고기가 나와서 최상의 몸 컨디션으로 출국했는데 광저우 식단이 너무 부실해 그때부터 다시 몸이 허약해졌다.”
추승균은 녹용을 꾸준히 먹고 있다. 반면 주희정은 “특별히 한약을 복용하거나 보양식을 먹진 않는다. 하루에 두 끼는 꼭 쌀밥을 챙겨먹고 피곤할 때 사우나를 이용한다”며 나름의 관리 비법을 전했다. 신기성 역시 늦은 시간 간식을 자제하며 식단을 조절한다고.
그러나 베테랑 6인방 모두 “음식보단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한 체력 관리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서장훈은 “20년 넘게 선수생활 하면서 쌓인 노하우가 있다. 베테랑들 모두 본인에게 가장 효과적인 몸 관리 방법을 잘 알 것”이라며 “자기 몸을 잘 아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출전 시간에 맞춰 웨이트 트레이닝 시간을 조절하는 건 기본. 경기 중에 몸이 녹초가 돼버리지 않도록 훈련 때부터 페이스를 조절하며 운동한다고.
# 슬럼프 극복기
표명일은 2000년 군 입대 시절을 떠올린다. “내가 군대에 가던 해에 카드 대란사태가 났다. 군대에서 받는 월급으로 아내와 결혼 생활을 제대로 하기가 힘들었다. 그때 많이 강해진 것 같다. 아내가 옆에 있었기 때문에 다시금 일어날 수 있었다.” 스트레스가 쌓일 땐 방에 혼자 들어가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면 자연히 잊게 된단다.
서장훈은 “매순간이 힘들고 어렵다”며 입을 연다. 부상, 팀 이적 등 산전수전 다 겪은 그다. 매 시즌 자기 앞에 놓인 장벽과 싸워가며 농구를 해왔다고. “팀을 이적하는 과정에서 섭섭함도 아쉬움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 잊었다. 안 좋은 일들은 빨리 잊으려 노력한다. 그리고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내가 가야할 길이 열리더라.” 스트레스를 받을 땐 농구를 잊고 다른 생각을 하며 기분을 전환한다고.
신기성은 팀이 최하위에 머물 때 책임감 때문에 많이 힘들었단다. 성적에 상관없이 곁에서 응원해준 가족 덕분에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반면 주희정은 “큰 슬럼프가 없었다. 운동하며 생긴 스트레스는 운동하며 풀었다”며 호쾌한 대답을 내놓았다.
# 잊을 수 없는 순간
오랫동안 팬들의 사랑을 받아 온 이들이기에 코트 위에 남긴 추억도 가득하다. 긴 프로 생활 동안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은 언제였을까.
서장훈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결승전을 꼽았다. 당시 우리나라는 연장 접전 끝에 5회 연속 우승을 노리던 중국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서장훈은 “15년간 국가대표 선수로 뛰었다. 당시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미뤄왔던 숙제를 마친 기분이 들었다”며 그때 느낀 벅찬 감동을 전해왔다.
표명일은 “식스맨이 아닌 주전으로서 우승을 맛본 2007-2008시즌을 잊을 수 없다”며 당시를 회상한다. 특히 우승 직후 우연히 목격한 전창진 감독의 눈물을 잊을 수 없다고. “선수들과 껴안고 환호성을 지르다가 우연히 벤치 쪽을 보게 됐는데 감독님이 눈물을 흘리시더라. 그때 더 울컥했다.”
2008-2009시즌은 추승균에게 각별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는 “우승 MVP 모두 값졌지만 당시 한 경기도 빼놓지 않고 모두 출전했던 시즌이라 더 기억에 남는다. 개근상이 있다면 받을 수 있었을 텐데”라며 미소를 보인다. 신기성은 딸과 함께 시상식에 올랐던 2004-2005시즌 우승(TG삼보)을, 김주성은 프로데뷔 첫 해 경험한 우승(TG삼보)을 각각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꼽았다.
#은퇴 후 진로
주희정 역시 지도자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만약 코치가 된다면 유도훈 감독(전자랜드)의 지도력을 본받고 싶다고. 그러나 “일단 개인적 목표인 1000경기 출장기록을 꼭 달성하고 싶다”며 주먹을 쥔다.
표명일은 “계약기간이 3년인데 그 이후까지 선수생활을 하고 싶진 않다. 3년을 채울 수도, 그보다 더 짧아질 수도 있다”며 은퇴 계획을 밝힌다. 이후 지도자가 된다면 전창진 감독을 닮고 싶다고. “주전이든 식스맨이든 똑같이 혼내고 격려하는 분이다. 선수들에게 삼촌 같은 감독이 되고 싶다.”
추승균은 벌써 지도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다. “선수 생활 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들을 기록해 놨다. 나중에 지도자가 됐을 때 어떤 전술,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 지 항상 생각하고 있다.”
신기성은 “어떤 인생이 내게 다가올 지 나도 궁금하다. 다만 선수들과 진심으로 눈물 흘릴 수 있는 그런 지도자가 되고 싶다”며 대답을 보류한다. 서장훈도 “선수생활을 그만둘 때까지 은퇴 후에 대한 계획은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며 현재에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
‘별명값’ 톡톡~
6인방 모두 한국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이다 보니 다양한 별명을 갖고 있었다. 지독한 연습벌레로 꼽히는 주희정. 때문에 그에겐 ‘바른생활 사나이’ ‘철인’ ‘체력왕’ ‘테크노 가드(당시 유행하던 테크노 음악처럼 빠르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 ‘주똘(연습을 너무 과하게 해서 붙여진 별명)’이란 별명이 붙었다. 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을 골라 달라는 부탁에 주희정은 ‘바른생활 사나이’를 꼽았다. “고등학교 3년 동안 하루에 3~4시간 정도밖에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열심히 연습했다. 운동밖에 몰랐으니까. 남는 시간엔 모래주머니를 차고 뛸 정도였다. 성실하단 뜻에서 붙여준 ‘바른생활 사나이’가 가장 마음에 든다.”
김주성은 코트 위에서 항상 웃음을 보여 ‘순둥이’라 불린다. 가난 속에서 몸이 불편한 부모님을 모시고 정상에 오른 그이기에 ‘효자’란 닉네임도 붙었다. 김주성은 “‘순둥이’ ‘효자’보단 ‘멸치’가 맘에 든다. 팬들이 내가 말랐다고 붙여준 별명인데 ‘킹멸치’ 괜찮지 않나”라며 웃음을 보인다. 신기성은 ‘총알탄 사나이’를 꼽았다. 팬들이 붙여준 닉네임 덕분에 지금까지 빠른 스피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표명일에겐 ‘작은 거인’ ‘마이티마우스’란 별명이 붙었다. 팀 내에선 ‘명품 가드’란 닉네임을 따로 붙여줬다고. 그는 “시즌 시작 전 화보 촬영 때문에 팀에서 캐릭터를 하나씩 정해줬다. 송영진은 ‘스파이더맨’ 조동현은 ‘사직발 폭격기’였는데 난 ‘명품가드’로 정해주더라. 옷도 명품처럼 입고 찍었는데 솔직히 민망했다. 팬들이 진짜 명품인 줄 알고 계시던데 그거 진품 아니다”며 재미난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했다.
추승균이 꼽은 별명은 ‘소리 없이 강한 남자’. 본인에게 딱 맞는 것 같다고. “닉네임처럼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조용히 내 역할을 하며 팀 승리를 이끌고 싶다”며 포부를 밝힌다. 서장훈은 ‘골리앗’이란 별명보단 ‘국보급센터’로 불리는 게 더 좋다고. 그러나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내가 ‘국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 나에게 과분한 별명이다. 그동안 그렇게 불러주신 것에 정말 감사한다”며 자세를 낮췄다.